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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판없는 신입생 환영회도 있소이다~

성균관대학교 전통 신입생 환영회 현장 취재기

2017.03.07 정책기자 송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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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웠던 겨울이 움츠러들고, 봄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3월. 전국 각지의 대학교들이 신학기를 맞아 가장 활기찬 시기다. 한편, 그만큼 전국 각지에서 신입생들의 지나친 음주 사건사고 등, 크고 작은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지 않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음주가 일절 없으면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신입생들에게 역사 교육과 함께 추억을 쌓아주는 특별한 전통 신입생 환영회가 있어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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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유생문화기획단 ‘청랑’에서 진행한 전통 신입생 환영회.


올해 3월 개강 첫째 주 주말,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성균관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대학생 자치단체인 유생문화기획단 ‘청랑’이 신입생들을 위한 행사를 선보였다.

조선시대 성균관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조선시대 유생들의 ‘신방례(新榜禮)’ 행사가 대성전(大成殿)·명륜당(明倫堂)·동재(東齋) 등지에서 진행돼 그 현장을 찾아가봤다.

3월 4일 토요일 낮 12시, 사전에 신방례 참가를 신청한 신입생들과 행사를 기획한 ‘청랑’ 학생들 총 150여명이 명륜당 부근에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당일 행사는 알성, 상읍례, 신방례, 면신례 총 네 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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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 유생들의 ‘상읍례(相揖禮)’ 진행 모습.
 

먼저, ‘알성(謁聖)’ 시간에는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이 대성전(大成殿) 앞에서 신입생들에게 조선시대 유생들의 바람직한 복장 예절, 읍하는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이후 학생들은 명륜당(明倫堂)으로 이동해 ‘상읍례(相揖禮)’를 통해 선배 유생들과의 대면식을 치렀다.

명륜당 공터 앞, 옹기종기 모여선 신입생들 앞에 선 청랑 2기 장의(長義) 김현태(미술학과) 유생의 우렁찬 설명이 울러 퍼졌다. 물론 설명은 조선시대 말투로 진행됐다.

“과거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은 상읍례를 거쳐야만 진정한 유생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앞에 있는 선진들은 모범이 되도록 먼저 자기소개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이내, 선배 유생들의 인사말이 먼저 진행되었다. 개중에는 “다들 만나서 반갑소. 16학번 영어영문학과 조현정이라고 하오.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하니, 시키지 마시오.”와 같은 전공을 이용한 농담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후로는 신입생들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모두들 다치지 말고 안전하고 재밌게 즐기다 갔으면 좋겠소.”, “모든 학우들에게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오.”와 같은 따뜻한 인사말 덕에, 명륜당 앞 공터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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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례(新榜禮)’ 시간에 후배 유생이 선배 유생에게 간식 보따리를 전달하는 모습.
 

이후 선배 유생과 후배 유생들이 서로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친목을 다지는 행사인 ‘신방례(新榜禮)’가 진행됐다. 신입생들은 각자 소매에서 사전에 준비해뒀던 초콜릿, 사탕 등 현대적인 간식을 꺼냈고, 이를 전통 보따리로 싸매 선배 유생들을 위한 선물 꾸러미를 만들었다.

선물을 받아들며 “이것은 무엇인고?”라 물어오는 선배 유생들의 질문에, “불란서(佛蘭西)에서 들여온 물엿이오.” “서역에서 들여온 ‘가가오’ 열매로 만든 간식이오.” 등 내용물을 익살맞게 설명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늘날, 순 우리말 없이 외래어 표기법으로 부르는 수입 과자의 경우, 현존하는 한자음을 활용하여 ‘카카오’를 ‘가가오’ 등으로 바꿔 설명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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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시험이 진행됐던 ‘비천당(丕闡堂)’ 앞 풍경.
 

점심시간 및 휴식시간 이후, 신입생들은 마지막 일정을 위해 조선시대 과거시험이 진행됐던 비천당(丕闡堂) 앞으로 집결했다. 마지막 행사는 바로 ‘면신례(免新禮)’. 이번 관문은 일종의 신참 신고식이었다는 점에 착안, 신입생들이 스토리가 있는 현실체험 역사 RPG 게임(Role Playing Game: 역할 분담 게임)을 통해 임무를 수행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면신례 행사의 경우, 매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의 주제가 변경된다.

작년 2016년도 면신례의 경우, 신입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1910년도 대한제국 시대로 이동한 뒤 황제 ‘순종’을 돕는 ‘조선의 역사를 지켜라’ 임무를 진행했다. 당시 조선시대의 독립 운동가이자 언론인인 신채호를 도와 일제 순사의 감시를 피해 대한매일신보 배포를 돕는 미션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해 신입생들은 과연 이번엔 어떤 시대로 이동하게 될까. 그들은 갑작스레 눈앞에 모습을 나타내 황급히 그들을 부르는 정약용을 따라, 일렬로 ‘차원의 문’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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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다양한 역사적 인물 복장을 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선배 유생들 모습.


