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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도시 도시숲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다

2023.11.09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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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진학한 아이가 조경학을 전공하고 있다. 아이 덕분에 부쩍 숲을 향한 관심이 커졌다. 나무와 숲이 주는 이점은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다. 과거엔 숲을 찾아가려면 도시를 벗어나 산으로 가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도시에도 숲이 있다. 이른바 도시숲이다. 도시숲은 도시, 마을 또는 교외 즉,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에 의해 영향을 받는 공간 내에서 자라는 숲 또는 공원녹지 등을 이르는 말이다. 도시숲은 길거리의 가로수나 공원의 나무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수원 노송공원 입구에 노송 숲이 '2023 모범도시숲'으로 선정되었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수원 노송공원 입구에 노송숲이 ‘2023 모범 도시숲’으로 선정되었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우후죽순 솟아 있는 고층빌딩,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행렬의 삭막한 도시에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고, 도심의 열섬 현상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게 도시숲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도시숲을 많이 늘리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도시숲 조성으로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 2007년부터 전국의 도시공원에 숲을 조성 중이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를 번갈아 겪으면서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상기후 현상을 실감했다. 이상기후 현상을 최소화하려면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해야 한다. 도로변에 가로수를 심거나 작은 공원 등을 조성해서 시민들이 굳이 멀리 산에 가지 않아도 곳곳에서 푸르른 숲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산림청이 2023년 녹색도시 우수사례 6곳과 모범 도시숲 인증 11개소를 선정해 발표하였다. 녹색도시 우수사례로 선정된 도시를 살펴보니 수원이 있다. 수원은 자그마치 3곳이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수원을 방문해서 녹색도시의 풍경을 살펴보기로 했다. 마침 늦가을 단풍도 물들어가는 때라서 가을 나들이 삼아 더없이 좋다. 더구나 조경학을 전공 중인 아이와 함께라면 어떨까?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옮기면서 축조한 수원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옮기면서 축조한 수원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수원하면 가장 먼저 정조와 수원화성이 떠오른다. 수원화성은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가 축조했다. 그는 뒤주 속에서 생을 마감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을 양주 배봉산에서 조선 최대의 명당인 수원 화산으로 이장한 뒤 아버지 능 근처에 자주 머물기 위해 수원화성을 지었다. 따라서 수원화성 안에는 임금이 행차해서 머무는 행궁도 있다. 수원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경기도 지정 지방기념물로 지정된 노송이 곳곳에서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도 지정 지방기념물로 지정된 노송이 곳곳에서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그곳에 아주 오래된 소나무, 즉 노송이 숲을 이루고 있다. 노송숲은 이목동 일원의 약 5.6ha 크기의 소나무 숲이다. 약 5㎞의 노송길과 노송공원, 맥문동 군락지가 조성되어 있다. 모범 도시숲 사례 대상지로 노송숲이 선정되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을 담아 능 행차 길에 심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소나무가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노송이 되었다. 우리의 격동의 역사를 말없이 지켜봐서일까? 위로 곧게 뻗어야 할 소나무가 구부정한 자세를 한 채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마치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듯했다.

주로 어르신을 모신 가족 단위의 일행이 노송 공원을 방문하고 있었다.
주로 어르신을 모신 가족 단위의 일행이 노송공원을 방문하고 있었다.

소나무 아래 맥문동 군락지가 있는 게 궁금했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소나무의 타감작용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타감작용은 식물에서 일정한 화학물질이 생성되어 다른 식물의 생존을 막거나 성장을 저해하는 작용을 뜻한다.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들은 다른 경쟁자들이 자라지 못하도록 뿌리와 줄기에서 자기를 방어하는 물질을 품어낸다. 예부터 선비들이 소나무를 일컬어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고 했다. ‘홀로 푸르다’라는 뜻인데 소나무의 특성에 맞는 적합한 표현이다. 소나무는 타감작용에 의해 다른 식생을 배척한 채 홀로 서 있고, 또 뾰족한 잎은 늘 푸르러서 대표적인 상록수의 하나이다. 

소나무의 타감작용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맥문동이 소나무 아래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소나무 타감작용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맥문동이 소나무 아래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소나무 숲을 거닐다 보니 소나무가 듬성듬성한 가운데 자잘한 나무 몇 포기를 빼고는 다른 식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맥문동은 다르다. 맥문동은 소나무 타감작용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음지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소나무 가지가 햇빛을 가린다 해도 성장에 문제가 없다. 따라서 듬성듬성 이어진 소나무 아래 맥문동을 심은 것이야말로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인간의 지혜라고 하겠다.      

정조로 테마 가로수길에 양버즘나무가 조성되어서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정조로 테마 가로수길에 양버즘나무가 조성되어서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수원을 방문했으니 수원화성 둘레를 거닐어봐야 한다. 장안문에서 팔달문까지 이어지는 길이 정조로다. 정조로에 테마 가로수길이 조성되었다. 2.8㎞의 길이 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 가로수로 이루어졌다. 양버즘나무는 흔히들 플라타너스라고 부르는 나무의 한국식 이름이다. 그렇다면 왜 버즘나무라고 할까? 버즘나무는 나무껍질의 큰 조각이 떨어진 부분이 암회색 또는 회백색을 띠므로 피부에 버즘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그 이름이 지어졌다. 

