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살 때 한국이 그리운 점이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그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이었다. 지하철, 상가, 빌딩 등 도처에 공중화장실(그것도 깨끗하고 쾌적한)이 있는 한국과는 달리 공중화장실을 찾기 힘들뿐더러 있어도 돈을 내고 들어가야 했다. 한국에서는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상의 화장실 찾기 전쟁을 치르고 한국에 돌아오니 공중화장실의 존재가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마음껏 공중화장실의 소중함을 만끽하던 중에 행정안전부와 한국화장실문화협회가 개최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공모 소식을 접했다. 1999년부터 시행되어 온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은 2024년 올해로 26회를 맞이했다. 외국인도 인정하는 안전하고 쾌적한 K-화장실 문화. 벌써 26회를 맞이한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이 한 몫을 한 건 아닐까?

이런 궁금증을 품고 2023년 ‘제25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B 화장실을 찾았다.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문과 국기광장에 있는 평화의문 B 화장실 정문에는 ‘제25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대상(대통령상) 수상 명패가 붙어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천장 DID 모니터(정보 전달을 위해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광고용 모니터)에서 송출되는 올림픽공원 9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88올림픽의 영광과 감동을 다시 한번 기억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또한 공기정화 식물과 환기시설 설치로 이용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공중화장실은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위생과 안전이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어두운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불안해지는데 평화의 문 B 화장실은 밝은 톤의 내부 덕분에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 내부에 들어가 문을 잠그면 문틈 사이로 불이 켜지는데 그 또한 이용자에게 밝고 쾌적한 환경을 주려는 배려처럼 보였다. 공원 방문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안전, 편의 증진에 신경 쓴 것 같았다.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공모 분야는 공중화장실 법을 적용받는 공중화장실 분야와 개인·법인이 설치한 민간 화장실 분야로 나누어 접수가 진행된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공중화장실은 68,850개라고 한다.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공모를 통해 공모전의 존재와 공중화장실 수에도 놀랐지만 행정안전부가 개최한다는 점에 더욱 놀랐다. 행정안전부는 정부 조직과 지자체, 혹은 비상시 업무 같은 넓고 굵직한 행정에만 관여하는 줄 알았지 이렇게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세밀한 서비스까지 관리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덕분에 국민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일상의 당연한 존재로 여겼던 공중화장실. 그러나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에는 당연한 것이 없다. 쾌적하고 안전한 화장실을 관리하기 위한 공공기관과 지자체의 노력, 아름답고 안전한 화장실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공공시설을 내 집처럼 깨끗하게 사용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등이 더해져 국격에 맞는 아름답고 안전한 화장실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다.
올해는 또 어떤 ‘아름다운 화장실’이 발굴되어 눈과 몸을 즐겁게 해줄지 응원하며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수민 amantedepar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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