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유행에 따른 빠른 의류 소비, 쉽게 버려진 옷으로 인해 매일 엄청난 양의 의류 폐기물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환경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생활폐기물로 배출된 의류 폐기물의 양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는 약 11만8000톤, 하루 평균 300톤에 달한다. 버려진 옷은 여러 요인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는 아직 이에 대해 무감각하기만 하다.
지난 5월 8일, 이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한 전시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대구섬유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3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맞아 현대사회 의류 폐기물에 대한 성찰을 담은 특별기획전 ‘최소한의 옷장’을 개최한다. 마침 5월 18일은 ‘세계 박물관의 날’로 이번 박물관·미술관 주간은 5월 3일부터 28일까지 펼쳐진다. 올해 주제는 ‘박물관, 지속 가능성과 웰빙’이다.
이번 전시는 쏟아져 나온 옷으로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를 살펴본다. 총 3개의 챕터로 나뉘어서 진행되는데 ‘1부 옷장 채우기’는 의생활에 관한 사람들의 다양한 인식 변화를 ‘옷장’의 모양과 크기를 통해 살펴보고, 시대별 복식 70여 점을 통해 의생활 문화의 변천 과정을 소개한다.
‘2부 옷장 파헤치기’는 의류가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는지 알아보고, 의류 폐기물의 처리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점 및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하여 인식한다. 마지막은 의류 폐기물 문제에 대한 대안을 ‘RE:THINK’, ‘RE:DUCE’, ‘RE:PAIR’, ‘RE:USE’, ‘RE:CYCLE’로 풀어보는 ‘3부 옷장 비우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인 1인당 1년에 평균 옷 68벌을 산다는 한 통계 결과를 증명하듯이 나 또한 날이 더워진다는 핑계로 저번 주에만 무려 4벌의 옷을 새로 샀는데, 직접 전시를 관람하며 옷을 쉽게 구입하고 쉽게 버리는 것에 무감각해진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의류 폐기물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물건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 아끼며 되살릴 때 우리가 사는 지구가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전시에 방문한 한 관람객의 소감을 들어봤다. 양보람 씨는 “평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새로 구매하는 것을 즐기곤 했는데, 이번 ‘최소한의 옷장’ 전시에서 다양한 의류 재활용품을 보며 이러한 습관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패션과 환경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직접 방문한 ‘최소한의 옷장’은 다양한 전시품들과 체험으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아울러 전시장에는 의류 소비 자가진단, 인생네컷 사진 촬영존과 같은 다양한 체험활동이 마련되어 있어 재미를 더했다. 나아가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으로부터 가정에서 입지 않는 의류를 기부받아 운영되는 의류 기부함은 전시 종료 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되어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된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1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어느덧 4월의 봄을 지나 점점 여름의 향기가 다가오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여름에 요즘 옷장 정리 많이들 할 텐데, 이번 여름엔 새 옷을 장만하기보다는 기존의 옷장을 파헤쳐 보고 지속 가능한 의생활을 모색해 보는 것이 어떨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가현 sarahrkg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