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하루의 열기가 조금씩 꺾여가고, 무기력하게 녹아내릴 듯 달궈졌던 거리가 활기를 찾아갈 무렵, 발걸음이 모인 곳이 있다. 동네서점이 야심차게 준비한 ‘심야책방’이다. 심야책방에서는 무슨 일이 펼쳐지고 있을까? 작지만 개성 넘쳤던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서울 양천구 양화초등학교 앞에 자리한 ‘꽃피는 책’. 이곳은 생태·문학 전문 서점을 표방하고 책과 식물을 팔고 있다. 모인 동네 주민들은 오순도순 테이블에 앉아 천연 모기기피제를 만들었다. 책방 주인장이 일러주는 대로 말린 구문초를 작은 주머니에 담으면 완성된다. 주머니에서는 구문초의 향기가 기분 좋게 퍼져 나왔다.
서점 ‘꽃피는 책’의 심야책방 참가자가 천연 모기기피제를 만들고 있다. |
완성한 모기기피제를 들고 주인장과 함께 책방을 나섰다. 저녁의 시원한 기운이 물들고 있는 인근 용왕산을 산책하기 위해서다.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주인장은 숲속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산을 오르며 푸른색은 식물이요, 움직이는 것은 동물이라 생각하며 쉽게 지나가던 존재들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숲에서 채취한 풀과 나뭇잎으로 손수건 물들이기를 했다. 우연히 발견한 자연의 기억이 손수건 속으로 각인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오사다 히로시 작가의 그림책 ‘첫 번째 질문’을 낭독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심야책방에서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는 ‘꽃피는 책’의 김혜정 대표. |
‘구름은 어떤 모양이었는지, 바람은 어떤 냄새였는지’ 성인이 되어서는 받아보기 힘든 질문들을 던지며, 숨겨놓은 감정들을 터놓는 해방의 시간이었다. 잊고 살았던 동심이 고개를 빼꼼히 들었다.
‘꽃피는 책’의 김혜정 대표는 “보통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데, 손님들이 늦게까지 문을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하곤 했었다”며 “심야영업을 고민하던 중 마침 ‘심야책방의 날’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산과 책을 함께한 ‘꽃피는 책’의 심야는 푸른 자연으로 물들고 있었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점 ‘꽃피는 책’ 전경. |
향기가 있는 서점 ‘프레센트.14’는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유럽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작고 예쁜 빈티지숍을 연상케 한다. 이곳 주인장 최승진 대표는 향기마케팅 업체에서 조향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 책에서 영감을 얻어 향기를 만들다가 서점까지 오픈하게 됐다고 한다. 서점은 책을 테마로 한 디퓨저와 책으로 가득 차 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향긋한 내음이 책과 함께 반긴다. 최 대표는 이날 영화에서 향기를 찾고자 심야영화를 준비했다. 함께할 영화는 ‘ 500일의 썸머’. 조그만 가게가 사람들로 가득 차기 전, 대여해 온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부지런히 설치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서점 ‘프레센트.14’ 전경. |
사전에 심야책방 참가자를 모집했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멀리서 버스를 타고 찾아온 부부, 막 퇴근한 직장인, 대학생 등 참가자들이 반갑게 모였다. 서로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늦은 밤 서점을 찾아왔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친근한 눈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물리치료사로 일한다는 한 직장인은 “일이 끝난 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모임을 찾고 있었다”며 “늦은 시각까지 운영하는 심야책방에서 영화도 함께 보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소식에 바로 신청했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심야책방 프로그램으로 영화상영을 진행했다. |
주인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정성스럽게 준비한 시원한 맥주와 와인, 그리고 영화에 빠질 수 없는 팝콘과 스낵이 테이블에 준비됐다. 창문 밖 어둠이 시원히 깔리고, 조명이 꺼진 어둑한 서점에서 심야영화가 시작됐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해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수다의 시간도 준비됐다. ‘프레센트.14’는 영화와 향기 그리고 책이 밤을 채워가고 있었다.
심야책방 프로그램으로 영화상영을 진행한 서점 ‘프레센트.14’. |
최 대표는 “심야책방이 단지 영업을 늦게까지 한다는데 멈춰서는 한계가 있다”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사람들은 저절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심야책방의 날’에 참가한 서점들이 개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지난달 27일, 두 번째 ‘심야책방의 날’이 전국에서 시행됐다. 지난 6월 전국적으로 77개 서점이 참가한 데 이어 7월에는 104개 서점이 참여했다.
심야책방을 열고 있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서점 ‘인공위성’. |
‘심야책방의 날’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함께 ‘2018 책의 해’를 맞아 시행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밤새 문을 여는 서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지난 6월 첫 회를 시작으로 오는 12월까지 진행된다.
매달 참여를 희망하는 서점들이 마지막 주 금요일에 정규 개점 시간을 연장해 밤 12시 까지는 예외 없이 문을 연다. 그 이후 시간대는 서점마다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자기 색깔에 맞는 이벤트를 곁들여 시민들과 함께한다.
심야책방 7월 공통미션 ‘심야의 원고청탁’. |
참여 서점과 이벤트의 내용은 매달 달라진다. ‘일상생활을 책으로 엮어보기’, ‘한밤의 오픈 북 시험’, ‘서점대표의 디제잉’, ‘파자마 파티’ 등 준비된 이벤트도 기발하고 다채롭다. 참여 서점들의 이름과 위치 등은 ‘2018 책의 해’ 홈페이지(www.book2018.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가 매달 마련하는 공통 미션과 굿즈도 있다. 7월의 공통 미션은 ‘심야의 원고청탁’이었다. 각 심야책방에 놓인 미션카드(심야의 원고 청탁서)를 찾아 청탁서에 제시된 25개의 단어 중 하나를 선정하여 좋아하는 작가에게 글을 청탁하는 미션이다.
‘심야의 원고청탁’을 마친 사람들에게는 소정의 선물이 제공됐다. |
‘심야의 원고청탁’을 마친 사람들에게는 소정의 선물이 제공됐다. 심야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면 ‘2018 책의 해’ 메시지 에코백도 받을 수 있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동네 책방을 경험하고 싶다면, 심야책방을 찾아가 보자.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 시원한 북캉스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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