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 기술이 금융을 뒤흔들고 있다. 핀테크(FinTech)란 말도 생소한데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을 뛰어넘는 ‘오픈뱅킹’까지 등장했다. 금융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다. 세상 참 빠르고 편리하게 변했다.
오픈뱅킹(Open Banking)은 핀테크 기업 및 은행이 모든 은행의 자금이체, 조회를 자체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은행이 보유한 결제 기능 및 고객 데이터를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방식으로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API는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을 말한다. API 등 전문적인 IT 기술은 잘 모르지만 오픈뱅킹으로 사실상 주거래 은행 개념이 사라지는 것이다.
10월 30일 오픈뱅킹 시범서비스 후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시범 실시 후 일주일(10월 30일~11월 5일) 동안 102만 명이 서비스에 가입해 183만 계좌(1인당 1.8개)가 등록됐다. 동기간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건수는 1215만 건(1일 평균 174만 건)이다.
오픈뱅킹은 은행 모마일앱에 타행 보유 입출금 계좌를 등록하고 거래내역, 잔액 등 조회/입금, 자금이체 등 이용이 가능하다.(출처=금융위원회) |
나는 지난해부터 모바일뱅킹을 사용 중이다. 그 전에는 타 은행으로 입출금할 때 은행에 직접 가거나 동네에 있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 기기를 이용했다. 타 은행으로 입출금할 때는 수수료를 부담했다. 그런데 오픈뱅킹을 이용하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입출금을 할 수 있고, 은행에 따라 수수료도 무료라니 이용 안 할 이유가 없다.
오픈뱅킹은 따로 어플(앱, Application)이 있는 게 아니다. 기존 모바일 앱 등에 신설된 오픈뱅킹 메뉴를 이용하면 된다. 오픈뱅킹 등록방법은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크게 봐선 비슷하다. 지금 은행마다 오픈뱅킹을 홍보하고 있는데 등록 메뉴를 통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오픈뱅킹을 이용해보니 은행들을 넘나들며 출금, 이제가 편해서 좋다. |
오픈뱅킹으로 내가 이용하는 농협 앱에서 신한은행 계좌를 등록해봤다. 등록하려는 신한은행 계좌를 직접 입력한 뒤,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인증번호를 받아 입력하면 된다.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이 오픈뱅킹을 이용하려면 거래은행 앱을 설치해야 한다.
나는 적금, 대출, 공과금 납부, 카드대금 결제, 동기회 모임 등 용도에 따라 여러 은행에 분산해놓은 계좌들이 있다. 조회 항목으로 들어가면 신한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 계좌도 등록해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각 은행 앱을 넘나들며 확인할 필요가 없어 너무 간편하다.
오픈뱅킹 이용시 은행별 인증을 통해 계좌를 등록하는 것이 불편했는데 시범은행 중 6개 은행이 어카운트인포 시스템으로 자동으로 등록되고 있다.(출처=금융위원회) |
소비자 입장에서 오픈뱅킹의 최대 혜택은 은행 간 입출금이다. 먼저 타 은행으로 이체를 해봤다. 농협에 있는 내 돈을 신한은행으로 보냈다. 처음 이체할 때는 은행별 인증을 통해 계좌를 등록해야 한다. 은행 간 모든 거래 정보를 오픈했다기에 자동으로 등록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다.
이 문제는 금융결제원의 계좌통합관리서비스 어카운트인포(Account Info)와 연동해 보유 계좌를 자동조회한 후 선택·등록할 수 있도록 개선될 예정이다. 시범은행 중 6개 은행의 경우 11월 11일부터 어카운트인포가 적용되어 어카운트인포 서비스 이용에 동의한 경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오픈뱅킹은 송금 수수료가 무료라는 것이 고객들에게 큰 장점이다. |
농협에서 신한은행으로 1만 원, 5만 원 두 번 송금해봤다. 수수료가 진짜 0원이다. 송금 수수료가 무료라는 것은 고객들에게 큰 장점이다.(고객 신용등급에 따라 수수료는 무료에서 40~50원 등 차이가 있다) 송금하자마자 문자가 바로 와서 내가 송금한 것이 아닌지 확인할 수 있으니 보이스피싱, 해킹 걱정도 없겠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하듯이 그냥 은행을 선택한 후 금액만 입력하면 바로 송금이 되니 신기했다. 이체 수수료 책정은 은행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라고 한다.
