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어디일까 싶어 찾아보니 '국세청'이다.
순간 세금 납부 기간을 넘긴 게 있나 싶어 한참을 떠올렸다.
알고 보니 이전 신청했던 '2025 K-SUUL AWARD'(케이-술 어워드)국민심사단 연락이었다.
그 순간, 퍼뜩 생각이 났다.
그렇지! 국세청이 주류 면허 발급부터 제조, 유통, 수출입 관리까지 주류 산업 전반을 담당한다는 걸.

지난 11월 국세청이 진행하는 '2025 K-SUUL AWARD'의 국민심사단으로 선발돼 서울 국세청을 찾았다.
'2025 K-SUUL AWARD'는 중소기업의 우수 주류를 발굴해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국세청이 올해 처음 개최한 행사다.
1차는 수출 실무자로 구성된 기업심사단과 국세청 내부 심사단이 출품 주류의 제품 설명서를 토대로 서류 심사를 진행했다.
주류 전문가, 수출 실무자, 일반인 등 나와 같은 국민심사단 76명은 1차 심사를 마치고 올라온 40개의 주류를 최종 심사했다.
선정 주류는 4종류로 탁·약·청주류, 과실주·맥주류, 소주류, 기타 주류로 구분돼 있었다. 나는 과실주와 맥주를 심사했다.

가기 전에는 작은 회의실에서 각각 진행할 줄 알았는데 4종류 심사를 한 곳에서 열어 규모가 컸다.
또 심사뿐만 아니라 '인생 네컷'촬영이나 폭탄주 제조증과 같은 흥미로운 이벤트도 함께 마련돼 작은 즐거움을 줬다.
심사단 자리에는 서류 및 과자와 숙취해소제들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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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술 담당 부처'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임광현 국세청장이 모든 심사단과 악수를 나눈 후 축사를 시작했다.
임 청장은 "1조 원이 넘는 주류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고자 중소 양조업체의 우수 주류를 발굴해 세계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우리 술이 K-컬처, K-푸드 붐을 타고 세계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세청이 강력히 지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행사는 대기업과 소규모 양조장이 '계급장'을 떼고 철저한 블라인드 테스트로 승부를 겨루는 만큼 심사단께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공정하게 평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사회를 맡은 개그맨 심현섭의 재치 있는 입담이 행사 분위기를 더더욱 달궜다.
심사단이 맡은 심사는 2가지, 블라인드 테스트와 서류 심사였다.
먼저 블라인드 테스트가 시작됐다.
진행요원이 조그만 잔에 술을 담아 순서대로 건넸다.


우리 테이블에 앉은 누군가는 "이거 먹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사람은 "마셔보니 그동안 몰랐던 내 취향을 찾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술이 있어서 인지, 역할이 같아서 인지, 서먹했던 분위기가 조금씩 허물어져 서로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앞에 놓인 과자와 물로 입가심하며 다음 술을 기다렸다.
사회자는 취하거나 어지럽지 않도록 조절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빛깔과 향을 확인하고 목 넘김과 맛을 조금씩 음미하다 보니 어느새 술을 모두 시음했다.

