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과 글이 합쳐져 이야기를 엮어가는 책이다. 혹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책도 그림책이라고 한다.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지만 아동과 성인을 모두 아우르는 장르로 어린이에게 읽히기 위한 동화책과는 구별된다. 요즘에는 서점에 어른을 위한 그림책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성인을 위한 그림책도 많이 나오는 추세다.
아름다운 그림과 짧지만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빠져들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이다. 특히 많은 텍스트 없이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어 해외에서도 K-그림책이 각광받고 있다.
2020년과 2022년, 대한민국 문학계에 반가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2020년 백희나 작가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2022년 이수지 작가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등 100여 편의 작품을 쓴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기념하기 위한 상이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은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등 덴마크 안데르센 작가의 이름을 따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모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 아동문학상이다.
최근 국내 그림책 작가가 주요 국제상을 수상하는 등 K-그림책이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권위와 전문성을 갖춘 ‘대한민국 그림책상’을 2023년에 신설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11월 4일, ‘2024 대한민국 그림책상’ 시상식이 개최되었고 3개 부문(픽션, 논픽션, 신인상) 9종의 시상이 이루어졌다.
수상작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상, 그리고 상금이 수여된다. 또한 해외 마케팅과 수출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수상작은 출판수출통합플랫폼(https://k-book.or.kr/user/main/index)에 등재되어 수출 마케팅 자료로 활용되고, 영문 웹진인 <K-Book Trends>에 소개되어 해외 출판 관계자에 홍보된다.
2024년 대상(픽션 부문)을 수상한 박현민 작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 특별상(장관상)을 수상한 김정선 작가의 <시장에 가면~>을 읽어 보았다. 책은 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 비치되어 있었다. 어린이자료실에는 그림책 코너가 따로 있는데 나는 어린이자료실에 있는 만화나 그림책, 동화책을 종종 빌리곤 한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은 전설의 동물인 예티와 예티를 인간 사회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친구로 만들려는 예티 연구소의 유진 소장이 등장한다. 예티를 포획한 유진은 예티를 친구로 만드는 여러 훈련을 시도한다. 예티와 친구가 된 줄 알았지만 여전히 야생성이 남아있는 예티의 공격을 받은 유진은 협회에 도움을 요청한다. 도시로 끌려간 예티는 공격성을 없애는 실험을 거치면서 서서히 모습이 변한다. 보다 못한 유진은 몰래 예티를 데리고 나와 다시 예티를 설산으로 데려다준다. 그러면서 그 둘은 진짜 친구가 된다.
<시장에 가면~>은 아이와 반려견 토리가 집에서 무언가를 찾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둘은 노량진 수산시장부터 남대문 시장까지 서울에 있는 16개 전통시장과 서울시청 등 서울의 여러 명소들을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는다. 살아 움직이는 그림들을 보다 보면 나도 주인공과 함께 시장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결국 마지막에 아이와 토리가 찾는 무언가가 밝혀지는데… 과연 어떤 보물일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활자들이 빽빽이 들어찬 줄글책과는 다르게 그림책에는 당연히 그림이 가득하다. 이 두 책은 그림책의 물성을 십분 활용하였다. 책의 전면을 압도하는 설산과 예티,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 찬 정겨운 시장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장에 가면~>은 펼침 페이지 형식으로 시장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물론 꽉 찬 그림만 있는 게 아니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에는 공백의 미도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
짧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오히려 줄글책보다 더 깊은 감동이 메아리쳤다. 그림이 강렬해서였을까? 아니면 내용 덕분이었을까? <시장에 가면~>의 아이와 강아지 토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주인공은 바로 할머니이다.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3대가 남대문시장 수입상가에 가던 추억이 떠올라서 더 마음을 울렸는지도 모르겠다. 공교롭게 책 속 할머니의 점포도 남대문시장 수입상가 안에 있다.
K-문학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는 이때, ‘대한민국 그림책상’을 통해 더 많은 대한민국 그림책이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남녀노소 전 세계인 누구에게나 공감과 위로, 기쁨을 선사하는 다양한 작품이 출판될 수 있도록 그림책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수민 amantedepari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