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투자한다고?’ 수원 행궁동의 이야기를 소상공인대회에서 만나리라 상상했을까. 화성 성곽을 중심으로 통닭 거리, 백화마을 등 색다른 볼거리가 있는 관광지로 자리 잡은 행궁동. 나 역시 지난 여름 이곳에 방문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매력을 느꼈다. ‘다음번에 다시 와도 이런 분위기일까?’라는 물음표도 함께였다. 성장과 쇠퇴가 빠른 골목 상권의 특성 때문이었다.
내 걱정은 기우였다.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서 만난 ‘글로컬 상권관’ 속 수원 부스 덕분이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지역 재생 노력을 지원하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지원하는 ‘글로컬 상권 사업’은 올해 초 신설되었다. 수원과 전주, 통영 등 세 곳이 글로컬 상권팀으로 선정됐다. 이곳에는 매력적인 공간 기획, 창의적 소상공인 육성 등을 위해 5년간 최대 155억 원을 지원한다. 골목의 개성을 오래, 더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를 앞세운 ‘글로컬 상권’의 의미는 내게 아직 낯설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머무는 상권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상권의 미래가 궁금하다. 이제 첫걸음을 뗀 글로컬 상권팀에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인이 찾는 지역의 미래’를 글로컬 상권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처럼 소상공인 대회 각 부스를 통해 소상공인의 오늘과 내일을 엿볼 수 있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는 국내 최대 소상공인 축제다. 법정 기념일인 11월 5일,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매년 11월 초 개최한다. 이에 국민과 소상공인이 함께 즐기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를 진행한다. 올해는 ‘소상공인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웃는다’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전국 곳곳의 소상공인과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모였던 그 현장에 다녀왔다.
■ 스마트기술체험관 : 무궁무진한 기술, 소상공인과 만나다
커피를 내리는 로봇부터 수십 초만에 나에게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을 추천하는 기기까지. 마치 미래로 시간여행을 온 듯했다. 키오스크, 테이블오더, 서빙로봇 등 점포에 필요한 스마트 기술을 소개하는 스마트기술체험관 덕분이다. 체험관에는 우수 스마트모델 보급 사업 사례 10여 개가 요식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부문으로 전시 중이었다. 이들을 통해 최근 소상공인 정책의 변화 및 트렌드를 느끼기 충분했다.
넥스트 페이먼츠의 ‘베리어프리 키오스크 솔루션’도 그중 하나다. 외관상 기존 키오스크와 유사하지만, 음성 및 점자 지원 서비스와 자동 높이 조절 기능이 탑재됐다. 내년 1월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할 때 베이어프리 기능 탑재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각 기기 앞에는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가격 등 정보를 탐색하는 소상공인으로 붐볐다.
■ 소공인 특별관 : 공방의 감성에 기술을 더하다
‘상시 근로자 10명 미만인 소상공인’. 도시형 소공인에 관한 특별법은 ‘소공인’을 이처럼 정의한다. 그 특성상 숙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 분야의 소공인이 많다. 이에 차량용 소화기, 휴지걸이 등 우리 일상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하는 제품들을 소공인 특별관에서 만났다. 동시에 ‘글로벌 소공인존’에서는 K-뷰티, 헬스케어 등 잠재력이 큰 산업군의 신기술을 전시 중이었다.
20여 개의 소공인 제품 중 ‘호미’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몇 해 전,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원예용품 인기 상품으로 올랐던 ‘영주호미’였다. AI, IoT 등 스마트 기술들 사이에 전시된 전통 농기구, 어떠한 상품을 만드는가만큼 누구에게 그것을 파는가도 중요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 분야별 최고를 겨루다 : 기능 경진대회
“종료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축제 전시 공간을 구경하던 나의 귀를 사로잡은 한 마디다. 소상공인대회와 함께 진행되는 경진대회에는 9개 분야, 2,000여 명의 소상공인과 학생이 참여했다. 선물 포장, 조리, 애견 미용 등을 통해 우리 일상에 웃음을 선사하는 이들의 열정이 대회의 열기를 더했다. 그중 실시간으로 강아지 모형인 워그를 이용해 창의적인 미용을 선보이는 애견 미용 콘테스트는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속눈썹, 헤어, 네일아트 등 55개 종목의 국제 미용 경진대회는 2일 내내 진행됐다. (사)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는 미용법 분야 종사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10년째 대회를 진행 중이다. 이는 경쟁을 통한 산업의 성장과 동종업계 종사자 간의 네트워킹 장 마련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좋아요”라는 대회 참가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 이유다.
이처럼 우수한 기술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소상공인의 역할을 몸소 경험했던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지원 사업, 소상공인 협업활성화 지원 사업, 희망 리턴 패키지 등 소상공인의 자활 지원을 돕는 정책도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밑바탕인 소상공인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사회를 모두가 바라지 않을까? “소상공인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웃는다!”는 슬로건이 더욱 마음에 남는 이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희 yunhee129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