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빈 공간으로 방치된 폐교를 미술관, 박물관, 생활문화센터 등 지역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켜 다시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구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도 폐교를 리모델링하면서 탄생한 공간이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애틋한 모교가 문화공간으로 바뀌면서 지역주민의 일상에도 문화예술이 자연스레 스며들고, 지역공동체 강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도서관 이름부터 역사적 기운이 느껴지는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을 찾아가 지역민들과 함께 이용해보며 그 현장을 둘러봤다.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은 지난 2017년 아양중학교와 신암중학교 통폐합에 따라 폐교로 지정된 신암중학교에 설립된 학생도서관으로써 전국 최초로 폐교를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한 사례다.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은 지난 2017년 아양중학교와 신암중학교 통폐합에 따라 폐교로 지정된 신암중학교에 설립된 도서관으로 전국 최초 폐교를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한 사례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은 폐교된 신암중학교에 예산 80억 원을 투입해 지상 4층 규모로 기존 건물을 새롭게 단장했다.

대구광역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건물을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함으로써 학교와 도서관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며 “학생, 학부모, 시민 모두가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써 문을 열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2·28도서관 이름처럼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대구 2·28민주운동의 정신계승과 함께 각급 학교도서관 지원 등 학생을 위한 특화된 도서관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도서관 앞마당에 기증받은 ‘2·28찬가 노래비’ 모형을 배치해 의미를 더했다.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입구에 마련된 스마트 도서관의 모습.

버튼만 누르면 문학 작품이 친환경 영수증에 인쇄되는데,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대구광역시 생활밀착형 독서 서비스이다.

1층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스마트 도서관’이 반겨줬다. 스마트 도서관이란 예약 없이 진열된 도서를 바로 대출·반납할 수 있는 무인 자동화기기를 말한다.

로비에 들어서니 ‘문학자판기’ 라는 게 있었다. ‘짧은 글’, ‘긴 글’ 중 하나의 버튼을 선택하니 500자부터 2000자에 이르는 소설·시·명언·수필 등 문학작품이 무작위로 영수증 형태의 친환경 종이에 인쇄됐다. 문학자판기는 청소년이 직접 참여해 청소년 참여예산으로 추진된 아이디어다.

뿐만 아니라 로비 왼쪽에는 2·28민주운동과 관련된 역사자료 현판 4개를 설치해 민주시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코너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김 모(28) 씨는 “호기심에 문학자판기를 누른 후 이제는 출근 도장 찍듯 이용하고 있다”며 “몇 년째 취업관련 서적만 읽느라 문학도서까지 챙길 틈이 없었다. 짧게나마 문학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1층 어린이자료실 외관. 천장이 낮고 폭이 좁은 복도식 학교 건물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막힌 벽을 없애고 밝은 컬러와 조명이 더해져 천장이 높은 카페 같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유아자료실은 형형색색의 다양한 연필 디자인으로 쉽게 책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다음으로 어린이자료실과 유아자료실로 향했다. 천장이 낮고 폭이 좁은 복도식 학교 건물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막힌 벽을 없애고 밝은 컬러와 조명이 더해져 천장이 높은 카페 같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자료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그림책 계의 유튜브인 ‘아이윙 스트리밍북 플레이어’이다. 아이들이 보고 싶은 그림책 카드를 선택하면 영화처럼 책을 볼 수 있도록 해 스스로 독서습관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에서는 이용자 편의를 위한 사서&북큐레이션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었다. 사서&북큐레이션은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전시작품을 기획하고 설명해주는 큐레이터와 마찬가지로 도서관 소장 도서 중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망설이는 이용자를 위해 매월 특정 주제를 선정하고 기획해 책과 함께 전시함으로써 책과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이다.

8월에는 ‘여름휴가, 이 책 어때?’ 라는 주제로 일상에서 벗어나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책들이 전시돼 있었다. 또한, 2·28청소년존을 서가 중심에 구축해 청소년들이 독서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2·28청소년존을 서가 중심에 구축해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독서 흥미를 높이도록 했다.

자녀와 함께 한국사 자격증에 도전 중이라는 주민 안 모(41) 씨는 “자칫 폐교가 어둠의 공간으로 유지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멋진 공간으로 변신하게 되어 좋다”며 “도서관 곳곳에 2·28정신이 담긴 공간들이 있어 이곳에 오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역사 흔적에 노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층은 시민과 학생을 위한 독서 공간은 물론 평생 강좌와 다양한 체험 공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특히 VR 체험실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중점 운영하고 있었으며, 4층에 시청각실·북 카페가 갖춰져 있었다.

그런가하면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은 시립도서관 중 유일하게 학교도서관지원과가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4월부터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학교도서관 인프라 확충, 교육 자료 및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을 비롯해 시립도서관 관계자 등 12명으로 구성된 학교도서관 지원단을 통해 대구 관내 전체 학교도서관을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관계자는 “대구 지역 초·중·고교 458개 학교도서관 중 153개교가 사서 미배치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며 “사서 미배치 학교 대상으로 1:1 전담사서제 실시 등 대구 지역 학교도서관 운영 활성화를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비에는 2·28민주운동과 관련된 역사자료 현판 4개를 설치해 민주시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동네 창고, 폐교 등 비어있는 공공 공간을 마을도서관이나 공유사무실 등 지역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공간으로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지역사회 활성화 기반조성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자체 주도로 공간을 먼저 개선한 뒤 시민에게 개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시민이 사업 초기부터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본격 시행에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공모사업을 통해 경기도 시흥시와 강원도 동해시, 부산시 동래구, 서울시 금천구 등 4곳을 선정해 공유도서관과 마을주주의 플랫폼 등 공간 활성화 사업을 시범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