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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담긴 그날의 기억들

[광복절 특집 ②] ‘알쓸신기’ 팀이 일상에서 찾아낸 해방 전후의 모습들

2017.08.15 정책기자 우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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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복 72주년 되는 해입니다. 광복 72주년을 맞아 법학, 식품공학, 국문학 전공의 정책기자 3명이 ‘알쓸신기(알면 쓸데 있고 신비한 기자단)’ 팀으로 뭉쳐, 해방 전후 격동기를 견뎌낸 민중들의 이야기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문학, 공연, 음식, 그리고 우리 동네에 얽힌 해방 당시 우리네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테마는 ‘문화예술작품으로 역사 읽기’입니다. 암울했던 시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 시절의 상황이 담긴 영화와 공연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서울예술단의 ‘윤동주, 달을 쏘다’, 영화 ‘동주’를 찍었던 이준익 감독의 ‘박열’, 강제동원의 아픔을 담은 영화 ‘군함도’, 민초의 아픔을 담은 연극 ‘1945’와 조정래의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 ‘아리랑’까지. 함께 봐도 다른 감상을 품듯, 역사를 담은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눠봤습니다. ※ 이번 기사에는 지나간 공연 및 영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편집자 주>

정책기자단 김연수, 한초아, 우인혜(좌측 순서)기자가 함께 같은 주제로 만든 공연,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나눴다.
정책기자단 김연수, 한초아, 우인혜(좌측부터) 기자가 함께 공연,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나눴다.

 
우인혜 기자(이하 우) : 먼저, 창작극 ‘윤동주, 달을 쏘다’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시인 윤동주와 그의 친구 강처중, 송몽규도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연희전문학교 시절 스승인 외솔 최현배 선생이 우리말 수업으로 끌려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저항운동을 시작해. ‘총 대신 연필로’ 저항하던 세 친구는 후반에 다른 양상을 보이지. 강처중과 송몽규는 거칠게 저항하고 싸우지만 윤동주는 시로써 부끄러워해.

그래서인가 마지막에 절규하듯 부르는 ‘서시’와 ‘별헤는 밤’은 마음이 아픈 절절한 반성문 같았어. 시구에 창작가무극의 장점인 한국적인 춤과 무대 연출을 가미한 덕분에 음률을 타고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한글 시의 의미가 더욱 와 닿았고,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지.

김연수 기자(이하 김) : 그 부분에 공감해. 공연 소개에 가보면 “시(詩)를 통해 영혼(靈魂)을 쏘아올린, 영원한 청년 윤동주”라고 소개하고 있어. 윤동주의 시가 더 아름다운 이유는 슬프고 힘든 상황에서 그 어려움을 아름다운 언어로 승화했다는 것이 아닐까.

거친 언어로 이야기해도 힘들었을 상황에 예쁜 단어를 많이 썼어. 극 대사에도 나오듯 아름다운 시구로 힘든 마음을 숨기려하는지 모른다는 그 의미를 알 것 같아. 그래서 공연 속에서 외치는 윤동주의 친구들과 조선 청년들의 이 대사가 그 시대에 위로와 힘을 준 윤동주 시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  “동주야, 듣고 싶다. 네 시!”

윤동주, 달을 쏘다 공연장 포토존. 윤동주 시인이 썼던 작업실을 재연해뒀다. 육첩방의 남의나라에서 시인은 시를 쓰며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윤동주, 달을 쏘다’ 공연장 포토존. 윤동주 시인이 썼던 작업실을 재연해뒀다. 육첩방의 남의 나라에서 시인은 시를 쓰며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한초아 기자(이하 한) : 윤동주의 유일한 산문 ‘달을 쏘다’에 나오는 구절을 봐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암울한 현실 속 너무 쉽게 쓰인 시, 창씨개명을 한 자신을 달빛에 비춰보니 너무 부끄러워 돌팔매질을 하고, 갈대를 쏘아보아도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반성하지.

