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얍”
우렁찬 기합소리에 송판이 날아가고 아슬아슬하게 접시가 돌아갔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관람객들의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터졌다. 서커스장이라면 이해가 가겠지만 여기는 예상치도 못한 박물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박물관과 미술관 관람객은 지식과 정보 습득을 위해 연 2회 이상 가족과 함께 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 2회 이상 방문한 관람객은 3명 중 2명꼴이며 최근 3년간 5회 이상 방문한 관람객 수만 33.6%로 재방문자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한 번 간 곳을 다시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현장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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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아래) 활기찬 공연을 보며 스트레스를 없앤다. 자리가 없어 서서 보기도 했다.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울리는 격파소리
지난 5월 31일 12시 광화문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검은 옷을 입은 선수들이 검과 봉 등을 들고 나타났다. 일명 ‘강력한 놈들이 왔다’라는 제목의 마살아츠 퍼포먼스였다.
이곳에서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 ‘박물관! 춤추고 노래하다’를 진행해 근처 직장인과 외국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격파와 몸을 날리는 멋진 동작을 보여 준 마샬아츠 공연. |
“이야, 멋지다!” 날아가는 송판을 보는 아이들 눈빛이 함께 따라간다. 텀블링을 할 때마다 감탄소리는 커졌다. 선수들은 무대에 서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주로 공중에 떠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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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날은 경기도 포천에서 단체로 체험학습을 온 4학년 친구들이 즉석에서 격파에 참여해 자신감을 갖고 돌아갔다. (아래) 같은 반 친구들이 나오니 좋아하는 아이들과 사진찍는 부모님들. |
“박물관에서 제가 좋아하는 무술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직장인 이경희 씨는 근처가 사무실이라 종종 온다고 했다. “활기찬 공연을 보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식곤증이 사라진 것 같아 오후 일은 문제없겠다.”라며 웃었다.
행사를 담당한 이경순 학예사(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교류홍보과)는 “문화공간으로 더 많은 관람객이 오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공연을 통해 박물관을 더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는 6월 21일은 박물관 근처 거주자와 직장인을 대상으로 ‘광화문 직딩오디션 지금은 광화문 가수시대’를 기획하여 참가자를 모집 중에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탈을 쓴 흥부가 알려주는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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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국립민속박물관 (아래)국립민속박물관 로비는 곧 정겨운 장터가 되었다. |
“미리 구멍낸 계란과 수건을 두 장 준비하는 거야. 이제 수건 한 장은 주머니 속에 넣고~” 빨간 수건이 계란으로 변하는 마술을 알려준다는 말에 관람객들은 숨죽인 채 바라보고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5월 31일 문화가 있는 날 창작가족 ‘다온’ 전통마술단 공연이 열렸다. 박물관은 순식간에 생기 넘치는 옛 장터로 변했다. 부부 마술사는 탈을 쓰고 빈 통을 돌리며 전통마술을 선사했다.
즉석에서 아이를 뽑아 함께 마술을 해본다. |
관객들 대부분이 아이와 함께 온 가족과 외국인이었다. 마술사 역시 가끔씩 쉬운 영어단어를 사용해 외국인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관람하던 아이들 중에 한명을 골라 전통한지마술을 함께 하며 같이 온 가족들과 관람객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앞에서 아이가 공연하는 동안 엄마는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고 아빠는 행여 실수라도 할까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에는 나도 나갈래.” 옆에 앉은 아이가 부러운 듯 말하자 아이 엄마는 또 오자고 했다.
국립한글박물관, 어두운 지하 강당에서 펼쳐진 해부학강연
해부에 관해 집단 초상화가 유행하던 시기.이 작품으로 렘브란트가 유명해졌으나 팔 사이즈나 손 근육이 현실적이지 않다. |
“시신 옆에 사람들을 자세히 보세요. 얼굴이 모두 화가를 향해 있죠? 해부보다는 인증하는데 관심이 있어요. 당시 해부학 집단 초상화가 유행을 했었거든요.”
해부학 집단 초상화라니. 관람객들 사이에서 탄식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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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지하철과 연결된 박물관 나들길이 생겨 국립중앙박물관 및 국립한글박물관에 가기 쉽다. (오른쪽 위) 국립한글박물관 (오른쪽 아래) 전시된 한국 최초의 해부학 교과서. |
국립 한글박물관에서는 지난 6월 1일 소장자료 연계 강연회 ‘인체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해부학 여행’이 열렸다. 상설전시관에 있는 한국 최초의 해부학 교과서와 연계한 강연이었다.
지하 강당에 모여 칼 대신 펜을 잡은 관람객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고기석 교수(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은 해부학 역사와 뇌에 대해 진행됐다.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뇌 모형을 만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객석에는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부모님과 어르신이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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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열심히 필기를 하고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 (아래) 직접 뇌모형을 만져 보는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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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처음부터 머리에 구멍을 뚫은 뼈가 보인다. 근거없이 뇌압을 줄이기 위해 뚫었다는 설이 있다. (아래) 내 아이 천재 만드는 방법. 학부모 눈이 번쩍였으나 결론은 뇌를 많이 쉬어 주라는 거였다. |
시창작반 모임 친구들과 같이 온 70대의 김순란(서초구) 씨는 “박물관은 오랜만이다. 치매가 걱정돼 친구들과 뇌에 대해 들으러 왔는데 전시도 흥미로워 보여 천천히 둘러보고 가야겠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4학년 딸과 함께 왔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와 자주 박물관에 온다. 해부학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교수님 말씀이 재미있고 아이가 좋아해 다음 강연도 오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민지 학예사(국립한글박물관 연구교육과)는 “이전까지 소장자료 강연이 소규모 연구자 중심이었다면 올해부터는 기획을 바꿔 관람객들에게 박물관이 갖고 있는 내용을 많이 알리고 흥미를 주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한복려 선생님이 직접 소장자료와 연계해 떡과 정과를 시연했는데 관람객들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강연 때마다 설문지로 의견을 묻고 다음 주제를 문자로 알리는 등 재방문을 권유하고 있다. 관람객들 역시 실생활에 접할 수 있어 유익하고 재미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다음 강연은 광복절에 맞춰 최태성(한국사 연구소장) 강사의 ‘대한매일신보 이야기’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람객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박물관과 미술관이 차별화된 운영 전략으로 수준 높은 기획전시와 다양한 교육 및 문화행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속적인 관람객 방문 및 계층조사를 통해 변화하는 관람객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수첩에다 조용히 기록만 하던 박물관과 미술관은 머릿속에서 지우자. 가본 적 있고 지루해보여 그냥 지나쳤던 박물관. 정작 그 안에서는 힘찬 무술과 화려한 마술, 상상치도 못한 해부학과 전통요리들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매⋅마⋅수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수요일)에는 다른 날에 비해 더욱 다채롭고 기발한 문화를 누릴 수 있다.
망설이지 말고 근처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그 때부터 문화의 길은 생겨난다. 박물관과 미술관, 한 번 가고 말 곳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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