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가 뭐지? 2019년 1월 규제 샌드박스 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규제 샌드박스는 잘 물라도 수소충전소, 공유주방, 모바일 운전면허증, 모바일 전자고지 등 많은 것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이 모든 것이 규제 샌드박스 덕분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규제 샌드박스란 말이 아직도 생소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규제(規制)란 조금은 부정적인 말이다. 개인이나 기업 등 경제주체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법규기 때문이다.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만든 모래놀이터(sandbox)에서 유래했다. 규제와 샌드박스 두 단어를 합해서 만든 용어가 규제 샌드박스다. 그러니까 국민의 생명·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는 한 마음껏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제도다.
드론 기술 개발의 50% 이상이 시험비행이다. 시험비행을 자주 해야 기술적 결함을 보완해 빠른 개발이 가능하다. 사진은 드론업체가 개발 중인 제품이다. |
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을까? 도입 이전에 기업을 하는 사람이 흔히 하던 얘기가 ‘규제 때문에 힘들다!’라는 것이었다. 규제를 많이 해서 기업활동이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스피드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하면 빨리 상용화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다른 나라에 그 기술을 빼앗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판교 테크노밸리에 드론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체가 50개가 넘는다. 판교 지원센터에 입주한 (주)자이언트드론 이용우 대표는 “드론 기술 개발의 50% 이상이 시험비행입니다. 시험비행을 자주 해야 기술적 결함을 보완해 빠른 개발이 가능합니다”라며 드론 시험비행장의 중요성을 피력했었다.
관제공역 내 드론 규제혁신으로 마련된 성남시 소재 한국국제협력단(KOICA) 축구장은 넓고 쾌적해 드론 시험비행장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드론은 관제공역에서 비행이 제한된다. 그래서 서울공항 인근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드론 기업들은 실내에서 시험비행을 했다. 보안상 비행 승인이 어려워 실내에서 시험비행을 하면 높이 제한, GPS 송수신 오류 등 문제가 많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와 성남시, 공군이 협력해 전국 최초 관제공역 내 드론 규제를 혁신했다. 성남시 소재 KOICA 등 3곳의 드론 비행장에서 마음껏 시험비행을 하게 한 것이다. 이런 것이 규제 샌드박스다.
2021년 8월 세종시 어진동 세종호수공원에서 드론으로 피자 배달 첫 상용화 개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출처=국토교통부) |
국토교통부는 성남시 등 10개 도시를 드론 실증도시로 선정하고 드론 규제 샌드박스 13개 사업자를 선정하였다. 드론 규제 샌드박스 사업으로는 피자 배달 서비스 상용화, 드론 방호시스템 고도화, 실내공간 자율비행, 악천후 환경 드론 운용, 도서지역 혈액 배송, 건설현장 공정관리 등을 목표로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배달기사 대신 드론이 피자 배달을 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위 드론 사례에서 보듯이 규제 샌드박스 시행 3년 만에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2019년에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융합, 산업융합, 혁신금융, 규제자유특구 등 4개 분야에서 도입되었는데, 현재는 총 6개 분야로 확대·운영되고 있다. 스마트도시와 연구개발특구가 추가된 것이다.
2019년 10월 국회에 첫 수소충전소가 생긴 이후 내가 사는 성남시에 수소, 전기, LPG 등 친환경 주유소의 끝판왕이 생겻다. |
2019년 9월 국회 수소충전소가 문을 열었다. 국회 수소충전소는 제1호 규제 샌드박스 사업이다. 국회와 정부, 관련기관이 협력해 인허가부터 최종 완공까지 7개월이 걸렸다. 규제 샌드박스 덕분에 빠르게 완공된 것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우리 동네는 언제 생기나?’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내가 사는 성남시에 수소·전기·LPG 등 친환경 에너지 충전소가 생겼다. 내가 사는 곳도 규제 샌드박스로 변했다.
국회 수소충전소가 1호로 승인받은 이후 지난 3년 동안 총 632건이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되었다. 이 중 129건(20%)은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규제 개선까지 완료함으로써 승인 기업뿐만 아니라 누구나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요식업계의 공유주방이다. 공유주방은 말 그대로 주방을 여러 명이 함께 쓰는 것이다. 왜 주방을 함께 쓸까? 창업하려면 점포와 시설 설비 등 많은 돈이 필요하다. 공유주방은 주방 설비와 기기, 공간을 빌려주는 서비스로 적은 창업비용으로 외식업에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1인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공유주방이다. |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기존 식품접객업 사업자가 운영 중인 영업장에 다른 사업자가 영업신고를 할 수 없었다. 이런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하는 규제 샌드박스로 전국에 공유주방이 많이 생겨났다. 공유주방 개념 제도화 및 위생 기준(2020.12, 식품위생법) 등이 마련되어 공유주방은 내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공유주방으로 외식업에 도전한 청년이 있다. 처음에는 창업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수내역 역세권 공유주방 덕분에 창업에 성공했다. 수내역 주변은 역세권으로 점포 임대료가 보증금 1억 원에 월 300만 원이 보통이다. 여기에 시설비까지 하면 최소 1억5000만 원은 있어야 창업이 가능하다. 청년이 이런 돈을 어디서 마련하겠는가!
소규모 자본을 가진 청년이 공유주방으로 창업비용을 아낄 수 있다. |
수내역 주변에 공유주방이 많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맛집으로 소문난다면 성공 가능성이 큰 곳이다. 지난해 10월 공유주방에서 창업을 한 김성태(34세) 씨는 “창업비용으로 보증금 500만 원에, 임대료는 월 60만 원이 나갑니다. 기본 주방기구, 시설비가 다 포함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창업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아직은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수제비를 만들고 싶습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공유주방은 홀과 집기 등을 여러 점포가 공동으로 사용한다. |
김 씨가 창업한 공유주방을 가보니 15개의 점포가 있다. 점포는 부스처럼 조리 공간이 따로 있다. 그리고 홀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영업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배달 주문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이 많이 나간다. 김 씨처럼 소규모 자본을 가진 창업자, 신메뉴 개발을 원하는 창업자, 배달사업자, 일정 기간만 주방을 이용하는 일명 ‘팝업키친’ 사업자에게는 아주 좋은 게 공유주방이다.
규제 샌드박스로 세상은 더 많이 바뀔 것이다.(출처=규제샌드박스 누리집) |
지난 3년 간 규제 샌드박스 성과를 보면 대단하다. 2021년 12월 말까지 승인 기업들은 약 4조8000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하였고 매출은 약 1500억 원이 증가하였다. 약 63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또한, 비수도권의 14개 시도에 지정된 액화수소, 전기차 충전, 자율주행 등 29개의 규제자유특구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균형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는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한 결과다. 규제 샌드박스로 앞으로 세상은 더 많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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