현재 오픈뱅킹은 출금이체, 입금이체, 잔액조회, 거래내역조회, 계좌실명조회, 송금인 정보 등 6가지다.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은행별로 종합자산관리서비스로 확대된다. |
다른 메뉴들도 살펴봤다. 현재 오픈뱅킹은 출금이체, 입금이체, 잔액조회, 거래내역조회, 계좌실명조회, 송금인 정보 등 6가지다. 이중에서 내가 가장 좋게 느낀 것은 시기에 맞춰 여기저기 은행을 넘나들며 각지에 흩어져 있던 돈을 확인하거나 옮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앱 하나로 다 할 수 있다.
이용 시간은 사실상 24시간, 1년 365일이다. 시스템 정비 시간인 하루 10분을 제외한다. 밤 11시 55분부터 오전 0시 5분까지다. 현재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NH농협·경남·부산·제주·전북은행 앱에서 총 18개 은행(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의 입출금 계좌 조회·이체가 가능하다.
시범서비스 기간 중 미비점을 개선해 점검하고 보완해 12월 18일 정식으로 개통할 예정이다. 시범운영에 참여하지 않은 산업·제일·씨티·수협·대구·광주 등 6곳과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8곳은 은행 내부 전산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오픈뱅킹에 참여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용량을 차지해가며 은행 앱 여러 개를 깔아둘 필요가 없다. 오픈뱅킹은 은행 중 내가 선호하는 가장 간편한 앱 하나만 남기면 끝이다. |
오는 12월 18일부터 더욱 많은 은행과 핀테크 기업을 포함해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직접 사용해보니 오픈뱅킹은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간편함을 제공하는 획기적인 서비스다. 오픈뱅킹 전에는 은행 별로 따로 어플을 다운 받고, 설치하고, 계정 만들고 로그인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오픈뱅킹을 이용하니 스마트폰 용량을 차지해가며 은행 앱 여러 개를 깔아둘 필요가 없다. 은행 앱 중 자기가 선호하는 가장 간편한 앱 하나만 남기면 끝이다.
젊은 세대들은 모바일뱅킹, 오픈뱅킹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장년, 노인 세대들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보안도 걱정이다. 오픈뱅킹은 말 그대로 은행 계좌와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다. 모바일뱅킹 이용하려면 V3백신이 설치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심이 안 된다. 정책 당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금융위원회 이종만 디지털소통팀장이 오픈뱅킹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
금융위원회 이종만 디지털소통팀장은 “이용 적합성 심사와 이용 기관 보안점검, 핀테크 서비스 취약점 점검 등 다중의 보안성 심사를 통과한 핀테크 업체에 한하여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어 사전적으로 보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한편 기존 운영시스템 증설, 24시간 이상거래 탐지를 통한 실시간 거래 모니터링 등을 통해 중계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용 기관 보증보험 가입을 통해 금융사고시 운영 기관(또는 금융회사)의 신속한 소비자 보상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정부서울청사 금융거래위원회. |
오픈뱅킹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는다는데 이중 중장년층은 몇 프로나 될까? 나이 많은 세대는 오픈뱅킹이 ‘그림의 떡’일지 모른다. 모바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
이 팀장은 “대면거래(은행점포)에서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까지 가는 것이 좀 불편하겠지만 노년층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픈뱅킹으로 금융서비스 이용이 더 편리하고 즐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
오픈뱅킹은 은행 고객만 편리하고 이익이 되는 게 아니다. 핀테크 산업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기존 금융결제망에 직접 참가할 수 없었던 핀테크 기업도 저렴한 비용으로 오픈뱅킹을 통해 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몇 달 전부터 오픈뱅킹이 화두였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름과 IT 기술이 낯설어서 그럴까? 막상 오픈뱅킹을 이용해보니 7080세대인 나도 간편해서 좋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런 제도는 칭찬해주고 싶다. 오픈뱅킹으로 금융서비스 이용이 더 편리하고 즐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