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불안에도 4.15 총선 투표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체온을 재고 손 소독제를 사용한 뒤 1회용 비닐장갑을 끼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시민들은 앞사람과 조금씩 간격을 벌려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국민의 힘으로 일궈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보는 듯했다. 60년 전 독재정권에 항거한 국민들의 저항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이렇게 우리 뜻으로 정치인을 선출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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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4.19 민주묘지. 4.19 당시 희생당한 시민들의 유해가 공원에 안장돼있다. |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첫 승리라 기록된 4.19 혁명이 60주년을 맞았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는 4.19 혁명을 기념하는 4.19 민주묘지가 있다. 거대 규모의 랜드마크라 인근 경전철 역명도 4.19 민주묘지역으로 정해졌다. 엄숙한 공간이지만 이곳은 인근 시민들의 한적한 산책 명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벤치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거나 묘역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긴듯한 어르신들이 있었다. 1960년 4.19 당시 학생으로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 세대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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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민주묘지 중앙에 위치한 사월 학생 혁명 기념탑. |
4.19 혁명은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항거해 시민들이 궐기한 민주주의 시민혁명이다. 장기 집권을 원하던 이승만 정권이 3.15 부정선거를 저질렀다. 3~5인조 투표, 대리투표 등 편법을 사용하고 민주당 후보의 연설에 학생들의 참여를 막으려 일요일 강제 등교를 실시했다.
시위의 시작은 2월 28일 대구에서 학생들에 의해 먼저 일어났다. 2.28 학생민주의거는 4.19 혁명을 촉발시킨 첫 도화선이 되었다. 3.15 부정선거를 기점으로 마산에서 본격적인 시위의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다. 경찰은 시위대에 총기 발포로 대응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나오는 참극이 벌어졌다.
당시 실종자로 분류된 김주열 열사가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시신으로 떠올랐다.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번져나가 4.19 혁명의 불씨가 되었고 이승만 정권은 4월 26일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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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민주묘지로 향하는 4.19 거리. ‘4.19’가 붙은 간판이 많고 4.19 카페거리도 조성되었다. |
국민이 나서 처음으로 직접 정권을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4.19 혁명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첫 승리이자 8.15 광복에 이은 두 번째 해방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4.19에 혁명이란 단어를 공식적으로 붙이게 된 것은 그 후로 30년은 더 지나고 나서의 일이었다. 1994년 문민정부에 들어 4.19는 비로소 혁명으로 공식화됐다.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교육과정 안에서 4.19 혁명과 다른 민주화운동에 관한 내용들을 충분히 접한 기억이 없다. 어쩐지 그런 주제들은 입에 올리기에 쉽지 않은 무거운 느낌이었다. 당시 어른들에게도 이런 문제를 터놓고 물어볼 수 없는 분위기였다. 정치적 노선에 따라 같은 사건을 너무도 다른 차원에서 해석하는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나는 4.19 혁명을 비롯한 민주화운동에 대해 막연하고 불분명한 무거운 느낌만 가진 채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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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거리에 배치된 김주열 열사에 대한 안내문. |
“4.19 혁명이요? 잘은 모르지만 민주주의 시작점 아닌가요?” 20대 중반인 지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4.19를 이렇게 표현했다. 무엇보다 자연스레 ‘혁명’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가 태어난 90년대 중반엔 4.19가 이미 공식적인 혁명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일까. 4.19 혁명을 언급하는 그의 얼굴 어디에도 불편함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4.19를 앞두고 찾은 4.19 거리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사건은 국민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영광의 날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따랐던 너무나도 아픈 역사다. 하지만 60년이 지난 지금 그 아픈 역사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4.19를 상호에 내건 카페, 식당, 미용실 등이 거리에 즐비했다. 수유동 일대 카페가 밀집된 거리의 이름은 공식적으로 4.19 카페거리로 불린다. 4.19 민주묘지에서 사람들은 평화로운 한낮의 여유를 즐긴다. 입에 올리기 어렵고 무거운 느낌이 가득했던 그날의 기억은 이제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있었다. 우리에게 늘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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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 60주년 기념 특별사진전. 계엄군이 시위에 참여한 학생에게 수통을 건네고 있다. |
4.19 민주묘지에는 이곳에 안장되기 위해 대기 중인 민주열사들의 유해가 여전히 많다고 한다. 아직 비석도 채 세워지지 않은 묘지에서 봉분 여기저기를 살피는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80대쯤으로 보이는 노인은 분명 묘지의 주인과 같은 시대를 살았을 것이다. 두 사람이 어떤 사이였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일생을 걸고 민주주의 가치를 쟁취해 낸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쟁취한 민주사회에서 민주주의 불꽃을 지키기 위해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며 살아간다. 일상에서 당연하다 여기며 살아온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기에 누리는 자유의지가 60년 전 민주화를 외치던 그 사건들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당연한 것이 될 수 있었을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는 4.19 혁명 60주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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