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기 새의 배를 갈랐더니 플라스틱 조각으로 가득했다. 인간들이 쓰고 버린 쓰레기다. 꽤나 충격적인 장면이다.
죽은 아기 새의 배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
인간이 사는 대륙과 2000마일 이상 떨어진 고도에 서식하는 알바트로스의 새끼들이 죽어가고 있다. 어미 새는 플라스틱 조각들을 먹이인줄 알고 가져다 아기 새에게 먹였다.
아기 새는 뱃속에 가득 찬 플라스틱 때문에 질식 혹은 중독되거나 굶어 죽었다.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의 작품이다. 그는 쓰레기를 소재로 현대 소비사회를 비판하며 인간이 언젠가는 그 죗값을 치르게 될 거라고 말했다.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잔디광장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
육지에 쌓여가는 쓰레기에 비례해 해양 쓰레기도 쌓여간다. 우리가 육지에서 버린 쓰레기는 육지에 그대로 남아있지 않는다. 빗물에 실려서 하천으로 또 하천에서 해양으로 흘러들어간다. 또한 해양에 버려진 쓰레기가 파도나 해류에 실려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 그러다 새나 물고기가 먹이인 줄 착각해서 먹고 죽임을 당하곤 한다.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해양수산부가 환경부와 협업해서 바다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일명 전국 바다 대청소다.
지난 5월 24일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연안정화활동이 있었다. 부산은 바닷가에 인접한 항구도시다. 부산의 남서쪽에 있는 다대포는 낙동강 하구와 만나는 곳이어서 하천을 따라 유입되는 쓰레기가 많다.
해양 쓰레기 실상을 알리는 사진전. |
행사 시작 전 다대포해수욕장 잔디광장에서는 해양 쓰레기의 실상을 알리는 전시회, 체험행사가 있었다. 여느 사진전과 달리 사진 작품들이 아름답지 않다.
바닷가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들을 고발하는 사진전이었기에 사진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탄식했다. 그런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가 쉽게 쓰고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왔다.
이종명 소장이 기자단을 대상으로 연안정화활동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
이종명 한국해양쓰레기 연구소장이 연안정화활동에 참가한 기자단을 대상으로 야외 강연을 했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시작될 연안정화활동을 주제로 한 강연이었다.
국제 연안정화의 날은 1986년 미국에서 시작돼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에 이뤄진다. 100여 개 국 50여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환경행사다. 국제 연안정화의 특징은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 세계 공통의 조사카드에 기록함으로써 어떤 쓰레기가 많은지 조사한다. 원인 별로 구분해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을 바꾸는 정책이나 제도의 수립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의 종류가 많다. |
가장 많이 발견된 쓰레기. |
가장 많이 발견된 쓰레기는 무엇일까? 2017년 국제 연안정화 행사가 전국 97개 지역에서 열렸고 4천여 명이 참가했다. 약 68km의 해안에서 시민들이 9만6000여 개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그 결과가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담배 및 담배꽁초, 각종 비닐봉지, 음료수 병(플라스틱), 일회용 종이컵 및 종이접시, 일회용 플라스틱 음식포장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권을 차지하는 쓰레기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동일하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직접 바다에 버린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육지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빗물이나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어서다. 그렇다면 단순히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것만으로는 바다 쓰레기의 양을 줄일 수 없다.
연안정화활동에 참가한 해양수산부 및 환경부 소셜 기자단. |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가량 3~4명이 한 조가 되어서 다대포 연안을 다니면서 연안정화활동을 수행했다.
다대포 연안을 다니면서 조원들이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줍는다. |
조별로 각자 사방으로 흩어져서 눈에 띄는 대로 쓰레기를 주웠다. 모래사장에 묻힌 비닐봉지, 산산조각이 난 스티로폼, 플라스틱 병뚜껑, 유리조각 등이 군데군데 보였다.
조장이 조사카드에 쓰레기의 항목과 개수를 표시한다. |
조장은 조원들이 주워 온 쓰레기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일일이 조사카드에서 항목을 찾아 개수를 표시했다.
쓰레기를 줍고 조사카드에 표시하다 보니, 어떤 쓰레기가 많은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
쓰레기를 줍고 조사카드에 표시하다 보니 어떤 쓰레기가 많은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들도 쓰레기를 줍느라 한창이다. |
기자단 일행과 같이 자원봉사하는 여러 단체들도 연안정화활동에 참가했다. 뙤약볕에 한여름을 연상케 하는 날씨였지만 쓰레기를 주우면서 점차 깨끗해지는 바닷가를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정해진 시각이 지났건만 여기저기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조사카드에 표시한 쓰레기를 집계한다. |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수거한 쓰레기가 산을 이루다시피 했다. 나와 한 조였던 환경부 소셜 기자단 최미소 씨는 “지금까지 서너 번 연안정화활동에 참가해서 바다 쓰레기를 수거했다. 매번 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많았다. 따라서 해수욕장 출입객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라고 소감을 말했다.
연안정화활동으로 다대포 연안이 깨끗해졌다. |
오늘의 연안정화활동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이종명 소장은 "바닷가에서 발견되지 않을 것 같은 쓰레기들이 많다. 쓰레기는 문명생활을 반영한다” 라고 말했다.
우리가 일상생활하면서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을 순 없다. 물론 1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쓰레기의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각자의 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쓰레기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활용 여부를 따져 정확히 분리수거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줄여나갈 수 있다. 알바트로스의 비극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의 경고처럼 우리 인간에게 고스란히 되돌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