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 나와 있는 박물관의 대표적인 비전과 전략은 ‘모두를 위한 박물관’이다. 이 비전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은 사용자 중심의 박물관 서비스 강화, 스마트 박물관 조성, 문화 취약계층의 문화 향유권 확대, 모두가 쉽게 활용하는 박물관 콘텐츠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출범한 지 이제 1년이 된 새로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는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비전과 정부의 국정과제에 딱 맞는 새로운 서비스, 이름하여 ‘이용 장벽 없는 스마트 전시관’을 지난 3월 13일부터 선보인단다. 마침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기도 해 토요일 저녁,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가 실제 체험을 해봤다.
토요일은 수요일과 함께 박물관이 오후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하는 날이다. 주말이지만 관람객들은 낮에 전부 다녀갔는지 해가 지기 전 운치 있는 박물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스마트 전시관은 상설전시관 1층에 두 대, 2층과 3층에 각각 한 대씩 설치되어 있다. 1층 안내데스크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스마트 전시관은 우리가 보통 박물관에 입장하자마자 안내데스크에서 집어 드는 박물관 안내 리플릿에서 확인하는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박물관 안내 스크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일반 안내 스크린과 다를 바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스마트 전시관이 특별한 이유는 인공지능 기반의 키오스크와 이와 연계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 시각장애인은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 안내와 점자 키패드로, 고령자나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화면 글씨 확대와 색상 고대비 화면 등으로, 청각장애인은 수어로 직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휠체어 이용자나 저신장자는 자동센서 기능으로 높이 조절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통해 장애 유형별 맞춤형 기능을 구현하여 문화 취약계층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박물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비장애인도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고 외국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영어 또는 중국어로 언어 변경이 가능하다.
스마트 전시관의 더욱 돋보이는 점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서비스이다. 청각장애인이 수어로 질문하면 수어를 인식해서 3D 아바타가 수어로 대답한다. 또 ‘주먹도끼’와 같이 몇 가지 대표적인 박물관 전시품에 대한 설명도 수어 아바타나 수어 영상 등으로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수어 서비스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앞으로 더욱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장애인으로서 스마트 전시관을 체험해 본 결과, 리플릿에 다 담지 못한 더 풍성한 정보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추천 동선’을 클릭하면 ‘명품 30선’, ‘수어로 만나는 대표 유물 16선’, ‘한국의 국보’, ‘한눈에 둘러보는 다양한 세계 문화’, ‘손으로 느끼는 우리 문화, 세계 문화’ 등 박물관이 추천하는 테마별 동선이 나온다. 특별하게 추천 동선을 선택하여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고, 혹은 시대별로, 층별로, 지역별로(3층에는 세계문화관이 있다) 각자 관심사에 맞게 원하는 대로 박물관을 관람할 수가 있다.
나는 추천 동선을 따라가 보려고 그중 하나를 눌러보았는데, 스크린에서 안내하는 추천 동선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 순간 당황했지만 키오스크 화면 QR코드를 촬영하면 나오는 ‘국립박물관전시안내’라는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정보가 연계되어 개인 휴대폰으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
추천 동선 중에서 ‘손으로 느끼는 우리 문화, 세계 문화’ 코스를 따라가 보았다. 손으로 느끼는 문화가 무슨 말인가 했더니 박물관 전시품 중 3D 유물 모형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코너였다. 시각장애인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판에는 점자로도 설명이 되어 있었다. 촉각 전시물은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물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은 사람을 위해 제작한 것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감각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기 때문이다.
‘모두’라는 단어에는 빠짐이나 넘침이 없는 전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모두를 위한 박물관’은 박물관을 이용하는 데 있어 한 명도 제외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안내 리플릿에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에 더해 ‘누구나, 어디서나’라는 단어가 추가되어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문화 취약계층에게도 공정한 문화 접근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등 전국의 국립박물관까지 스마트 전시관 구축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신체가 불편하더라도,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또 어디에 살든 우리 모두는 누구나 문화를 누릴 자격이 있다. ‘장벽을 넘어 모두를 위한 박물관’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스마트 전시관이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에 다가가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수민 amantedepari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