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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숨쉬고 싶다

[오피니언] 지구를 버릴 수 없다면 자연을 살려야 한다

2017.06.21 정책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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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먼지였다. 먼지가 비처럼 내렸다. 거대한 먼지폭풍이 밀려오면, 어른들은 아이들을 안고 집안으로 뛰어 들었다. 야구 경기가 중단됐고, 식탁엔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먼지가 쌓였다. 아이들은 기침을 해댔고, 어른들은 자동차 안에서도 마스크나 고글을 썼다.

2014년, 미세먼지를 몰고 온 영화 ‘인터스텔라’의 상황이다. 미세먼지 가득 찬 지구에서 농작물조차 키울 수 없게 되자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는 완벽한 ‘픽션’으로 보였다.

원인모를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영화 ‘컨테이젼(2011)’이 나오자 메르스가 등장했고, 미세먼지로 살 수가 없던 ‘인터스텔라(2014)’를 보니, 뿌연 미세먼지가 몰려들었다. 맞다. 영화는 현실을 앞서갔다. 호러나 악령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진짜 공포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독한 현실에 있었다.

미세먼지가 인류를 공격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포스터 (출처=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주))
미세먼지가 인류를 공격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포스터.(출처=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세먼지 따위가 인간을 공격하다니 뜬금없었다. 적어도 그런 생각이 먼저였다. 미세먼지로 어두워진 한낮이나 흙물이 나오는 수도, 반려견에게도 마스크를 끼워 준다는 중국 역시 완벽하게 남의 얘기였다. 그런 줄 알았다.

먼지는 바람을 타고 상륙했다. 상황은 몹시 좋지 않았다. 외출도 못하고, 창문도 못 열고, 마스크까지 껴야 했다. 이게 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지난 달 7일, 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423㎍/㎥까지 상승했다. 연평균 기준치(50㎍/㎥)를 훨씬 뛰어 넘었다. 내일 미세먼지 나쁨, 모레 매우 나쁨, 주의사항, ‘숨 쉬지 말 것’ 이라는 웹툰까지 등장했다. 영화도, 남의 일도 아니었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차이는 또렷했다. 황사는 자연에서 생긴 누런 흙인 반면, 미세먼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유해물질이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해변의 모레가 70㎛이니, 10㎛ 이하인 미세먼지와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는 사람의 몸속에 깊숙이 유입되는 게 가능했다. 가능성은 구체적인 현실이 될 수 있으니 섬뜩했다.  

지난 달 6일 발표한 우리나라 미세먼지 수치, 최악의 날이다 (출처=한국환경공단)
지난달 6일 발표한 우리나라 미세먼지 수치, 최악의 수치는 수시로 경신됐다.(출처=한국환경공단)
 

호흡을 통해 침투한 미세먼지는 기침과 천식,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었다. 혈관을 따라 이동,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도, 뇌에 혈전을 생성해 뇌졸중과 치매를 일으킬 수도, 안구에 가려움증이나 염증이 생길 수도 있었다. 체외로 배출할 수 없으니 더 무서운 일이다.

혈액을 통해 임신부의 자궁까지 유입, 태아의 성장을 방해하고 허벅지, 머리 크기 등의 성장을 저하시킬 수 있고, 태반까지 침입해 태아의 영양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많을 때,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가 외출을 삼가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쳤다. 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자였다.

응급대책은 이미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가동률 조정 등 규제사항을 마련했다.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에 대해 6월 한 달 간 일시가동중단(셧다운)을 지시했으며, 전력사용 억제와 전국 초등학교에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를 지시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화력발전소 등 국내 배출원 관리를 위한 환경, 산업과 외교, 보건·교육 관련 부처 간 협의 기구인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를 마련했다. 어린이나 노약자 등 미세먼지에 취약한 집단이 많은 지역을 ‘미세먼지 청정관리 구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도록 했으며, 전기차 도입과 대중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사막화 된 자신의 고향, 몽골의 초원에 묘목을 심으며 회복을 바란다는 내용의 영화<경계> 속 주인공의 모습.
사막화 된 몽골의 초원에 묘목을 심어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영화 ‘경계’ 의 스틸컷.
 

나무로도 미세먼지 예방이 가능했다. ‘숲세권’ 단지가 새롭게 떠오르고 것도 이 때문이다. 나무는 미세먼지를 흡수해 공기의 질을 높이고 도심 온도를 낮춰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을 가진 나뭇잎이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하고 가지와 나무줄기가 침강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10년 전 영화, ‘경계’는 이를 확인시켜준다. 사막화 되가는 몽골의 초원을 살리기 위해 사람들은 모래벌판에 나무를 심는다. 황사가 불어와 모든 것을 휩쓸자, 마을 사람들과 가족마저 떠난 땅에 혼자 남은 주인공은 사막이 된 땅에 묘목 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끝내 초원을 되찾는다.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바로 알기 방문 교실’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출처=뉴스1)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바로 알기 방문 교실’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출처=뉴스1)

미세먼지로 모든 것이 주춤했지만, 최근 한국은 숨 쉬기가 편하다. 중국이 아닌,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통 10월 중순부터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진다니,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여름철이 고작인 거다.

미세먼지를 중심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으로 대응하는 지자체가 생겨났고, 바깥활동 제한으로 경제적, 육체적 피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 상품이 출시될 거라 전망했다. 여행사에서는 ‘심호흡 투어’, ‘제대로 숨 쉬러 떠나는 여행’ 등의 상품이 출시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때다. 미세먼지 피해를 막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정책과 외교가 필요하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거세고 심각한 사항이다. 이는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문제며, 정치문제이기도 하다. 중국과 한국 양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의 원고인단 규모가 91명으로 늘어난 것도 이를 증명한다.

미세먼지가 내려앉아 뿌연 모습을 보이는 서울 하늘의 모습 (출처=ktv)
미세먼지가 내려앉아 뿌연 모습을 보이는 서울 하늘의 모습.(출처=KTV)
 

아울러, 나무 심기와 숲 이루기로 미세먼지를 극복해 보자. 지구를 위해 숲을 조성하자는 단순한 생각이 정답일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찾아나가야 할 해답의 하나일 수 있다.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를 떠돌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인 나무를 심어 보는 거다. 

나무 몇 그루 더 심는다고 달라질 것 같아요?’ 영화 ‘경계’에 나오는 극중 대사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경계인 사막을 배경으로 포기하지 않는 자를 남긴 감독은 말했다. ‘그런 사람이 있기에 다행이다.’ 라고 말이다.

2013년 사망자 중, 1만2,037명이 초미세먼지로 사망했으며, 지난 해, 초미세먼지 나쁨 일 수는 169일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숨쉬고 싶다. 지구를 버릴 수 없다면 자연을 살려야 한다. 이는 오직 인간이 살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은영 eypark19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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