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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반부패회의(IACC) 한국세션 온라인 참관기

12월 1~4일, 역대 최대 규모로 한국에서 개최

2020.12.03 정책기자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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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반부패의 날’이다. 유엔은 2003년 12월 9일 멕시코 메리다(Merida)에서 ‘UN 반부패 협약’ 조인식이 개최된 것을 기념하여 매년 12월 9일을 ‘세계 반부패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 주관으로 세계 반부패의 날을 전후해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않는다. 대신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International Anti-Corruption Conference)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국민권익위는 12월 1일부터 4일까지 4일 간 제19차 IACC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 설치된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화상회의로 개최했다. IACC는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반부패 회의다. 1983년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국제기구, 정부, 기업, 학계, 시민사회 등 전 세계 전문가들이 최신의 반부패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로, 제19차 IACC의 개최국은 대한민국이다.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온라인 토론회(출처=IACC 누리집)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온라인 토론회.(출처=IACC 누리집)


우리나라는 2003년 제11차 회의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이번 제19차 IACC는 당초 서울에서 전 세계 140여 개국 2000여 명의 전문가가 모여 6월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한국 정부를 대표하여 국제투명성기구와 함께 약 2년 간 제19차 IACC를 준비해온 국민권익위는 온라인 개최를 계기로 전 세계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반부패 연대의 장’으로 기획했다.  

전체 회의 기준으로 20~60만 원에 달하는 등록비를 과감하게 없애 누구나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게 했다. IACC 공식 누리집에 가보니 12월 1~4일까지 개회식부터 한국세션, 전체세션, 특별대담 등을 한국어 통역으로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수준 높은 국제반부패회의를 집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국제회의 풍경마저 비대면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제 19차 국제반부패회의 전체세션(출처=IACC 누리집)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 전체세션.(출처=IACC 누리집)


나는 12월 2일(수) 열린 한국세션 ‘신뢰사회 구축을 위한 청렴 전략’을 시청했다. 한국세션은 역대 IACC 최초로 개최국의 이름을 걸고 신뢰사회 구축을 위한 새로운 청렴 전략을 주제로 진행됐다. 김&장 법률사무소 이성규 변호사가 모더레이터(moderater, 회의나 토론에서 사회를 담당)로, 연사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드라고 코스 OECD 뇌물방지작업반 의장, 모하마드 알데카일 사우디아라비아 대통령 직속 반부패관리청(NAZAHA) 국장이 참여했다. 

한국세션은 저녁 8시부터 9시 30분까지 90분 간 이어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반부패 전문가들이 나와서 토론하니 흥미가 있었다. 유엔 공식 언어 6개와 한국어 등 7개 언어로 동시통역을 해주었기 때문에 세션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 김강립 식약처장은 코엑스 스튜디오에서 참여하고 코스 의장과 알데카일 국장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IACC 한국세션에서 발표하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출처=IACC 누리집)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출처=IACC 누리집)


여기서 토론 내용을 다 소개하긴 어려워 요약해서 설명한다. 먼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미래지향적 가치, 반부패에서 청렴으로’라는 주제로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한국은 고도의 압축성장과 민주주의 제도 두 가지를 성공적으로 이룩한 나라다. 그 과정에서 부패가 존재했다. 뿌리깊은 관존민비 사상으로 부패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으로 부패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부패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린 후 “그동안 부패 적발과 처벌에 중점을 두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 부패 예방과 투명성 확보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고 코스 OECD 뇌물방지작업반 의장(출처=IACC 누리집)
드라고 코스 OECD 뇌물방지작업반 의장.(출처=IACC 누리집)


드라고 코스 의장은 OECD 뇌물방지작업반 실무그룹의 활동과 민간부문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청렴의 가치를 설명했다. 코스 의장은 “OECD 뇌물방지작업반은 OECD 회원국들이 뇌물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4단계로 나누어 모니터링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공공부문도 중요하지만, 민간부문의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반부패 협약과 관련해 국수주의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세계가 함께 부패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출처=IACC 누리집)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출처=IACC 누리집)


