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들어갔다.
맑은 날과는 전혀 다른 풍경 속에서 비에 젖은 고궁은 마치 조선 시대로 타임슬립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길 끝, 덕수궁 덕홍전에서 열리고 있는 광복 80주년 특별전 <기억의 유산, 빛으로 스며들다>를 찾았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개최한 이번 기획전은 9월 16일부터 21일까지 6일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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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홍전은 평소 외관만 보던 곳이라 더욱 기대가 컸다.
조선 궁궐의 전통적인 목조건축 내부에 서양식 샹들리에가 설치된 독특한 공간은 낯설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석조 건물이 아닌 목조 건물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었기에, 건물 내부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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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을 보호하기 위한 덧댄 벽, 관람객 발걸음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카펫 등이 그 증거였다.
특히 이번 전시가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을 주제로 하고 있었기에, 전시장 자체에서조차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의미가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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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밀도 있었다.
<광복군가집>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 등 독립운동 관련 기록물을 직접 전시하지는 않았으나, 보존 처리 전후의 차이, 보존 처리 과정 ,그리고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사진 전시물과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기록물의 가치뿐 아니라 그것을 지켜낸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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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근현대 기록물은 대부분 목재 펄프가 혼합된 종이로 만들어져 종이 자체가 쉽게 산화·열화된다.
습기, 빛, 곰팡이, 곤충 등 외부 요인에도 취약하다.
이런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정교한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상태 조사를 거쳐 유물을 해체한 뒤, 클리닝과 탈산처리를 하고, 손상 부위를 보강한다.
이어 다시 제책 작업을 하고, 최종적으로 보관 상자를 제작해 안전하게 보관한다.
이 모든 과정은 복잡하고 세밀하며, 수많은 실험과 연구 속에서 진행된다.
지난 6월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에서도 이 같은 과정을 영상으로 접했는데, 보존과학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연구자들의 정성과 집념이 담긴 치열한 작업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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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에는 조소앙 선생이 작성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이 영상으로 상영되었다.
보통선거제, 토지 국유제, 의무교육제 등 지금은 당연한 권리로 누리는 제도적 기틀이 이미 1940년대 독립운동 속에서 제시되었다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무상교육과 보통선거 같은 제도들이 광복의 꿈과 함께 탄생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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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을 보고 싶다는 아쉬움은 곧 돈덕전으로 이어졌다.
같은 덕수궁 안에서 열리고 있는 <빛을 담은 항일 유산> 전시에서 건국강령 초안을 직접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 소장품으로, 오는 10월 12일까지 공개된다고 하니 관람을 추천한다.
건국강령 초안 외에도 다양한 항일 유산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남은 기간 동안 직접 찾아본다면 더 풍성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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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광복 80주년 전시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보존과학'을 대국민에게 직접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광복은 8월 15일 하루만의 기념일이 아니라, 언제나 되새기고 전승해야 할 가치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산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보존·복원 과정을 국민과 공유하며 문화유산을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자산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문화유산 보존·복원 과정의 공개, 그리고 교육·전시·체험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시도가 지속된다면, 광복의 의미는 과거의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세대를 잇는 실질적 정책이자 국민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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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수민 기자 sm.jung.fr@gmail.com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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