차원의 문을 통과해 새내기들이 도착한 곳은 명륜당(明倫堂) 앞. 명륜당은 고려시대 말기부터 조선시대까지 유학을 가르치던 강당으로, 오늘날 1,000원짜리 지폐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윽고, ‘다산 정약용(국어국문학과 박보연)’이 등장해 안내를 진행했다.

새내기들이 차원의 문을 타고 온 곳은 1700년대의 성균관. 현재 성균관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국가에서는 조정의 관리들이 서로 편을 갈라 싸우고, 그 당파 싸움이 성균관 유생들에게까지 번져 내려온 상태다. 이 때문에, 영조 임금은 성균관에 탕평비(蕩平碑)를 세우고 다양한 탕평책들을 실시했으나, 당파싸움의 뿌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약용은 이 당파싸움에 대한 슬픔을 풀고자 새로이 거중기를 발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실수로 거중기가 아닌 시간 여행 기구를 만들어버린 것. 이를 두고 정약용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먼 미래에 탕평을 이룬 상태의 2017년 성균관 유생들이라면, 현재 조선시대의 탕평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리하여 정약용은 2017년도의 성균관 유생들을 자신의 시대로 불러오기로 결정했고, ‘유생이여, 탕평을 외쳐 조선을 구하라!’ 미션이 시작됐다. 신입생들은 명륜당 공터 각지에 흩어져있는 역사적 인물들이 제시하는 개별 미션을 수행한 뒤, 벽서 조각을 모아 ‘탕평 퍼즐’을 완성해야 한다. 명륜당 공터의 역사 실존 인물들은, 마치 컴퓨터 게임의 NPC(Non-Player Character)처럼 정해진 위치를 사수하며, 새내기들이 말을 걸어올 때까지 대기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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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국영, 이옥 등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임무를 시작하라는 정약용의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새내기들은 16개 팀(동재 8팀, 서재 8팀)으로 나뉘어 명륜당 공터 각지로 흩어져 NPC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박지원, 김홍도, 사도세자의 혼령, 정약용 등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정해진 ‘퀘스트’를 부여하고, 임무를 완성하면 벽서 조각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벽서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벽서 조각뿐만 아니라 ‘역사 OX 퀴즈판’도 완성해야 하는데,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역사 NPC들의 사소한 대사에도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역사적 진실이 숨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문체반정에 연루됐던 문인인 이옥은, 신입생들에게 “내가 요새 ‘심생전’이라는 글을 쓰고 있다네. 그런데, 그 글이 훗날 국어 교과서와 수능에 등장한다는 소문이 들려오는군.”과 같은 힌트를 주기도 한다.

한편, “성균관의 기숙사 이름이 무엇인지 아느냐?”라는 세도정치가 홍국영의 물음에 “압니다. ‘G-하우스’ 이옵니다.”라는 새내기의 대답이 이어지자, “예끼, ‘동재’와 ‘서재’이니라.”와 같은 꾸지람이 오고가기도 한다. 참고로, G-하우스는 조선시대가 아닌 현대 성균관대학교의 기숙사 건물들 중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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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생이여, 탕평을 외쳐 조선을 구하라’ 퍼즐이 완성된 모습. 각 글자별로 성균관 관련 역사 지식이 수록되어 있다.
 

약 두 시간 동안의 ‘면신례’ 미션이 끝나고, 새내기들은 ‘탕평 퍼즐’을 완성한 뒤 포상으로 백패와 호패 등 기념품을 얻어가게 된다. 이번 미션의 중점은, 16개 팀으로 나뉜 새내기들이 ‘누가 더 일찍 임무를 완성해서 점수를 따느냐’ 하는 경쟁 구도가 아니라, ‘두 시간 동안 모두가 함께 임무를 완성하는’ 협업 과정이라는 점이다. 남보다 일찍 끝낸다고 해서 상을 더 얻어가는 게 아니었던 만큼, 이번 면신례는 모두가 함께 골고루 즐거움을 얻어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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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례’ 행사 종료 후 촬영한 단체사진.
 

오후 5시 무렵, 단체사진 촬영을 끝으로 신방례 일정은 모두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이번 행사가 끝난 직후, 17학번 신입생 조현호(공학계열) 학생은 “전통적인 옷을 입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조원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조선시대 성균관을 배경으로 진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아 정말 즐거웠다.”는 후기를 전했다.

유생문화기획단 ‘청랑’에서 정약용 역할을 맡았던 3기 장의(長義) 박보연(국어국문학과) 학생은 이번 행사의 기획 배경에 대해 “신입생들이 ‘탕평’이라는 화합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마음을 익히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며, “작은 행사지만 준비 과정이 험난했는데, 참가 학생들이 끝까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자 뿌듯하고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오늘날, 잊혀져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을 살린 모범적인 신입생 환영회 사례로 손꼽을 수 있을 성균관 유생들의 신방례. 살아 숨쉬는 우리 고유의 역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신입생들에게 건전하고 값진 추억을 가져다 준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유생문화기획단 ‘청랑’ 학생들의 색다른 아이디어가 우리 고유의 전통을 꾸준히 계승함과 동시에,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문화에도 긍정적인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송민재 papu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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