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신도시의 시작과 현재를 함께 한 일산 호수공원. 이곳에는 일산을 대표하는 상징이 또 하나 있다. 봄이 되면 호수공원을 꽃의 향기로 물들이는, 고양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 화훼박람회인 고양국제꽃박람회이다.
1997년을 첫 시작으로 2024년까지 총 16회의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렸다. 2012년까지 3년 주기로 진행되던 꽃박람회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2013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고양시 최대 연례행사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지난 3월 산림청에서 발간한 ‘산림테마 지역축제 전국지도’에 포함되었다. 전국의 꽃, 산·나무, 임산물 등 산림과 관련된 지역축제를 한데 모아놓은 것으로, 올 상반기에 열리는 산림 관련 지역축제 정보를 제공한다.
산림청은 산림르네상스 추진 전략(2022~2027)을 통해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창출하고 산림의 경제적, 환경적, 사회문화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국민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산림 치유와 산림 및 산촌 관광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산림테마 지역축제 전국지도’는 그 일환으로 산촌과 연계한 여가문화를 확산하고 산림자원을 활용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발굴하고자 한다.
산림이 주는 치유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밝혀져 있다. 종종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걷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자연을 향유할 기회가 좀처럼 없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이 산림 치유와 산림 여가문화는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학창 시절 이후 정말 오랜만에 고양국제꽃박람회를 방문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만큼 몰라보게 변한 곳도 있었지만 호수공원은 그때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 호수공원은 단골 소풍 장소이자 졸업사진을 찍는 특별한 장소였다. 옛 추억에 잠긴 것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고양국제꽃박람회로 발걸음을 돌렸다.
제16회를 맞이하는 2024 고양국제꽃박람회의 주제는 ‘지구환경과 꽃(Flower in the Earth)’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축제이니 만큼 환경에 민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박람회 기간에만 사용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박람회가 끝나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꽃의 순환과 탄소중립 지향이 꽃박람회의 포인트이다.
1구역 야외전시장은 ‘지구환경과 꽃’ 테마를 담은 대형 꽃등고래 조형물과 고래 위에 서 있는 재두루미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근처에는 곧 폐쇄될 동물원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지구환경과 기후위기를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전시장이 마련되었다.
고양시 농가가 참여한 고양로컬가든 및 분재정원, 세계적 가든 디자이너들이 꾸민 세계작가정원,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찍 피어나는 장미정원 등 올해 더욱 넓어진 야외전시장 속 화려한 꽃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2구역 실내전시실은 눈뿐만 아니라 실내에 가득한 꽃향기로 코까지 호강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장이었다. 30개국의 국가관과 국내·외 화훼 생산자 및 유통기술 업체의 부스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최초로 개최되는 국제 플라워 경기 대회인 고양 플라워 그랑프리 대회에 참여한 한국 포함 8개국 10명의 선수가 화훼장식 작품을 선보였다. 그 자체로 예술인 꽃들이 모여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었다.
유료 구역인 실내전시 및 야외전시 구역 사이에는 고양플라워마켓이 열렸다. 이곳에서 고양시 화훼 농가의 다양한 꽃과 식물을 구입할 수 있다. 유료 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보였다.
고양국제꽃박람회 전체 화훼 물량의 90%를 고양시에서 수급한다고 한다. 누적 유료 관람객 약 830만 명, 생산 유발액 약 1조7000억 원.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여파로 화훼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박람회에서의 국내외 교류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주변 상권 등 지역경제 활성화도 물론이거니와.
여느 때보다 벚꽃이 더 빠르게 진 것 같은 봄이 지나간다. 벌써 여름 옷을 꺼내 입으니 점점 짧아지는 봄이 더욱 애틋해진다. 하지만 봄꽃의 향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찍 피는 장미, 예술작품이 된 꽃들, 어디서도 보기 힘든 특이한 꽃들과 우리 주변에서 항상 함께하며 일상을 빛내주는 꽃들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현장 입장권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자동차는 잠깐 쉬게 하는 것도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수민 amantedepari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