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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과 고3 수험생 가족의 명절

[우리가족 명절대화 아이템 ②] 대학입시와 교육정책

2019.02.01 정책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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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국어가 어렵다고 하던데 수능시험 잘 봤니?”
“수시 지원했다고 들었는데 결과 발표가 났을 텐데?”
“OO는 이번에 명문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더라. 그런데 너는?”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건네는 말이지만 그것이 수험생 당사자의 마음엔 비수처럼 날카롭게 생채기를 남긴다. 비단 수험생뿐이겠는가!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도 덩달아 마음이 불편하다. 오죽하면 지인은 수능시험 성적이 나온 뒤 아무도 모르는 먼 곳으로 몰래 이사라도 가고 싶다고 했을까? 

대구여고 3학년 교실에서 자신의 수능 성적을 확인한 학생들이 담임 교사와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대구여고 3학년 교실에서 자신의 수능 성적을 확인한 학생들이 담임 교사와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출처=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능 성적을 확인한 학생들이 담임 교사와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출처=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설날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아가는 가족이나 친지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덕담을 나누면서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날, 하필이면 그 자리에 참석하기 괴로운 이가 있다. 대학에 지원한 뒤 노심초사하면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들이다.

합격의 기쁨을 맛본 수험생이 아닌 다음에야 설 연휴를 차라리 혼자 집에서 보내는 게 마음이 편하다. 어른들은 그런 수험생을 향해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씩 툭툭 관심의 표현을 던진다. 그들은 속으로 외친다. ‘그냥 관심 꺼주세요!’ 라고.

요즘 드라마 한 편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바로 ‘SKY캐슬’이다. 드라마 내용은 상류층 부모가 자녀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려고 입시 코디에게 수십억 원을 지불하는가 하면 심지어 학교 시험지를 빼돌려서라도 성적을 올리려고 한다. 이 드라마는 자녀의 미래 성공을 담보로 부모의 욕망을 자녀에게 투사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만큼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여럿이 모이기만 하면 드라마를 화제 삼아 수다를 이어간다. 이번 설날에 모인 친지들의 반응은 어떨까? 가상으로 꾸며봤다.

2019정시지원 전략설명회를 찾은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출처=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정시지원 전략설명회를 찾은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출처=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필자 : 엄마가 정말 독종이에요. 자기 딸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아요. 입시 코디한테 수십억 원을 주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형님 : 나도 한서진 만큼 돈이 많다면 내 딸을 위해서 그 정도를 쓸 수 있겠어요. 사교육비에 그리 많은 돈을 들일 수 없어서 안타깝고 내 딸한테 미안해요. 나보다 훨씬 능력있는 부모를 만났더라면 날개를 단 격일 텐데요.

남편 : 드라마는 단순히 수시 학종의 문제만을 꼬집고 있지 않아요.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해요. 흔히 SKY라고 부르는 명문대부터 내려오는 대학 서열화가 큰 문제에요. 대학 서열화에 따른 학벌 격차가 직업 격차로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의 취업에 유리하단 이유로 자녀를 어떻게든 명문대에 보내려고 하지요. 그런데 이젠 그것도 과거의 일이 되겠지요.  

입시 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 아버지가 배치표를 보고 있다.(출처=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입시 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 아버지가 배치표를 보고 있다.(출처=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조카 : 맞아요. SKY라고 부르는 명문대를 진학한다고 해도 딱 3월 한 달만 합격의 기분에 도취해 있어요. 4월부터는 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할지를 고민해야만 해요. 다들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스펙을 쌓느라 고등학생 때보다 더 바빠요.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일자리가 없으니 고민이죠.

필자 : 우리가 대학생이었던 지난 90년대만 해도 명문대생은 졸업하기도 전에 여러 대기업에서 입사 제의를 받았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진 건가요?

조카 : 그때보다 취업문이 훨씬 좁아졌어요. 대기업에서도 신입직원을 거의 채용하지 않아요. 설령 채용한다고 해도 인원이 적어요. 대학을 졸업한 선배들 보니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해도 큰 이점이 없던데요. 

아주버님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그동안 사람들이 하던 수많은 일들을 인공지능이나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지요. 그러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요. 값비싼 사교육비를 들여서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다고 한들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세상이 오고 있어요.

필자 : 그래서 무조건 명문대를 고집하는 것보다 본인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겠네요. 명문대 간판이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애써 명문대에 진학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겠고요.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마지막 모의평가에 응시한 3학년 학생들.(출처=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마지막 모의평가에 응시한 3학년 학생들.(출처=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설 명절 연휴에 대학 입시에 이어 교육, 취업에 이르기까지 친지들 간 대화가 이어지다 보면 다들 숙연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입시 경쟁도 치열하고 사교육비에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 자녀 교육에 올인하다보니 중년의 부모는 정작 자신의 노후를 대비할 여유가 없다. 

이대로 교육 문제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교육부는 올해 지역산업 밀착형 직업계고 도입, 고졸 중소기업 취업자 장려금 지원, 국립대학 육성사업, 신산업 분야 대학교육 혁신기반 마련,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 등을 주요업무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SKY캐슬’이 더 이상 우리의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아닐 날이 오길 바라본다.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
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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