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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은 평화의 전주곡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으로 갖게된 남북관계 기대감 ②

2018.06.14 정책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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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나면 다시 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 이 표어가 몹시 익숙하다면 70~80년대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가 분명하다. 80년대 학교에서는 그랬다. 철철이 반공 포스터나 표어, 글짓기 대회를 했다. 포스터엔 머리에 뿔이 달린 공산당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어린 난, 공산당은 그렇게 뿔을 지닌 무서운 존재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반공교육의 힘이었다.

유난히 간첩에 예민한 시절이기도 했다. 길거리의 전봇대나 담벼락에 반공 표어나 포스터로 간첩을 알아보는 방법을 알렸다. 넓고 하얀 깃의 까만 교복을 입은 언니는 한 번씩 수상한 사람을 신고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언니는 경찰 아저씨에게 칭찬을 들었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65년 만에 마주 한 북미 정상의 모습 (출처=ktv)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65년 만에 마주한 북미 정상의 모습.(출처=KTV)
 

바닥에서 주운 종이를 엄마에게 내민 건 오빠였다. 만지면 안 되는 걸 대하듯 심하게 놀란 엄마의 표정으로 그게 ’삐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려도 알 건 알았다.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던 세대임에도 전쟁은 먼 얘기였다. 사실 나는 한국전쟁의 아픔을 영화로 느꼈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 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전쟁 중에는 가족과 생이별을 할 수도, 적이 된 형제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잔인하고 슬펐다.

전쟁을 영화로 느낀 내가 전쟁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위협을 빌미로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북한의 핵실험 속보는 장장 12년 동안 계속됐다. 핵실험, 미사일 등과 같은 말들이 떠돌 때면 전쟁의 공포는 조금씩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음을 말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두 발언 모습. (출처=ktv)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음을 말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두 발언 모습.(출처=KTV)
 

어린 아들이 핵이 폭발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듣고 내게 말했다. 마음이 안 좋았다. 막연한 공포는 내 마음에 닿아 형체를 지닌 두려움을 만들었다. 핵실험이 만든 긴장 분위기는 우리나라 뿐 아니었다. 주변국과 직접적인 위협의 대상인 미국도 민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최악의 고비는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기 전후였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결정하기까지 북미 정상이 주고받는 위협의 중심에 나와 우리가족의 일상이 담보로 존재했다. 북미 정상의 치열한 말 폭탄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 현실적 폭탄이 돼 날아올 수 있었다. 많은 나라가 한국을 관광 위험국가로 선정했고, 이름있는 종군기자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불안하고 무서웠다. 모두가 전쟁을 염두에 뒀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공포는 더 극대화됐다. 누군가는 소형라디오와 생존배낭을 마련했고, 극으로 치닫는 한반도의 상황을 누구도 쉽게 낙관하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 용산 전자랜드 TV매장에서 북미정상회담 한 시민이 생중계 화면이 방송되고 있다.(출처=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 용산 전자랜드 TV매장에서 북미정상회담 한 시민이 생중계 화면이 방송되고 있다.(출처=뉴스1)

반전 분위기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형성됐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감사했다. 전쟁에서 한 발자국 멀어질 수 있게 한 모든 상황이 말이다. 상대와 소통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은 근거가 있었다.

그리고 6월 12일, 북미 정상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휴전 후 65년 만이다. 두 정상이 손을 맞잡는 모습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보편적 불안을 안고 살아온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남다른 감정이 차올랐다. 만나지 않고 서로를 비방하는 것과 상대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지독한 막말을 쏟아내던 두 정상이 마주 보고 악수하는 순간, 한반도의 역사는 전환점을 맞았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회의적인 시선과 이런 것들을 다 짓누르고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마주앉은 것은 훌륭한 평화의 전주곡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두발언이 인상 깊었다. 

남다른 감회로 북미정상회담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모습. (출처=청와대)
남다른 감회로 북미정상회담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모습. (출처=청와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역대 북한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했다. 이전과 달랐다. 진정성과 용기가 느껴졌다. 더불어 북미 정상의 공동선언문 속 ‘완전한 비핵화’ 역시 많은 것을 아우르는 말이라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새들이 이집트를 향해 날기 시작하면 그들은 이미 이집트에 있다.”는 말이 있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4시부터 지금까지 현재 진행 중이고, 반공포스터를 그리던 아이는 이제 40대 어른이 됐다. 가끔은 뭔가를 끝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새롭게 써 내려갈 역사를 응원과 관심으로 지켜볼 것이다. 최고의 희망을 지난 채 말이다.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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