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물 주차장 출입구에서 당황해 하시는 노부부를 보고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 아마도 키오스크로 사전에 주차요금 정산을 하지 못한 채 출차를 하셨던 것 같은데 대부분 무인 운영으로 전환되며 출입구 쪽에 직원마저 상주하지 않아 바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진땀을 빼고 계셨다.
차단기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뒤쪽으로 다른 차들이 줄지어 서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게다가 뒤에 서 있는 차 몇 대가 경적을 울려대니 보는 사람 마음까지 조마조마했던 순간이었다.
상황실에서 이를 인지하고 직원이 나와 근처 키오스크까지 함께 가 주차요금을 지불하고 나서야 해결이 됐는데, 순간 우리 부모님도 이런 비슷한 입장에 처하실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활용하는 디지털 기기들이 어르신들에게는 장애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 급속한 속도로 전환되고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이날 만났던 노부부와 비슷한 세대인 어르신들이 어려움을 겪는 장면을 종종 목격한 적이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례로 부모님을 비롯해서 말이다.
며칠 전 어머니께서 오랜만에 음식을 시켜 먹으려고 하시는데 예전처럼 배달음식 목록이 적힌 책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서 전화번호를 찾아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으시다며 도움을 요청하셨던 적이 있다. 이야기를 듣고 배달 앱으로 식사를 주문해드렸었는데 왜 진즉에 이런 앱 활용법을 알려드리지 못했을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음식 배달부터 시작해 길찾기, 쇼핑, 뱅킹, 각종 예약 등 디지털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데 과연 어르신들 또한 함께 디지털 세상을 누리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어르신을 위한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길찾기 편’ 영상 중.(출처=https://youtu.be/1hZxDQX7TvA). |
그러던 중 ‘어르신을 위한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이란 캠페인을 접하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어르신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했다고 하는데 최근 이와 관련된 고민을 하다 보니 관심이 갔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상 한 편이 제작됐는데 어르신들이 모바일 지도 앱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용 영상이었다. 할아버지와 손녀딸이 지도 앱을 통해 길을 찾고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앱 다운부터 검색, 이동 방법 선택까지 상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부모님께 보내드리면 유용할 듯해 문자 메시지로 영상을 공유해 드렸다.
디지털 격차 해소 캠페인 ‘참견이 참여가 되어 만드는 참 행복한 디지털 세상!’ 영상 중.(출처=https://youtu.be/xHZ0MeqKp1I). |
또 이와 함께 디지털 격차 해소 캠페인 영상도 공개가 됐는데 ‘참견이 참여가 되어 만드는 참 행복한 디지털 세상!’이란 제목의 영상으로 어르신들이 디지털 기기 앞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조력자로 참여해 줄 것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를 보니 지난번에 주차장 출입구에서 당황해 하시던 분들에게 먼저 가 도움을 드렸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페인 내용처럼 쓸데없는 참견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참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가가 도움이 필요한지 한번 여쭤보려고 한다. 나아가 이번 방통위의 캠페인에 공감하는 이들이 같이 참여함으로써 어르신들을 배려하기 위한 노력이 널리 확산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어르신을 위한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 교육 영상 목록.(출처=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zTAk1yLhU2pU22mCHr430ucoTK4_LwKr) |
한편 ‘어르신을 위한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은 방통위가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번째 추진하는 캠페인이라고 한다. 그간 어르신들이 디지털 기기를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장보기, QR코드 사용법, 키오스크 사용법 등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소개해 왔는데 미디어 교육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각 영상들은 방송위 SNS 채널(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과 누리집(https://kcc.go.kr/), 미디어 교육 온라인 플랫폼 ‘미디온’ 누리집(https://edu.kcmf.or.kr)에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