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40년이 흘렀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던 학교였다. 1학년인 내가 3학년이 생활하는 복도에서 뛰었다는 이유로 어느 방엔가 끌려가 3학년 선배들에게 맞았다.
중학교 때는 우리 반에서 가장 힘이 세고 키가 컸던 2명이 키가 작고 약한 아이들을 돌아가며 수시로 괴롭혔다. 나도 그 대상이 됐다. 어리고 약한 마음에도 ‘여기서 물러서면 계속 괴롭힐 것이다’란 생각이 들어 주변에 있던 우산을 들고 끝까지 대들며 싸웠다. 그 후 더는 나를 괴롭히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
무려 40년, 45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때 그 상황, 그 얼굴들이 또렷이 기억이 날 정도로 내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 최근 학교 폭력이 큰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학생 100명당 한 명 꼴로 학교 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사진=KTV) |
내가 당했던 몇 번의 학교 폭력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데 지속적인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 게 당연하다. TV에서 가해자들을 볼 때마다 치솟았을 울분과 당시 저항하지 못했던 처절함까지 더해져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감독과 선배 선수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철인 3종 선수도 있다. 폭언과 폭행 등 가혹 행위가 학교 운동부 시절부터 이어져 왔던 관행의 결과다.
체육계 폭력은 관행처럼 이어져 한 선수를 자살로 내몰았다.(사진=KTV) |
교사 출신인 내가 볼 때 학교 폭력의 원인은 무관심이 가장 크다. 운동선수라면 감독, 코치의 무관심에서 학교 폭력이 발생한다. 불과 20~30명 정도에 불과한 아이들의 표정과 얼굴, 신체, 행동 등을 조금만 관찰하면 금방 징후를 발견하고 초기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매년 두 차례 학교 폭력 실태 조사를 하며 학교 폭력을 예방하려 한다. 하지만 학교 폭력은 줄기는커녕 더 늘어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학교 폭력이 일어나는 장소의 비율은 교실 안 28%, 복도 14%, 학교 안 기타 10%, 운동장 9%, 교외 순이다. 거의 절반 이상이 학교 안에서 발생한다. 또한, 100명당 1명 꼴로 학교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폭력의 해법을 학교 안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학교 폭력의 절반 이상은 학교 안에서 발생한다. |
학교 폭력이 과거에는 신체 폭력, 언어 폭력, 성 폭력, 금품 갈취, 강요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이버 폭력, 집단 따돌림 피해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SNS를 이용한 악플이나 언어 폭력이 신체 폭력보다 더 무서운 시대가 됐다.
학교 폭력은 학생들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학생의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책을 모색할 때 효과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학교 폭력을 줄이고 예방할 방법은 학생에게서 찾아야 한다.
학교 폭력은 학생들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에서 일어나 더 심각하다. |
학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이 가장 큰 이유다. 과거의 학교 폭력으로 많은 것을 잃는 모습은 학생들에게 큰 교훈이 된다. 철없던 시절 친구에게 행한 폭력이 부메랑이 되어 탄탄대로 인생의 발목을 잡는다는 걸 알게 됐으니 다행이다.
학교 내 사각지대나 학교 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장소에 고화소 인공지능 CCTV를 설치하여 학교 폭력이 의심되는 움직임이 감지되면 경고음이 울리는 시스템의 도입도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엄마, 아빠에게 얘기해. 우리는 항상 네 편이란다”라고 자녀에게 믿음을 주는 이야기를 자주 해야 한다. 보복이 두려워 부모에게조차 이야기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선 안 된다.
학교 폭력을 당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 주변에 많이 있다. 에듀넷 티-클리어(http://doran.edunet.net)는 학교 폭력에 관해 다양한 도움을 받는 방법을 안내한다. 예를 들면,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상담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관,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 선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들의 명칭과 연락처, 주소 등 종합적인 정보를 한 번에 찾을 수 있다.
학교 폭력에 관해 다양한 도움을 받는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는 도란도란 홈페이지. |
안전드림(Dream) 경찰지원센터(http://www.safe182.go.kr/index.do) 누리집에서는 학교 폭력을 바로 신고할 수 있다. 안전Dream 어플에서 채팅 상담도 가능하고 117번을 누르면 바로 신고센터로 연결돼 신고도 가능하다.
안전Dream 어플에서 채팅 상담도 가능하고 117번을 누르면 바로 신고센터로 연결돼 신고도 가능하다. |
Wee-학생위기상담종합지원(https://wee.go.kr/) 누리집에선 학교 폭력, 학교 부적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온라인 비공개 상담을 지원한다. 사이트 내에서 각 지역 위(Wee) 프로젝트 기관(클래스, 센터 등)의 주소와 연락처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폭력, 학교 부적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온라인 비공개 상담을 지원하는 Wee지원센터. |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행복해야 할 학창시절에 약한 친구를 괴롭히고 피해를 주며 살면 반드시 그 대가를 받는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언젠가 자신은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번 사태를 반석으로 삼아 더는 학창시절에 당한 학교 폭력으로 평생을 트라우마로 고통받으며 사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