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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내 조금 놀다 왔어예.”
“그래 잘했다. 그래 너 잘했다.”
지난 주말 서강대학교에서 인공지능 AI로 기록된 이용수 할머니와 나눈 대화 중 일부다. “광복 이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알고 계셨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아마도 눈치채고 계셨을 거라 짐작한다는 말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얼마만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가?’ 피해자를 지칭하고자 할 때 역사적 의미로 따옴표를 사용해 일본군 ‘위안부’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한다. 나중에서야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고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부터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어찌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 그때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가장 좋은 건 꾸준한 관심과 참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강대학교 곤자가 프라자와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영원한 증언’ 베타 전시가 진행 중이다. |
서강대학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기획된 ‘영원한 증언’ 베타 전시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주말 아이들과 다녀왔다. 이는 피해자 증언의 실감형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관람자가 녹화된 증언과 AI 기술을 활용한 대화 시스템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전시 프로젝트다. 이미 잘 알려진 내용 외에 광복 이후 생활의 변화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생존자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용수 할머니와 이옥선 할머니가 인공지능 AI로 기록되어 영원한 증언을 하게 됐다. |
따로 질문을 준비해 가야 하나 했는데, ‘어떻게 위안부에 끌려가게 됐는지,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는지,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바라는 점과 일본 정부에 바라는 점’ 등 1000여 개의 다양한 질문이 적힌 질문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처음 접해보는 전시 형태라 낯설었지만, 아이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선택해 대화를 나눠보도록 했다.
위안소에서의 생활과 일본에 대한 생각을 묻는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광복 이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들의 반응과 다시 태어나면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질문했다. 아이들이 순수하게 할머니들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과 달리 나부터 색안경을 끼고 일본군에게 입은 피해에 대해서만 생각했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대화 말미에 “할머니 감사합니다”라고 건넨 말에 “할머니가 더 고맙지”라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듣고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영원한 증언 전시 베타 테스트 참여를 위해 사전 예약은 필수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영원한 증언’은 대구 희움 역사관과 서울 서강대 2곳에서 오는 11월 30일까지 베타 테스트로 진행된다. 참여를 원한다면 서울(https://calendly.com/2020etproject/seoul), 대구(https://calendly.com/2020etproject/daegu) 각 링크를 통해 사전예약 신청을 하면 된다. 베타 전시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에서 공식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번 베타 테스트 참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손을 맞잡은 한국, 중국, 필리핀 3명의 소녀와 이들을 바라보는 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형상화한 ‘정의를 위한 연대’ 기림비. |
매년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하여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후 벌써 30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 진행형이다.
2021년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단 14명 뿐이다. 90세가 넘는 고령이라 이제는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생존자들의 바람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역사를 은폐, 왜곡하지 말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로 하루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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