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도에는 경찰이 차 앞을 막아서고 합승을 하라고 했지. 승객은 넘쳐나는데, 택시는 한참이나 부족했으니까.“
늦은 저녁 택시에서 만난 기사 A씨는 이렇게 과거를 떠올렸다. 올해로 50여년째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는 A씨는 우리나라가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시절, 택시 합승이 불법인 지금과는 다르게 오히려 합승이 장려되었다고 말했다.
서울 곳곳이 개발되기 시작해 사람들이 모두 택시를 찾았고, 승객과 기사들이 합심하여 비슷한 목적지의 승객들을 모아 태우고 출발했다는 것이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 발표.(출처=국토교통부) |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7일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택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플랫폼 업계가 다양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을 마련하고 사회적 기여를 통해 택시와 상생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존에도 플랫폼 택시의 일종인 카카오T(호출형), 웨이고, 마카롱 택시(브랜드형) 등이 운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필요, 기호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자녀 통학, 실버 케어, 관광·비즈니스 지원, 통역 등)를 선택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택시에도 브랜드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아울러 8월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택시 동승 서비스도 첫발을 내딛었다. 반반택시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반반택시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승객의 자발적인 동승을 주선하는 서비스로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 규제특례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37년만에 택시 합승이 가능해졌다.
반반택시는 심야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서비스다.(출처=반반택시 어플리케이션) |
반반택시는 심야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서비스이다. 늦은 밤 번화가의 승차난 해소를 위해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서울 6개 권역(△강남·서초 △종로·중구 △마포·용산 △영등포·구로 △성동·광진 △동작·관악)에서 반반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출발지는 서울 12개 구로 한정되지만, 목적지는 어디로든 설정 가능하다.
반반택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반반택시’ 어플을 다운로드 받아 간단한 본인인증을 거치고 카드를 등록한 후 이용할 수 있다. 택시 동승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면 반반택시 앱 내에 ‘나눠타기’ 옵션을 선택하여 택시를 호출하면 된다. 인접 지역 1km 이내에 있는 다른 승객과 이동구간이 70% 이상 겹칠 경우 매칭이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기사의 개입은 전혀 없다.
승객들의 자발적인 택시 동승을 지원하는 서비스답게 반반택시를 이용할 경우 운임은 기존보다 저렴해진다.(출처=반반택시 어플리케이션) |
승객들의 자발적인 택시 동승을 지원하는 서비스답게 반반택시를 이용할 경우 운임은 기존보다 저렴해진다. 운임을 나눠내기 때문이다. 대신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는 2000원, 밤 12시부터 오전 4시까지는 3000원의 호출료를 지불해야 한다.
승객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고, 기사 입장에서는 호출료를 받을 수 있으니 윈윈(win-win)시스템인 셈이다. 그동안 기사 주도로 암암리에 이뤄져 왔던 불법 합승과는 전혀 다르다.
반반택시는 동성끼리만 동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좌석도 앞자리와 뒷자리로 구분되어 자리가 지정된다. 이외에도 실명가입시스템, 24시간 불만접수 및 처리체계 등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있다.
시행 초기라 아직은 반반택시에 대한 홍보가 덜 된 것 같았다. |
직접 현장에 나가 반반택시에 대한 반응들을 들어봤다. 시행 초기인만큼 아직은 홍보가 좀 더 필요해 보였다. 평소 늦은 밤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 모 씨는 ”기존 택시는 가격이 부담스럽고, 심야버스는 배차 간격이 넓은데다 원하는 곳에 가려면 환승해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며 ”반반택시가 활성화된다면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야시간에 만난 한 택시기사는 “반반택시라는 서비스를 처음 들었고 이용하는 방법도 좀 복잡할 것 같다“며 ”기사들에게도 동승을 할 만한 더 많은 유인을 주고, 조금 더 유동적으로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다양한 운송 서비스들이 시행되며 도로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이번 달부터 시행된 반반택시로 이제 늦은 밤 번화가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발을 구르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다양한 택시 서비스들이 도로 위를 누빌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