시를 쓰는 것을 부끄러워 했던 장면은 영화 ‘동주’에서도 두드러져. 그래선지 참 인상적으로 영화를 봤어. 올해 이준익 감독이 제작한 영화 ‘박열’에서 윤동주와는 반대의 성격인 아나키스트적인 독립운동가 ‘박열’을 조명했던는데 ‘박열’은 어때?  

: 덕분에 박열이란 인물을 영화로 처음 알게 됐어.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강렬한 시처럼 박열은 거친 항일운동을 시작했지. 18세의 나이로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 ‘흑도회’, ‘흑우회’ 등을 이끌던 중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학살의 와중에 일본국왕을 폭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가 재판을 통해 22년 2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옥살이를 치른 후 석방돼. 

: 영화 속에 나오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에 대한 탄압이 너무 인상 깊어. 대지진 이후 사회적으로 논란이 생기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타고 불을 지르는 폭도’라고 모함, 학살하는 장면이 나와. 감옥에 투옥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죽창으로 무자비하게 찔러 죽였고, 경찰은 두고 보기만 할 뿐 아무도 저지하지 않았어.

올 한해만 해도 광복절을 맞아 다양한 소재의 공연과 영화가 개봉됐다.
올 한 해만 해도 광복절을 맞아 다양한 소재의 공연과 영화가 개봉됐다.
 

: 그런 일본의 만행을 다룬 또 다른 영화 ‘군함도’가 최근 개봉했어. 19세기 후반 일본의 한 기업이 석탄을 채굴하기 위해 이곳을 개발, 탄광 사업을 실시하며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됐는데, 1943~45년 사이 약 500~800여 명의 조선인이 이곳에 징용되어 강제 노역을 했다고 전해져. 어서 일본 정부가 강제 노역에 대한 역사 왜곡을 중단하고 우리 정부도 군함도의 실제 역사를 널리 알려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더라.

또 다른 일제 강점기의 문제가 바로 ‘위안부’ 문제야. 영화 ‘군함도’에서도 도망간 소녀를 잡아 고문하는 잔혹한 이야기가 나와. ‘위안부’ 이야기는 영화 ‘귀향’에서도 실감나게 묘사됐지. 임신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린 여성들을 위주로 납치하고, 병이 나거나 도망을 치면 고문을 하거나 태워 죽이는 등 극악무도한 악행을 보여줬어.

: 그런 일제의 만행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남은 민초들의 애환을 연극 ‘1945’에서 엿볼 수 있었어. 해방직후 만주에 살던 조선사람들이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머물렀던 전재민 구제소에서의 일상을 보여주는 극인데, 흔히 해방이 되면 모든 게 다 자유롭고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민중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처음으로 생각해봤어.

: 광복이 오면 당연히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막막했을 것 같아. 멀리 피난을 왔지만 그곳에서도 생활이 녹록지 못했을테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 길도 매우 험난했을 거고. 

연극 1945에서 함께 떡을 만드는 구제소 사람들의 모습(사진출처-국립극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연극 ‘1945’에서 함께 떡을 만드는 구제소 사람들의 모습.(사진=국립극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연극에는 다양한 민중상이 나와. ‘중국 위안소’에서 함께 끔찍한 지옥을 겪은 조선인·일본인 ‘위안부’ 명숙과 미즈꼬,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정작 자식들은 일본학교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무력한 지식인, 만주에서 태어나 조선말이 서툴러 조선행이 막막하기만 한 교포 2세 남매, 만주 땅에서 일본인, 중국인 모두의 눈치를 보며 사는 조선인 부자(父子), 빚 때문에 ‘위안부’로 끌려와 몸과 마음이 다 망가져 약에 중독된 ‘위안소’ 포주의 모습 등등.

만주 구제소에 모인 피난민들의 사연을 보면서, 갑작스럽게 타국 땅에서 맞은 고국의 해방 소식은 어쩌면 그들에게 혼돈과 막막함, 억눌렸던 증오와 아픔, 슬픔을 한꺼번에 터뜨리게 하는 기폭제가 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 

: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야할 마음가짐은, 같은 민족끼리 입었던 상처를 서로 보듬어주면서 그 아픔과 고민을 함께 이해하고 나아가는 자세야.

