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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냉장고 보신 적 있나요?

정책기자 김윤경 2021.02.17

지난 1월 말,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 영등포구청 별관에 위치한 영원마켓을 방문했다는 뉴스를 봤다. 영원마켓은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생계가 어려운 영등포구민들에게 생필품과 식료품을 무료로 지원하는 마켓이다. 

영원마켓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월 23일 서울 영등포구청 별관 영원마켓에서 물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영원마켓은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구민이 기부된 생필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마켓이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에도 따스한 냉장고가 있었다. 바로 우리 동네 주민센터(서울시 용산구 한강로동)에 있는 ‘용꿈고’ 얘기다. 

후원자들은 여러 물품들을 직접 골라 보내온다.
후원자들은 여러 물품들을 직접 골라 보내온다.


시작은 몇 년 전, 빵집에서 팔고 남은 빵을 저소득 청소년층에 나누는 간식 후원행사에서 비롯됐다. 빵을 좀 더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를 마련했는데, 그 냉장고가 온기를 퍼뜨렸다. 이름도 의미를 담았다. ‘용꿈고’. 용산구 청소년의 꿈꾸는 냉장고라는 뜻이다.  

한강로 주민센터.
한강로동 주민센터.


주민센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민원 업무로 가득한 곳에 커다란 냉장고가 있으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우연히 민원 서류를 찾으러 온 주민이 용도를 물었고 소식은 퍼져 나갔다. 이곳저곳 손길이 모여 ‘용꿈고’가 탄생했다. 

단, 대상자는 선정해야 했다. 후원 수량이 있기 때문. 한창 성장기에 있는 저소득 청소년층을 포함한 가구로 선별했다. 

담당자가 보내온 용품을 용꿈고에 넣고 있다.
담당자가 보내온 용품을 용꿈고에 넣고 있다.


매주 화요일 냉장고에 간식을 채운 뒤 연락하면 대상자들이 주민센터로 찾아온다. 대부분 아이가 직접 오지만, 조손가정 80대 할아버지와 다자녀 부모도 종종 찾는다. 

대상자들은 소망의 한 구절,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대상자들은 소망의 한 구절,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직접 건네지 못해도 냉장고 옆에 손글씨로 남겨 놓았다. 빼곡하게 붙은 메모지 속에는 간절한 소원도, 사춘기답게 툭 쓴 쑥스러운 인사도 들어 있다. 각각 표현은 달라도 마음이야 같을 터. 읽고 있으면 흐뭇하다. 

때에 따라 물품의 종류가 달라진다.
때에 따라 물품의 종류가 달라진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 등으로 급식이 어려워지면서 물품 종류도 달라졌다. 직접 사서 보내는 후원인들은 가족처럼 아이들 건강을 신경썼다. 든든한 식단과 영양을 고려한 제철 과일을 골랐다. 후원인 중 의료 종사자는 코로나19 방역물품을 보탰다. 어린이날에는 학용품을, 환절기에는 비타민을 챙기는 등 시기에 따른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의료종사자들은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 방역용품을 준비했다.
의료 종사자들은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 방역용품을 준비했다.


냉장고는 마음의 장벽까지 넘었다. 고민을 복지로 이어주는 매개체가 됐다. ‘용꿈고’로 후원받다가 성인이 되면서 지원이 끝난 청년이 있었다. 그동안 간식 수령을 하면서 담당자들과 친해진 터. 가정불화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담당자는 여러 방안을 알아본 후, 복지센터와 연결을 해줬다. 그는 심리 지원과 저금리 학자금 대출 제도를 통해 학비를 일부 보조받을 수 있었다. 온도가 오른 냉장고 덕이다.

모든 담당자들은 바쁘지만, 보람되기에 흐뭇하다.
모든 담당자들은 바쁘지만, 보람되기에 흐뭇하다.


“아이들은 원하는 간식이 있으면 ‘만세’를 부르며 좋아해요. 그런 아이들이 ‘용꿈고’를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되죠.”

담당을 맡은 이정민 주임(한강로동 주민센터 행복복지팀)이 말했다. 3년 전, 여리고 부끄럼을 잘 타던 아이가 이제는 건장해져 또래 대상자와 밝게 ‘용꿈고’로 오는 모습을 보고 특히 흐뭇했다고. 

주민센터 한켠에 마련된 냉장고 '용꿈고'
주민센터 한켠에 마련된 냉장고 ‘용꿈고’.


모두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할 때다. 주민센터에 놓인 냉장고 온도가 따스하다는 건, 세상이 춥지만은 않다는 증거 아닐까? 훈훈한 냉장고 ‘용꿈고’. 그 온도가 멈춤 없이 계속 뜨거워지길 바란다. 아주 작은 울림 하나도 누군가에겐 인생의 멜로디가 될지 모르는 법이다.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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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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