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NS에서 가슴 뭉클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얼굴은 까무잡잡하게 타고 수염이 더부룩하게 자라, 조금 피곤해 보이는 청년이 투표인증 도장을 찍은 주먹을 내보이고 있었다.
호주의 한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버스 두 번에 기차까지 갈아타고 먼 길을 달려가 재외국민투표에 참여했단다. 나를 감동시킨 건 ‘우리가 대한민국을 만든다’ 라고 적은 태그가 아니었다.
‘ 진짜 돈이 없는데, 걸어가면 하루... 어떻게 돌아가지?’ 투표지까지 먼 길을 갔다가 돌아갈 차비 걱정을 하는 애교 섞인 엄살은 그가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을 느끼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가장 우선 순위에 둔 그의 행동이 뭉클했다. 게시물에는 12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나도 ‘좋아요’를 누르며 진심으로 그 청년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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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독려하는 티셔츠를 입은 사람. |
이번 선거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인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열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기차로 왕복 22시간 걸리는 먼 거리를 가서 투표에 참여하고 영상까지 찍어서 보낸 유학생 소식이 뉴스를 타기도 했다.
투표를 위해 교통비로 1천 달러 이상 쓴 사람도 있다고 했다. 비용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투표에 참여한 이들은 오직 한마음이었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일할 대통령을 가려내 뽑는 일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이런 국민들의 열망은 사전투표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틀에 걸쳐 치러진 19대 대선 사전 투표에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투표율 26%를 넘겼다. 당초 예상치 보다 훨씬 높은 투표율에 국민들 모두가 놀랐다. 유권자 4명 중 한 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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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
지난 4일,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딸 부부를 마중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 ‘공항에 사람이 너무 많으니 사전투표 할 사람들은 서두르라’는 여행 카페 글을 읽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인천공항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여행객들은 캐리어를 끌고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각 항공사 카운터 앞은 발권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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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여행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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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엔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
그 와중에도 투표를 하고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사전투표소를 찾아왔다.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출국장 F 체크인 카운터 앞은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공항에 막 도착한 사람들은 예상보다 긴 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도착하자마자 투표부터 서둘렀다. 짐도 부치지 않은 채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줄에 속속 합류했다.
‘줄이 기니 그냥 가자.’ ‘그래도 투표해야하지 않냐?’ 일행끼리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늘어선 줄을 보고 ‘무슨 일이 났냐?’고 묻던 단체여행객들은 사전투표 줄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호탕하게 웃으면 줄을 섰다. 여행객들 외에 스튜디어스나 공항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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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다 투표가 먼저인 사람들. 캐리어도 부치기 전에 투표를 하고 있다. |
줄을 서면서 조바심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안내를 맡은 사람들은 10~15분이면 투표할 수 있다고 친절히 안내하며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사전 투표 후 비행기 탑승까지 30분 미만인 여행객은 출국장 안내 직원의 도움을 받으라는 안내문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출국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느긋했지만 비행을 앞둔 여행객들은 투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신분확인을 하고 기표소에서 원하는 후보에 도장을 찍은 후 봉인한 봉투를 투표함에 집어넣는데 까지 1~2분 밖에 걸리지 않아, 줄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고 호호 입으로 불어 말리는데 설렌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공평하게 가지는 한 표의 가치를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대선투표에 여러 번 참여 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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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를 마친 김선경 씨가 셀카를 찍고 있다. |
투표를 마친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포즈로 인증샷을 찍었다. 인천공항 사전투표소라 쓰인 담벼락은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스마트폰을 높이 들고 셀카를 찍는가 하면 투표인증 도장을 찍은 손등을 클로즈업 하기도 했다.
캐나다로 여행을 떠난다는 김선경(26) 씨는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일찌감치 공항에 나왔다며 여유롭게 셀카를 찍고 있었다. 외국인 전용 택시기사라고 자신을 밝힌 한 여성은 “친구들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며 SNS에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인천공항 투표소 모습을 실시간 중계하는 사람들 모습도 보였다. 투표를 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투표를 인증하는 일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놀이가 됐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 표를 행사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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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표에서 가장 인기를 끈 손등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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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하고 나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 |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말이 있다. 이제 투표로 그런 사람들을 가려내는 일이 우리들 손에 달렸다. 사전투표로 드러난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9일 투표일에도 그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은주 tkghl22@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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