: 맞아. 연극 ‘1945’를 보면서 많이 느낀 건 ‘아픈 공동체 의식’이었어. 타국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때론 원치않는 불의와의 타협도 할 수밖에 없었던 주권 잃은 나라의 피난민들이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기도 하고, 같은 동포들끼리 더 상처를 할퀴어내는 모습의 아픈 공동체.

아리랑의 인물관계도. 아리랑에는 다양한 인물상이 나온다. 양반에서 독립군이 된 송수익, 노비에서 일본의 앞잡이가 되버린 양치성의 대립을 중심으로 민초들은 아리랑을 통해 하나가 된다.
뮤지컬 ‘아리랑’의 인물관계도. 아리랑에는 다양한 인물상이 나온다. 양반에서 독립군이 된 송수익, 노비에서 일본의 앞잡이가 되버린 양치성의 대립을 중심으로 민초들은 아리랑을 통해 하나가 된다.
 

: 민초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공연에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모티브로 각색한 뮤지컬 ‘아리랑’도 있지. 양반이었지만 독립군이 된 송수익, 노비였지만 친일의 길을 가는 양치성,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하와이로 노역간 방영근, 그런 아들을 보내고 속이 숯이 돼버린 감골댁, 감골댁이 지키고 싶었던 딸 방수국, 토지조사사업으로 아버지를 잃은 차득보, 옥비 남매까지.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각색한 인물상이지만 결국 민초들로 결집되는 이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해.

극 2막에 가장 중요한 사건인 훈춘사건은 일본이 3.1 운동 이후 봉오동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무장독립투쟁이 활발해지자 조선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중국 마적과 짜고 일본공사를 침략하게 하는 사건이야.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더 참혹하게 조선인들을 무차별 학살했고 그 인원만 3만 명이 넘어. 슬프고 힘들 때마다 아리랑으로 감정을 표현해.

: 아리랑을 떠올리니 몇 해 전 국립남도국악원에서 배웠던 진도아리랑이 떠올라. 진도아리랑은 민요의 꺾는 음과 평음, 떠는 음이 가장 잘 나타난 곡으로,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담고 있다고 해. 잘 부르는 기교보다도 맺힌 한을 풀어내듯 불러보라던 선생님의 말이 떠올라.

: 아리랑 하면 단성사에서 상영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도 빼놓을 수 없지. 극 중에서도 신아리랑은 고국을 떠나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는 장면에 사용돼. 어떤 아리랑이건 아리랑이라는 음악이 주는 힘이 남다른 것 같아.

아리랑의 마지막 장면. 이들은 진도아리랑을 부르면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 애이불비의 정신으로 독립을 염원했던 이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터져나왔다.(사진출처 - 신시컴퍼니 홈페이지)
뮤지컬 ‘아리랑’의 마지막 장면. 이들은 진도아리랑을 부르면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 애이불비의 정신으로 독립을 염원했던 이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터져나왔다.(사진=신시컴퍼니 홈페이지)
 

: 아무래도 아리랑의 정서가 애이불비의 정서이기 때문이 아닐까. 조선 침략과 물자수탈, 무차별적 인권 유린을 일삼는 슬픈 현실에서도 공연은 애이불비의 정서를 표현해. 슬프지만 울지는 않고 꿋꿋이 일어나지.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저항시인 김수영의 ‘풀’을 노래로 만든 것인데, 바람보다 먼저 눕고 먼저 일어나 꿋꿋이 견디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일본의 침략으로 평화롭던 한 마을이 파괴되지만 공연은 슬퍼하기보단 당당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서 뜻깊었어.

아리랑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 시절 애환이 담긴 먹거리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역사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핍박받던 시절, 그들의 삶을 우리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어루만져야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우인혜 pwoo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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