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한 학기가 끝나고 종강을 맞이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되었다. 그동안 고생했던 나를 위해 온전한 쉼을 누리는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마침, 달력을 보니 이번 주 수요일이 ‘문화가 있는 날’이라 문화유산 체험 위주로 찾아보았다.
여러 행사가 있었지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2024 경복궁 경회루 특별관람’ 프로그램이었다. 경회루는 경복궁의 연못 안에 조성된 대규모 2층 누각으로, 왕이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거나 사신을 접대할 때, 혹은 가뭄이 들었을 때 기우제를 지내는 등 국가 행사에 사용되던 건물이다.
![경복궁 연못 위에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경회루. 늘 울타리 너머에서만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13.jpg)
단일 평면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누각 건물인데, 물속에서도 거대한 건물이 잘 견디게끔 설계한 점 등을 높게 평가받아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오로지 경회루만 보러 경복궁을 찾는 관광객이 있을 정도로 수려하게 아름다운 경회루지만, 평소 접근이 제한되어 있어 2층은 물론 들어가는 문조차 울타리로 막혀 있어 먼발치에서만 볼 수 있었다.
![경회루 앞에는 경회루를 축소해 놓은 미니어처 모형이 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01.jpg)
그런데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에서 5월 8일부터 전문 해설사와 함께 경회루를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고민 없이 바로 신청했다. 상반기 관람은 5월 8일부터 6월 30일까지, 하반기 관람은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1일 4회(오전 10시,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 40분 동안 전문 해설사의 심화 설명을 들으며 경회루 2층을 둘러볼 수 있다. 회차당 35명 선착순으로 진행되며, 1인 당 최대 2석까지 예약할 수 있다.
경회루 특별관람을 원하는 관람객은 미리 ‘2024 경복궁 경회루 특별관람 누리집(https://www.kguide.kr/gba01/)’에서 사전 예약을 한 뒤 방문할 수 있다.
![2024 경복궁 경회루 특별관람 사전예약 누리집.](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12.jpg)
나는 만 나이로 스물세 살이기에 꼭 문화가 있는 날이 아니더라도 궁궐에 무료로 입장(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내국인)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경회루에 간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리자 어머니 역시 경회루 구경도 하고 여름의 궁궐을 즐기고 싶으시다고 하여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동생까지 함께 가족 나들이를 떠났다.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경회루 특별관람을 예약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810857.jpg)
오전 10시, 1회차 관람을 신청한 우리는 9시 50분까지 경회루 함홍문 앞에 도착했다. 무더운 햇볕을 가릴 양산을 쓴 관람객들이 일찌감치 도착해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경회루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경회루 함홍문 앞에 9시 50분까지 도착했다. 이미 많은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02.jpg)
10시보다 조금 이르게 예약 확인증을 제시한 다음 다리를 건너 경회루에 발을 디디자, 섬세한 단청을 꼼꼼하게 새긴 1층 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천장까지 꼼꼼하게 꾸몄다는 점에 한 번, 섬세하고 화려한 단청 문양에 또 한 번 감탄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10.jpg)
안쪽으로는 둥근 기둥이, 가장자리로는 사각형의 기둥이 2층 누각을 떠받치고 있었는데, 둥근 기둥은 둥근 하늘을, 사각형의 기둥은 단단한 땅을 상징한다는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기둥 하나에 얽혀 있는 세심함을 읽어내지 못했을 것 같기도 했고, 경회루는 물론, 경복궁 건물과 얽힌 여러 건축 요소를 배울 수 있어서 제대로 문화 체험을 즐겼다고 느꼈다.
![2층에 올라가기 전, 경회루의 기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05.jpg)
2층으로 올라갈 때는 궁궐에서 준비해둔 슬리퍼를 신고, 30분 정도 설명을 들으며 경회루를 둘러보았다.
![경회루 뿐만 아니라 경복궁의 건축 역사, 구조적 특징 등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던 관람 프로그램이라 더 의미가 깊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07.jpg)
15분 동안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동쪽으로는 아름다운 기와지붕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경복궁의 경관이 한눈에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한 폭의 산수화와 같은 인왕산의 모습이 장엄하게 펼쳐져 시원하게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경복궁의 기와지붕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아름답게 이어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17.jpg)
마침 날씨도 너무나 맑고 깨끗해서 파릇하고 싱그러운 자연과 어여쁘게 어우러진 경복궁을 즐기고 올 수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인왕산 자락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12.jpg)
선선한 바람, 오래된 역사를 품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경회루 마루 소리, 저 멀리서 들리는 수문장 교대 의식용 북소리, 한복을 입은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까지 하나 같이 아름답고 평온했던 관람의 순간이었다.
![어머니와 동생은 경회루 마루에 앉아 자연과 한옥이 어우러진 모습을 즐길 수 있어서 뜻 깊었다고 말해주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18.jpg)
경회루에서 바깥을 내려다보니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무더운 여름인데도 긴 소매의 한복을 차려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며, 한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곱게 머리를 땋아 꽃 모양 장신구로 꾸미고, 풍성한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머리를 곱게 땋아 꽃 장식을 달고, 화려한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11(1).jpg)
국가유산청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한복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한복 체험과 강연 등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한복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한다고 한다.
오는 8월과 9월에는 ‘고궁 속 아름다운 한복 이야기’ 사진 공모전과 나만의 한복 캐릭터를 만들어 보는 온라인 프로그램 ‘모두의 풍속도 2024’를 운영하며, 올해 하반기에 개최될 예정인 ‘2024년 가을 궁중문화축전(10월 9일~13일)’을 비롯한 다양한 궁궐 활용 사업들에 한복 체험 행사를 늘릴 예정이다.
![한복을 입고 근정전을 누비는 외국인 관광객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jpg)
이러한 한복 체험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데 특히 MZ세대들 사이에서 궁궐에서 한복을 입고 체험하며 우리 전통문화를 즐기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기대된다.
![궁궐에 한복을 입고 들어온 관람객들 중에 겹치는 한복 없이 저마다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는 점도 인상적이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04.jpg)
궁궐 곳곳을 거닐면서 책이나 영상으로만 접하는 역사보다 실제 내가 직접 듣고 보며 체험해보는 전통문화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느꼈다. 피부에 닿는 기분이 달라지니 감상 역시 한층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남녀노소, 국적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우리 고유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유산인 궁궐에서 한복을 입고 전통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런 행사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회루에서 강녕전으로 가는 길. 햇살을 받은 단청이 고운 빛깔을 머금었다.](https://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24.06/26/KakaoTalk_20240626_205730459_15.jpg)
경회루에서 내려와 강녕전을 거쳐 근정전으로 나오는 동안, 아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가 있는 날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뜨거운 여름 햇볕도 막을 수 없었던 사람들의 미소와 싱그러웠던 궁궐 풍경으로 6월의 마지막 주를 기억할 수 있어서 참 의미 깊게 문화를 즐기고 올 수 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