김강립 식약처장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청렴의 가치가 어떻게 방역의 성과를 좌우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김 처장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한국은 초기에 많은 공포와 혼란,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 의료현장의 혁신적인 조치, 국민과의 투명한 소통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는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예방 정책은 개방성, 신속하면서도 투명한 정보의 공개다. 드라이브 스루, 생활치료센터 등은 외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라고 밝혔다. 완전한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때까지 감염 예방이 최선의 백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모하마드 알데카일 사우디아라비아 대통령 직속 반부패관리청(NAZAHA) 국장(출처=IACC 누리집)
모하마드 알데카일 사우디아라비아 대통령 직속 반부패관리청(NAZAHA) 국장.(출처=IACC 누리집)


마지막으로 알데카일 반부패관리청 국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부패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알데카일 의장은 “사우디아라비아는 부패 관련 기관을 통합해 반부패관리청을 출범시켰다. 부패 행위를 조사하는 독립적인 기관이다. 2030 비전을 제시하고 5가지 전략, 즉 예방, 홍보, 추적, 경감, 기소 등 5가지 전략을 추진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5가지 전략을 추진하는 목적은 부패 적발과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세션에서 진행된 토론 내용을 요약하면, 기존의 부패 정책이 문제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등 사후 조치에 중점을 두었다면, 다가올 미래 세대의 부패 정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등 사전 조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2030년을 대비해 ‘반부패’보다 더욱 긍정적이고 자발적 의미를 담고 있는 ‘청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세션이었다.

제19회 국제반부패 컨퍼런스 7개의 전체세션, 104개의 워크숍을 포함한 모든 행사는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출처=국민권익위원회)
제19회 국제반부패회의 7개 전체세션, 104개의 워크숍을 포함한 모든 행사는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출처=국민권익위원회)


제19회 국제반부패회의 7개 전체세션, 104개의 워크숍을 포함한 모든 행사는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모든 회의 영상은 제19차 IACC 공식 누리집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며, 회의가 끝난 후에도 향후 1년 간 시청할 수 있다. 더 자세한 토론 내용은 제19회 국제반부패 건퍼런스 누리집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 제19회 국제반부패회의  https://www.iacc2020.kr/

부패(腐敗)는 사전적 의미로 물질이 썩는 것을 말한다. 음식이 부패하면 먹지 못한다. 먹으면 탈이 나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 부패의 또 다른 의미는 정치, 사상, 의식 따위가 타락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공적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부패라고도 한다. 국가가 부패하면 망한다. 로마도 부패로 하루 아침에 망했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국가든지 간에 부패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9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한국이 180개국 중 39위를 기록했다.(출처=국민권익위원회)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9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이 180개국 중 39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출처=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의 부패한 정도를 어떻게 평가할까? 국제적인 부패 감시 민간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국가 별 부패지수를 발표한다. 1995년부터 매년 발표해왔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어떨까?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9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한국이 100점 만점에 59점을 기록했다. 180개국 중 39위를 차지하며 1년 만에 역대 최고 점수를 다시 갱신했다. 2010년(39위) 이후 9년 만에 30위권으로 진입한 것이라고 하니 아주 기쁜 소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IACC 개막식에서 영상으로 축사를 하고 있다.(출처=IACC 누리집)
문재인 대통령이 IACC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출처=IACC 누리집)


문재인 대통령은 IACC 개막식 영상 축사를 통해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는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3년 연속 빠르게 상승했다. 순위로도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여섯 계단씩 상승해, 역대 최고 점수로 세계 30위권에 진입했다. 한국의 목표는 2022년까지 부패인식지수 평가에서 세계 20위권에 진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바람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부패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 국제반부패회의(IACC)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그만큼 향상됐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IACC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반부패 정책과 성과를 전 세계와 공유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가청렴도가 훨씬 더 높아지길 기대한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
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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