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는 아내를 대신해 프리랜서인 내가 살림을 많이 하는 편이다. 마트에 들려 장을 봐온 날이면 어김없이 아내의 잔소리가 날아든다.
“여보, 계란 유통일자 확인해서 사오라고 했는데 또 며칠 안 남았네! 이걸 언제 다 먹냐고?” “알았어. 알았어. 다음에 잘 확인하고 사올게.”
하지만 다음 시장 보는 날이면 또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아무 달걀이나 사온다. 내 고향은 화성이고 아내의 고향은 금성인 탓이다.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와 닭의 사육환경을 나타내는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 |
이런 내게 다시 더 큰 고민이 하나 생겼다. 8월 23일부터 ‘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표시제’가 전격 시행됐다. 좋은 정책이 생겼는데 왜 고민이 생겼냐고? 유통기한도 매번 확인을 안 해 잔소리를 듣는데 아내로부터 “여보, 달걀 살 때 산란일자 표시 마지막 숫자 확인해서 가급적 1 또는 2가 찍힌 달걀만 사와 알았지!” 라는 특명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도대체 마지막 숫자가 무얼 의미하기에 1이나 2가 찍힌 달걀을 사오라는 것일까?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을 했다. 산란일자 표시제는 8월 23일부터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 4자리 숫자를 포함해 생산자 고유번호(5자리), 사육환경번호(1자리) 순서로 총 10자리를 표기하는 제도다. 아하!
예를 들어 달걀 껍데기에 ‘0823M3FDS2’가 표시돼 있다면 산란일자는 8월 23일이고, 가축사육업 허가·등록증에 기재된 생산자 고유번호가 ‘M3FDS’인, 닭장과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도록 키우는 사육방식에서 생산된 달걀이다. 즉 마지막 숫자는 닭이 어떤 환경에서 사육되었는지 표현하는 숫자인 것이다.
자연방사하여 닭을 키우는 사육환경번호 1인 가평군 이화농장의 닭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
사육환경번호 1은 방사로 닭이 방목장에서 자유롭게 다니도록 키우는 사육방식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토종닭이라는 개념인데 주변에서 찾기 쉽지 않다.
사육환경번호 2는 닭장과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도록 닭에게 절반의 자유를 허한 사육방식이다. 양계업자에게 물었더니 2 방식도 드물다고 한다.
마트에 전시된 달걀. |
사육방식 3과 4는 둘 다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방식이지만 케이지의 면적에 따라 달리 표기된다.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의 닭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케이지 면적을 마리당 0.075㎡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를 적용한 양계장은 3이고, 아직 적용하지 않고 마리당 0.05㎡의 케이지 면적에서 사육하면 4이다.
적정 사육면적에 대한 조정 법안은 기존 닭 사육 농장의 경우, 6년간 유예된 상태라 6년 후에는 사육환경번호 4는 아예 사라진다.
달걀 껍데기에 표시되는 10자리 정보는 차례로 나열해 1줄로 표시하거나 산란일자와 그 나머지 정보를 나누어 2줄로도 표시할 수 있다니 한 줄이나 두 줄이나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다.
마트에 납품된 달걀을 조사했더니 산란일자 표기제를 100% 준수하고 있다. |
직접 여러 군데 마트에 들러 달걀 코너를 유심히 살폈더니 산란일자가 표시되지 않은 달걀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사육환경번호 1이나 2가 찍힌 달걀은 한정수량만 생산돼서 그런지 찾아보기가 힘들다. 아울러 일부 포장된 달걀의 경우 내부에 찍힌 산란일자를 일일이 열어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은 개선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사육환경번호 3인 달걀. |
달걀 산란일자 표시제 전면시행으로 신선한 달걀을 안심하고 고를 수 있게 돼 엄지 척! 하고 싶다. 달걀의 산란일자 표시도 중요하지만 달걀의 보관, 유통, 매대 진열 과정에서 온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산란일자 표시가 무의미해지는 만큼 유통과정에서 철저한 온도관리도 산란일자 표시제만큼 챙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