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부산의 유관순들은 왜 3.1운동에 나섰을까?

[대한민국 곳곳서 찾은 101년전 만세 함성 ③] 부산 지역 최초의 만세운동 일신여학교

2020.03.01 정책기자 박하나
글자크기 설정
목록

‘꽃 같은 젊은 여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손에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하늘 높이 외치니… 님들의 독립만세는 부산·경남 지역의 선구가 되니 국사에 어찌 남녀의 구별이 있으랴.’

부산 일신여학교 기념비에 적힌 비문의 일부이다. 101년전 3월 1일, 서울 시내를 휩쓴 독립운동 열기는 일제의 무자비한 진압에도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다. 장거리 이동수단이 변변찮았던 101년 전, 부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렸다. 3월 11일 일신여학교 만세운동은 부산 지역 최초의 만세운동으로, 부산·경남 만세운동의 효시가 됐다.

부산 동구 좌천동에 위치한 옛 일신여학교 는 부산최초 근대 여성교육시설이다.
부산 동구 좌천동에 위치한 옛 일신여학교는 부산최초 근대 여성교육시설이다.


101년 전이면 여성의 외부활동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일신여학교 학생들이 부산에서 가장 먼저 태극기를 들고 독립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뭘까. 부산 동구 좌천동에 위치한 옛 일신여학교 기념관을 찾아가봤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좌천역에서 3번 출구로 나와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가다보니 숨이 벅차오를 듯 가파른 오르막길에 아담한 붉은색 2층 건물이 눈에 띄었다. 이화학당이 한국 최초 교육기관이라면 일신여학교는 부산 최초 근대 여성교육시설이다.

부산시 지정문화재 제55호인 일신여학교는 1905년 198㎡면적에 2층 규모로 건립됐으며, 현재 부산에 남아 있는 근대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1895년 호주 여성 선교사들이 세운 일신여학교는 ‘나라의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부인들과 어머니들이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성경과 영어, 조선어 등을 포함한 근대 교육을 받으며 개화의식과 남녀평등, 민주주의 등을 익혔다’는 설립 취지가 동래학원 100년사에 적혀 있었다.

부산시 지정문화재 제55호인 일신여학교는 1905년 198㎡면적에 2층 규모로 건립됐으며, 현재 부산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부산시 지정문화재 제55호인 일신여학교 1층의 모습.


1층은 3.11운동에 참여한 김반수 지사가 다닐 무렵의 학교 역사와 교실이 꾸며져 있었다. 긴 초록 책상에 나무로 된 의자까지 당시의 소품들이 배치돼 있었다.

증축된 건물이라 2층은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이곳에는 일신여학교 학생들의 만세운동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작고 아담한 탓에 그 흔한 운동장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에 위치한 탓에 2층에만 올라가도 아래 동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

1919년 3월 그날의 발자취를 따라 시간여행을 떠나봤다. 서울에서 시작된 3.1운동은 부산에서는 3월 10일 아침, 조선인 거주지인 영주동, 초량, 부산진 등지에서 밤 사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 격문이 잇따라 발견돼 경찰이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일본 경찰은 이튿날인 3월 11일 거사가 예정됐던 부산상업학교의 시험을 돌연 중지시켰고, 학생들을 강제 귀가시켜 시위 발생을 원천 차단하려고 했다. 이렇게 불발로 끝나나 싶었던 만세운동은 일신여학교에서 다시 불이 붙었다.

만세시위 때 쓸 태극기를 만들기 위해 어머니께서 마련해둔 혼숫감으로 마련된 옥양목 저고리의 모습. <사진=동래여고 제공>
김반수 지사가 만세시위에 사용한 옥양목 저고리의 모습.(사진=동래여고 제공)


‘3월 1일에 독립만세를 전국에서 부른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다 싶어 동지 일신여학교 대여섯 명이 모여 저의 어머님께서 출가시킬 때 쓰려고 장만해 둔 혼숫감 옥양목을 어머님 몰래 끄집어 내 기숙사로 가져와 태극기 100여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3월 11일 밤 11시경 거리로 나가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목이 터져라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지쳐 쓰러지면 또 용기를 내어 불렀답니다.’