정조로 테마 가로수길에 조성된 양버즘나무는 테마 전정을 거쳐 깍두기 모양을 하고 있다.
정조로 테마 가로수길에 조성된 양버즘나무는 테마 전정을 거쳐 깍두기 모양을 하고 있다.

고개를 올려서 가로수를 쳐다보니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양버즘나무의 가지와 잎을 네모난 깍두기 모양으로 다듬었다. 가로수를 일정한 모양으로 전정하는 것을 ‘테마 전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원 정조로에서 가로수를 테마 전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가로수가 도로변의 상점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잦아져 그 해결책으로 지난 2005년에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정조로에 조성된 테마 가로수길은 조형미에 충실하다. 가로수를 돌보는 분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더해졌다고 생각하니 그 수고로움에 찬사를 보낸다.   

화양로 등 6개 노선에 가로수로 심어진 배롱나무는 여름부터 곡식이 익는 가을까지 붉은 꽃을 피운다.
화양로 등 6개 노선에 가로수로 심어진 배롱나무는 여름부터 곡식이 익는 가을까지 붉은 꽃을 피운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양로 등 6개 노선에는 가로수로 배롱나무를 심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배롱나무를 주로 사찰이나 서원에 심었다. 배롱나무가 껍질을 벗고 속살을 드러내는 것처럼 스님들 역시 속세의 묵은 때를 벗고 수행 정진에 힘쓰라는 뜻으로 사찰에 배롱나무를 심었다. 또한 배롱나무가 청렴을 상징하기 때문에 장차 관직에 나가서 청렴한 관리가 되라는 깊은 뜻에서 서원에 심었다. 그런 배롱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뜻은 무엇일까? 배롱나무에 피는 꽃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늦가을인데도 아직 배롱나무에 붉은 백일홍이 남아 있었다.
늦가을인데도 아직 배롱나무에 붉은 백일홍이 남아 있었다.

배롱나무에 피는 꽃이 백일홍이다. 꽃이 6월부터 10월까지 거의 100일간 피어 있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부른다. 여름부터 모든 곡식이 익는 가을까지 붉게 핀 꽃을 볼 수 있다. 여러 해 전의 일이다. 밤새 창문이 덜컹거릴 정도로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였다. 밤새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정원에 핀 백일홍의 안부가 궁금했다. 아침에 배롱나무를 찾아가 봤다. 그런데 백일홍은 태풍이 불어도 건재했다. 과연 백일홍(百日紅)이라고 부를 만했다. 

배롱나무 가로수길을 오가는 행인들은 오랜 기간 붉게 피어난 꽃을 보면서 즐거워했을 것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10월 말까지 꽃이 남아 있으려나? 멀리서 보니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배롱나무에 가까워지자 아직 가지 사이로 빨간 꽃이 듬성듬성 보였다. 이렇듯 백일홍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배롱나무는 나무껍질이 미끄러울 정도로 매끈하고, 나무껍질이 벗겨진 자리는 색깔이 연해 알록달록하다.

배롱나무의 나무껍질은 매끈하고, 나무껍질이 벗겨진 자리는 색깔이 연하기 때문에 나무껍질이 알록달록하다.
배롱나무의 나무껍질은 매끈하고, 나무껍질이 벗겨진 자리는 색깔이 연해 알록달록하다.

늦가을 울긋불긋 혹은 샛노란 단풍으로 물든 가로수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단풍놀이를 한 셈이다. 수원은 녹색도시 우수사례로 우수상을 받았다. 대상지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양로 등 6개 노선으로 배롱나무를 심어 새로운 경관을 창출하고 띠 녹지를 형성했다. 또한 모범 도시숲 사례 대상지로 노송숲이 역사문화적 테마를 활용해 기존 수목과 후계 수목을 조화시켰다. 마지막으로 가로수 사례 대상지로 수원 정조로 테마 가로수길이 있다. 수관 테마형으로 가지 전정을 통해 테마 가로수길을 조성했다. 

올해 녹색도시 우수사례 최우수에는 경북도(경북도청신도시 천년숲)와 대구 동구청(각산동 경안로 가로수길), 충남 금산(금성농공단지 차단숲)이 선정됐다. 내가 아이와 함께 둘러본 경기도 수원시는 2023년 녹색도시 우수사례에서 우수로 선정됐다.

수원 시내 곳곳 가로수마다 곱게 물든 단풍을 구경할 수 있었다.
수원 시내 곳곳 가로수마다 곱게 물든 단풍을 구경할 수 있었다.

2007년부터 시작한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사업은 도시숲·가로수를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조성·관리하고 있는 우수사례를 선정해 시상함으로써 지자체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도시숲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2021년 6월부터 도시숲법 시행으로 모범 도시숲 인증도 본격 시행됐다. 

도시에 빌딩숲만 있는 게 아니라 도시숲도 있다. 길가, 공원 등에 나무와 풀이 있어서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안식처가 되고 있다.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
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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