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스포츠, 문학과 올림픽? 얼핏 관계없는 이종 간의 조합이라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 세계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올림픽과 문학의 정신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다음 달 개최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18개국 200여 명의 문인들이 한데 모여 평화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대학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19일~22일까지 서울대학교와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2018 국제인문포럼을 개최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세계의 젊은 작가들 평창에서 평화를 생각하다-자연, 생명, 평화의 세계를 위하여’라는 부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분쟁, 빈곤, 생태, 문화다양성 등을 주제로 평화의 의미와 가치를 모색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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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을 맞이하여 18개국 200여 명의 문인들이 모여 분쟁, 분단, 젠더, 빈곤 등을 주제로 19일부터 22일까지 국제인문포럼을 서울과 평창에서 개최했다. |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서울대학교 인문관을 찾았다. 어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스포츠 축제에 작가들이 무슨?’ 이라며 생경한 기분을 가질 수도 있다.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 진정한 평화를 고민하는 일은 어쩌면 자명한 귀결이 아닐까?
기조발제에서 김연수 작가는 “전쟁이 일상놀이였고 텔레비전을 켜면 전쟁 드라마가 인기리에 반영되고, 한 달에 한 번은 북한의 공습에 대비해 등화관제의 밤이 있던, 우리는 분쟁지역의 아이들이었다.”고 말하며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일으켜야 하고 그것이 바로 문학하는 이들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문학하는 이들의 운명’에 천착해 나아가기 위해 국제인문포럼의 1세션 토론장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1세션은 ‘분쟁 혹은 분단’을 주제로 분쟁의 아픔을 겪었던 세계 지역의 작가들이 발표를 이어나갔다. 1세션부터 3세션은 같은 시간에 각기 다른 홀에서 진행됐다.
첫 발표자는 팔레스타인 학자인 칼레드 흐룹(Khaled Hroub) 교수였다. 그는 가자 지구 피난민 캠프에서 두 다리를 잃고도 비참한 상태를 견디며 이스라엘 점령에 대항했던 이브라힘이 9년 뒤 또 다른 공습으로 사망하기까지 이브라힘의 삶에 대해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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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학자인 칼레드 흐룹(Khaled Hroub) 교수. 그는 가자 지구 피난민 캠프에서 사망한 이브라힘의 생애에 대해 들려주었다. |
흐룹 교수에 따르면 UN이 조사한 결과 2014년 전쟁에서만 2,2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사망했고 3,374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 중 1천 명은 영구적으로 불구가 됐다고 한다.
인류는 평화를 꿈꾸고 평화를 노래하지만 세계의 곳곳은 여전히 전쟁의 상흔과 현재진행형인 끔찍한 전쟁의 참상을 겪고 있다. 우리는 흔히 우리를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이름으로 정의 내린다. 그러나 조국이 나뉘어졌던 상흔과 현재 진행형인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뿐이 아니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바기프 술탄르(Vagif Sultanly) 작가는 21세기 현재에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식민 통치 아래 살며 모국어로 글을 쓰거나 읽을 권리를 박탈당한 남부 아제르바이잔의 비극적인 현실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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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출신 바기프 술탄르(Vagif Sultanly) 작가.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와 이란 간의 전쟁 이후 조약에 의해 북부와 남부로 나눠졌다. 소련 붕괴 이후 독립을 이룬 북부와 달리, 남부는 여전히 이란의 통치를 받고 있다. |
“중동 및 근동지역은 새의 노래 대신 총포 소리를 듣고, 결혼식은 장례식으로 변한다. 학교는 폐쇄되고 국가 기반은 붕괴됐다.”라고.
그래서 그는 “문학예술의 사명은 인간이 인간에게 속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본주의적 양식이 사라지지 않도록 상기시키는 일이며, 작가는 세계 정치사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본주의적인 아이디어로 가득찬 양질의 작품을 써야 한다.”고 연거푸 강조했다.
포럼에서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가들이 문인으로서 평화에 깊은 책무감과 사명을 갖고 있음을 느끼게 됐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고 하나 전 세계의 광풍 같은 분쟁 앞에 작가들은 문학의 한없이 약한 힘을 절감하면서도, 그렇기에 평화를 더욱 노래하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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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역사를 거쳤던 베트남의 젊은 20대 작가 후인 쫑 캉. 그는 “우리는 매 순간 지리, 피부색, 이념, 종교 등으로 인해 분단되어 있다.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는 이유가 백만 가지 있는데 서로 사랑하는 이유는 아직 찾지 못한 불행한 종족”이라고 언급했다. |
패널들과 함께한 토론 시간, 더 깊고 무거운 논의가 가슴을 때려댔다. 팔레스타인 출신 칼레드 흐룹 교수의 단 한 마디 문장에 머리를 맞은 듯 했다. “우리는 그저 지루하고 심심한 일상을 원한다.”는 그 한 문장이 안온한 내 일상을 마치 나무라는 듯 다가왔다.
찻잔 속에 폭풍이 불어봐야 찻잔을 넘어서는 일은 없다. 저 광야에 부는 폭풍에 비할 수도 없다. 전쟁과 분단으로 기본적인 인권과 최소한의 평화를 상실한 이들을 이해할 가슴이 그동안 없었다. 내 일상에 부는 찻잔 속에 폭풍이 버거워서였다고 항변해 보지만 고작 찻잔 안의 일이었을 뿐이다.
“중립과 무관심은 비겁함이며 범죄에 동조하는 것이다. 언급되지 않은 참상과 슬픔을 조명하고 정의의 편에 서서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흐룹 교수의 맺음말은 더 묵직함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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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션 ‘분쟁 혹은 분단’ 토론의 장. |
뉴스를 통해 분쟁으로 고통 받는 세계의 참상을 잠깐씩 목도하고 경악하지만 TV를 끄면 또 금세 잊고 만다. 그러나 비참한 현실은 여전히 TV 너머에 존재한다. 전 세계인의 축제라고 일컬어지는 올림픽이지만 TV화면으로조차 평창에 초대받지 못하는 전 세계 분쟁지역의 인구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일까?
19일의 마지막 일정은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시민들과 함께한 평화낭송회였다. 국내외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낭송하며 시민들을 만났다. ‘문인들’만의 이야기로 평화에 대한 논의를 남겨두지 않은 참신한 기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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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작가들은 시민들과 함께 평화낭송회 시간을 가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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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낭송회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는 김선향 시인. |
문인들은 다음날 임진각에서 도라산역까지 DMZ를 돌아보고 이후 평창 올림픽 플라자와 평창문학기행을 마친 후, 평화선언문을 만드는 것으로 국제인문포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을 주요 목표로 표방하며 평창이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평화를 목표로 한 올림픽의 정신이 오롯이 구현되기 위해서 더디더라도 평화를 한 땀씩 짓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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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은 21일 임진각에서 도라산역까지 DMZ를 참관하고 평창에서 ‘지역과 세계’를 주제로 마지막 포럼을 열었다.(사진=국제인문포럼) |
‘문학’을 통한 평화에의 갈구, 공감과 소통은 평화의 소중함을 도처에 심는데 분명 자양분이 될 터. 이번 국제인문포럼을 통해 분쟁국, 분단국이라는 같은 공감과 더 아픈 이들을 향한 소통, 평화에의 열망을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의 묵직한 가치를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길, 평화를 지어가는 소통 창구로 자리하길 빌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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