당시 16세였던 김반수 지사가 1993년에 그때를 회고하며 쓴 손 편지의 한 구절이다. 그렇게 부산 좌천동 거리를 누비면서 만세시위를 하던 학생들 모습에 거리의 주민들도 함께 호응했다. 범일동 방면으로 방향을 바꿔 행진을 진행하며, 2시간 넘게 시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대거 출동한 일본군에 의해 시위는 끝내 멈췄다.

3·11운동에 참여한 일신여학교 학생들의 모습
3.11운동에 참여한 일신여학교 학생들의 모습.


만세운동에 가담했던 학생들과 교사들은 다음날인 3월 12일 체포 뒤에도 당당했다고 한다. 대부분 16세였던 어린 여학생들은 뺨을 맞고 고문을 당하는 등 갖은 치욕을 겪었다.

‘결국은 일본 경찰에게 잡히고 말았지만, 여자로서 부끄럽다거나 무섭다기보다는 우리나라를 되찾아야지 하는 일념 때문에 일본 경찰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항의를 했답니다. 결과는 옥살이였지만 지금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너무 대견스럽고 가슴 뿌듯합니다.’

김반수 지사의 손 편지를 읽고 있자니 가슴 한편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한 목숨 내놓겠다는 여학생들의 결의가 느껴졌다. 이후 3월 13일 동래 봉기, 3월 19일 범어사 학생의거, 3월 29일 구포시장 의거가 잇따랐다. 이날의 만세운동은 부산·경남 지역 학생과 시민들의 민족의식을 자극시키기 충분했다. 동쪽으로는 동래·구포·밀양·울산, 서쪽으로는 김해·창원·함안·함양·합천 등으로 만세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매년 3월이 되면 일신여학교에서 동구청까지 1.4km 거리행진으로 100년 전 전국에 울려퍼진 3?1운동 만세함성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부산동구청 제공>
매년 3월이 되면 일신여학교에서 동구청까지 1.4km 거리행진으로 100년 전 전국에 울려퍼진 3.1운동 만세함성을 재현하고 있다.(사진=부산동구청 제공)


부산 일신여학교 기념관에는 1919년 3월 학교 출신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당시 사진과 활동 모습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그들의 학창시절을 추억하는 기념사진에서 그들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1992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김반수 지사를 비롯해 1995년 독립장을 받은 박차정, 심순의, 김응수, 이명시 등이 일신여학교 여성독립운동가들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

공공누리 출처표시의 조건에 따라 자유이용이 가능합니다. (텍스트)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전부를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정책브리핑 공공누리 담당자 안내 닫기
기사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제37조(출처의 명시)
① 이 관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26조, 제29조부터 제32조까지,
제34조제35조의2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1. 12. 2.>
② 출처의 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이 표시된 저작물인 경우에는 그 실명 또는 이명을 명시하여야 한다.
제138조
제138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1. 12. 2.>
1. 제35조제4항을 위반한 자
2. 제37조(제87조 및 제94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출처를 명시하지 아니한 자
3. 제58조제3항(제63조의2, 제88조 및 제96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하여 저작재산권자의 표지를 하지 아니한 자
4. 제58조의2제2항(제63조의2, 제88조 및 제96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하여 저작자에게 알리지 아니한 자
5. 제105조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저작권대리중개업을 하거나, 제109조제2항에 따른 영업의 폐쇄명령을 받고 계속 그 영업을 한 자 [제목개정 2011. 12. 2.]
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이전다음기사

다음이번 정류장은 안중근 활동터입니다!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 또는 계정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히단 배너 영역

정책 NOW, MY 맞춤뉴스

정책 NOW

123대 국정과제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MY 맞춤뉴스 AI 추천

My 맞춤뉴스 더보기

인기, 최신, 오늘의 영상 , 오늘의 사진

오늘의 멀티미디어

정책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