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가 코로나19를 만나면서 세상의 흐름을 급속히 바꿔놓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과 비대면 산업의 활성화로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때 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더욱 가혹할 수밖에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건만 그들을 반겨 맞아줄 직장이 없다. 한 해 두 해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년은 점차 자신감이 줄어들고 위축되어 간다. 급기야 취업을 포기하고 단념하는 청년들도 생겨난다. 그렇다고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 구직을 단념한 청년들을 위해서 고용노동부가 나섰다. 작년부터 청년도전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올해의 청년도전지원사업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사진=은평 오랑) |
청년도전지원사업은 구직을 단념한 청년에게 구직 의욕을 고취하면서 자신감을 강화하기 위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원사업이다. 최근 6개월간 취업과 교육직업훈련 참여 이력이 없는 만 18~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청년에게는 20만 원 상당의 청년 인센티브가 지원된다.
고용노동부 ‘2021년 청년도전지원사업 성과평가’ 최우수기관에 서울청년센터 은평 오랑이 선정되었다. ‘서울청년센터 오랑’은 서울시 14개 자치구에 있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청년이 안고 있는 문제를 센터의 청년지원 매니저가 도와주는 곳이다. 은평 오랑은 서울 은평구에 있는 청년센터이다.
은평 오랑은 지난해 구직 단념 청년 발굴과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으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최우수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해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한 기관은 총 14곳이며, 은평 오랑이 지난해 시작한 시범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적극적으로 지역 청년에게 관심을 두고 사업을 추진한 덕분이라고 한다. 은평 오랑만의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방문했다.
서울청년센터 은평 오랑은 불광역 7번 출구 대조시장 입구에 있다. |
불광역 7번 출구로 나오면 정면에 대조시장이 있다. 시장 입구 우측에 서울청년센터 은평 오랑이 있다. 2020년 6월에 문을 연 은평 오랑은 아직 지역 주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은평 오랑 정도운 센터장은 우리 주변에 흔히 만날 수 있는 청년이었다. 청년이 이끄는 청년센터라니 일단 호감이 생겼다. 그는 “청년들에게 센터의 존재를 알리고, 센터에서 하는 사업을 홍보하는 게 우선이었어요”라면서 “그 시작이 청년도전지원사업이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도운 센터장은 은평 오랑이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까지의 비결을 들려줬다.
은평 오랑 출입문 근처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 프린터기가 비치되어 있다. |
첫째, 온라인 홍보와 더불어 오프라인 홍보도 비중 있게 다뤘다. 은평구 관내 다중이용시설에 청년도전지원사업을 알리는 홍보물을 부착했다. 전철역, 주민센터, 은행, 우체국, 병원 등이다. 대기시간에 홍보물을 본 청년들이 은평 오랑으로 연락해왔다.
둘째, 사전신청 제도를 도입했다. 청년도전지원사업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전화로 본 사업을 설명한 뒤 워크넷 가입을 안내하고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했다. 거기서 청년들이 은평 오랑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92%에 달하는 높은 이수율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공유주방에서 원두커피를 추출해 마실 수 있다. |
셋째, 기존의 구직 지원 프로그램과 다르게 구성했다. 사회 진출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유인책이 되리란 판단이었다. 먼저 청년들을 대상으로 건강 상담과 심리 상담을 지원했다. 그리고 청년 각자에게 과제를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제안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게끔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청년들 각자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넷째, 센터에서 근무하는 담당 매니저의 활약이 컸다. 기수 별로 회원을 관리하기 위해 오픈채팅방을 개설하고 진행 상황을 상세하게 안내했다. 또한 매니저가 청년들의 MBTI를 검사하고 거기에 맞춰서 각자의 적성 등을 파악하게 하는 등 청년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즐겨방에서는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
다섯째, 청년도전지원사업이 종료된 후 사후관리 차원에서의 작업도 있었다. 전화 인터뷰로 만족도를 조사하는 등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한다. 그래서 비대면 방식의 전화 인터뷰로 청년들의 반응을 파악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마지막으로 1인 가구 청년을 위한 먹거리 지원이다. CJ와 나눔냉장고사업을 협업하고 있다. CJ 입장에서는 1인 가구 청년을 위해서 자칫 재고로 남게 될 식품을 가치 있게 소비할 수 있다. 센터에서는 2주에 1회 식품을 지급했다.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청년들이 은평 오랑을 방문할 때마다 안부를 물어보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쉬어방에서는 담소를 나눌 수 있다. |
은평 오랑은 입구부터 직원들 책상이 입구 쪽을 향해 개방되어 있다. 별도의 사무실 공간이 없다. 그래서 청년들은 이곳에 입장할 때마다 직원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인사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청년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 프린터기 등이 비치되어 있다. 공유주방엔 커피 추출기가 있어서 청년들이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다. 청년들이 이곳에 와서 혼자 책을 읽거나 여럿이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좌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은평 오랑은 지역 청년들에게 청년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청년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면 다시 이곳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곳에서 청년들은 청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과 정보 등을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평 오랑은 1인 가구 청년들의 먹거리를 지원하기 위해 CJ와 나눔냉장고사업을 펼치고 있다. |
은평 오랑의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한 청년은 “실패에 대한 자세가 바뀌었어요. 과거에는 실패에 매몰되어 자신을 갉아먹고, 주위와 비교하며 피하려고만 했었는데 이 사업에 참여하고 나서는 좀 대담해졌어요. 실패 자체도 의미 있는 도전이고 나름의 보이지 않는 결과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노력 자체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 의미 있는 도전을 하는 저를 응원하게 되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힌다.
또 다른 청년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고립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다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매니저님들과 소통하며 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 가장 좋았어요”라고 회상한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도전지원사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은평 오랑) |
청년도전지원사업은 구직을 단념한 청년들의 구직 의욕 고취, 노동시장 참여 및 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래서 각 자치단체의 청년센터를 통해 구직 단념 청년을 발굴·모집하여 사회활동 참여 의욕 고취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 이수 시 국민취업지원제도, 취업 시 고용촉진장려금까지 연계하여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 6개월간 취업 및 교육·직업훈련 참여 이력이 없고, 구직 단념 청년 문답표 21점 이상인 만 18~34세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취업에 도전하고 싶은데 자신감이 없는 청년들이라면 각 자치단체의 청년센터에 문의해 보길 바란다. 구하려는 자는 반드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청년도전지원사업 : https://www.work.go.kr/youngChallenge/index.d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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