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에 한 대 꼴로 다니는 시내버스에 몸을 싣는다. 일상에선 생각도 못하던 번거로움 아니 여유로움이다. 종점까지 향하는 여행! 언젠가 버스종점까지 그저 무작정 당일치기 여행을 가보려 한 적이 있었다. 실천하지 못한 참 오래전 기억이다. 그 기억을 곱씹으며 올림픽 아리바우길 제8코스의 출발점인 명주군왕릉으로 향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개최도시인 정선과 평창, 강릉을 하나로 잇는 트래킹 코스로 올림픽 아리바우길이 조성됐다. 강릉시내에서 502번 버스를 타고 한참을 내달려 종점인 명주군왕릉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 풍경이다. 어느 노래가사처럼 그저 단출한 가방 하나, 카메라 하나를 둘러메고 낯선 곳에 발을 디딘다. 강릉에도 왕릉이 있었나 새삼스러운 의문이 들며 주변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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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리바우길 제8코스 시작점인 명주군왕릉의 부속 건물인 상왕사, 숭의재의 전경. |
우뚝 솟은 기념비 앞에서 답을 얻는다. 명주군왕 김주원은 신라 태종무열왕의 6대손으로 선덕왕이 후사가 없이 죽자 군신들은 그를 왕으로 추대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홍수로 경주 북천이 범람하여 건너올 수 없게 된 김주원 대신 상대등 김경신이 왕으로 추대되고 이 일로 자신에게 화가 미칠 것을 염려한 김주원은 명주(暝州:강릉)로 도피하였다.
그러나 원성왕이 김주원을 명주군왕으로 봉하고 동해안 일대의 강릉·통천·양양·삼척·울진·평해 등을 식읍(食邑)으로 다스리게 하여 김주원은 이곳에서 강릉 김씨의 효시가 되었다.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원래의 묘는 실전(失傳)되어 조선 명종 때 후손 김첨경이 수소문 끝에 원래 자리를 찾아냈다.
능보다 앞서 능을 수호하기 위해 세운 삼왕사, 위패를 모시고 제례를 지내는 숭의재, 능향전, 명왕비각 등의 부속건물이 관광객을 맞이해준다. 그리고 매월당 김시습의 영정을 봉안한 청간사가 있다. 강릉 김씨 23대손인 김시습이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이후 승려가 되어 방랑길을 떠났을 때 명주군 왕릉 재실에 기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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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군왕릉 능향전. 매년 음력 4월 20일에 명주군왕 능향대제가 열린다. |
비가 한 차례 흩뿌리고 지나간 꾸물꾸물한 하늘과 끈적한 날씨 때문인지 여행객은 단출하다. 1200여 년 전의 군왕을 만나러 능으로 향한다. 돌계단을 일부 올라가고 나면 딱히 닦여진 길이 없다. 경사도가 제법 되는 높이를 올려다 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풀숲에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디자 나비들이 풀썩 솟아오른다. 홀로 걷는 길, 1200년 전 군왕을 만나러 가며 ‘죽은 이의 영혼’이라고도 하는 나비만이 동행하자 마치 시간여행자라도 된 듯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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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군왕릉에 오르는 돌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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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을 지나고나면 비탈길을 그대로 올라야 명주군왕릉을 만날 수 있다. |
깊은 숨을 몰아쉬며 왕릉에 이른다. 소나무가 둘러쳐진 능에서 명주군왕이 내려다보고 있을 강릉 시내를 바라본다. 명주군왕릉에는 4개의 장대석을 잇대어 만든 군왕 묘가 있고, 3층으로 나누어진 축대 위에는 망주석, 문인석, 동물석상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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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군왕릉과 망주석, 문인석, 사자석상의 모습. |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석상에서 수없이 많았을 날들의 이지러짐과 소생이 전해져온다. 1200여 년 전 실제 인물과 이렇게 조우한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1200년의 세월을 간극을 오롯이 느끼고 있는 셈이다.
명주군왕릉을 내려와 명주군왕릉 아랫길로 이어져 있는 아리바우길로 여행을 이어간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라 소나무향이 더 짙게 코끝을 지나간다. 이곳이 올림픽 아리바우길이자 강릉바우길임을 알려주는 푯말들이 홀로 걷는 길에도 위안을 안겨준다.
이곳의 시간은 참 평화롭다. 눈길 닿는 곳 마다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무성한 소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들을 타고 오르는 넝쿨 식물이 시공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강릉여행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강릉의 소나무들은 유난히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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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킹 코스에서 만나는 숲길의 아름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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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리바우길을 알려주는 푯말이 코스 곳곳에 있다. |
강릉 소나무가 유명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알려진 일이다. 보현사에서 명주군왕릉에 이르는 강릉바우길은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경복궁을 복원할 당시 기둥으로 쓰일 금강송을 어명을 내려 베고 그 자리에 금강송의 넋을 기리기 위해 어명정 정자를 세워두었다.
땀이 맺히긴 하지만 홀로 걷는 길이 외롭진 않다. 명상을 위해 떠나온 여행은 아니었는데 홀로 걷는 여행은 일상에서 생각보다 잊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불러다 줄 뿐 아니라 마음의 쉼표를 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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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리바우길 제8코스. |
11km의 여정은 송양초등학교 앞에서 끝맺음을 한다. 산에 둘러싸인 아기자기한 초등학교의 풍경과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에 슬며시 웃음이 지어진다. 명상여행이자 시간여행이 되어버린 이날의 여행을 끝마치고 현실로 다시 타임슬립한다.
8코스는 끝이 나지만 경포해변까지 이어지는 9코스는 이어진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푯말이 가야할 길을 여전히 알려주고 있다. 아리바우길을 알려주는 푯말이 낯선 산길에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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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리바우길 제8코스의 종착지인 송양초등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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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리바우길 마지막 코스인 제9코스는 경포해변까지 이어진다. |
여행지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강릉이지만 익히 유명한 오죽헌, 선교장, 경포대, 커피거리 등등 외에도 강릉의 매력은 참 다양하다.
정선에서부터 경포해변까지 이어지는 올림픽 아리바우길의 명품 트래킹 코스도 당연 빼놓을 수 없다. 내년 2월에 열리는 평창올림픽이 부쩍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여행길 중간마다 올림픽을 앞둔 지금 강릉의 매력과 이 활기가 빛이 바래지 않고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걷고 즐기고 오감으로 느낀 강릉여행! 그 여행의 여운으로 또 당분간 혼잡한 일상을 잘 견뎌낼 듯 하다. 여행의 끝마침은 항상 못내 서운하지만 또 되돌아온 일상에서 여행의 추억은 항상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니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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