심사단은 10종의 술을 시음한 뒤 그중 5개에만 O 푯말을 들어야 했고, 담당자는 이를 합산했다.
서류 심사에서는 자료와 심사표를 검토한 뒤 각자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한 5가지 술에 1~5위 순위를 매겼다.
앞서 블라인드 테스트가 맛을 기준으로 진행됐다면 서류 심사에선 제품의 역사와 특성, 가격,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심사 과정 중간중간 심사단들 사이에서 활발한 의견이 오갔다.
한 심사단은 "술맛에 관한 감각을 잃을까 봐 어제 퇴근 후 술을 조금 마셨다"라며 "풍미는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다른 심사단이 "이 술은 한국 소맥(소주에 맥주를 섞은 것)이 인기가 많은데 비슷한 맛을 낸 것 같지 않냐" 라며 "진짜 외국 친구들이 좋아할 맛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심사단은 "이 술의 개발 스토리가 재미있어 소개하면 더 의미 있어 보일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포장 캔이 좀 더 예쁘면 더 잘 팔릴 것 같다. 눈에 확 들어오는 색상을 넣으면 좋을 것 같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휴식 시간에는 다른 테이블로 이동해 다른 주류를 시음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잠시 후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각 분야에서 선정된 5가지 주류가 발표됐다.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심사단들은 "사람들 입맛이 비슷한가 보다. 내가 맛있다고 생각한 술이 뽑혔네", "내 취향이 좀 독특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모두가 놀란 건 꽤 유명한 술이 블라인드 테스트로는 선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는 점이다.
또 막상막하 접전 끝에 탈락한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 내부 심사단으로 참석한 한 조사관은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부서가 달라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는데, 이런 대외 행사를 통해 국세청의 또 다른 분야를 알게 돼 유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역수지 적자에서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해서 경제적으로 나아져 국민이 다양한 술을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라면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세세하게 열심히 하더라. 그래서 저도 동참하고 싶어 지원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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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온 이소연 씨는 "국세청 누리집에서 우연히 봤는데, 국세청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게 신기해서 신청했다"라고 참석 계기를 밝혔다.
국제협력 분야에서 일한다는 그는 "하는 업무와도 관련이 있어 관심이 많았고, 행사 취지도 너무 좋았다"라고 했다.
이 씨는 "외국인 친구들이 어떤 걸 좋아할지 생각하면서 심사했다" 라며 "참여해 보니 국세청 이미지가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다"라고 전했다.
평소 와인 한 병 정도를 마신다는 그는 "해외에 살 때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 다양한 나라 친구들과 함께 와인이나 맥주를 종종 마셨다"며 "여기서 새로운 술들을 맛보니 재밌었다. 모쪼록 수출이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약 한 달이 넘은 지난 12월 2일 세종에서 제1회 '2025 K-SUUL AWARD'가 발표됐다.
총 175개 중소기업이 출품한 366개 주류 중에서 최종 우수 제품 12개가 공개됐다.
국민심사단이 제출한 서류심사를 집계해, 현장에서 뽑힌 각 분야 5개 중 상위 3개씩을 선정했다.
탁·약·청주류에서는 '도한 청명주', '산사춘', '조선약주'가 과실주·맥주류에서는 아내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담은 '베베마루 아내를 위한', '사화유자' 등이 선정됐다.
또 소주류에서는 쌀 향이 은은한 '경복궁 소주', '내외 39', 기타 주류에서는 한국인 최초 마스터 디스틸러가 만든 위스키 '김포 2025', 중세 레시피와 한국 꿀을 현대적 해석한 '코아베스트 보쉐 700' 등이 선정돼 우리 술의 다양성을 증명했다.
최종 결과가 발표되고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국세청 담당자에게 문의했다.


다음은 국세청 소비세과 담당자와 일문일답이다.
Q. 'K-SUUL AWARD' 행사의 취지는?
중소기업이 제조한 다양한 주류를 국민이 직접 시음하고 심사해 '세계에 알리고 싶은 K-SUUL'을 선정하는 자리다. 우리나라 우수 주류를 알리고 경험할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주류 무역수지 적자 개선은 물론, 수출 경험이 부족하고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주류 수출 선도기업, 대형 유통사 등과 연결해 주류 산업을 키우기 위해 마련했다.
Q. 최종 12개 선정 주류의 독창성과 경쟁력은?
'세계인을 사로잡을 수 있는 K-SUUL'이라는 평가 기준에 따라 해외시장 트렌드, 고유한 브랜드 스토리와 정체성, 맛과 향의 우수성 등을 모두 갖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잠재력을 지닌 K-SUUL로 평가받았다.
Q. 12개 선정 주류의 국내 홍보 및 판매 계획은?
인지도 강화를 위해 대형유통사, 편의점 업계 등과 협업한 'K-SUUL 기획전'을 통해 국내 판매를 지원할 계획이다.

Q. 국민심사단 40명이 행사에 참여해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하다.
최종 심사에 국민심사단이 참여하면서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 특정 분야의 이해관계나 전문 지식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있는 평가로 대중적 경쟁력을 갖춘 K-SUUL을 선정할 수 있었다. 국민이 직접 참여해 선정한 만큼 국세청 K-SUUL 인증마크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내외 홍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Q. '찾아가는 K-SUUL'을 통한 수출 현장 지원 방안이 궁금하다.
수상 주류 양조장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법령 개정·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맞춤형 수출 지원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국산 위스키 제조장 현장 방문을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외 바이어 수요에 따라 수출용 국산 위스키·브랜디의 나무통 저장·숙성 기간 확인 절차를 신설해 해외 경쟁력을 제고했다.
Q. 올 7월 신설한 국산 위스키·브랜디 숙성 기간 제도에 관해 들려달라.
주세법상 우리나라 위스키·브랜디 숙성 기간은 1년 이상이나, 위스키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아일랜드 등은 3년 이상이다. 해외 바이어 수요에 맞춰 수출용 국산 위스키·브랜디의 나무통 저장·숙성 기간을 국세청 주류 면허지원센터의 기술 점검과 함께 관할 세무서장으로부터 확인받을 수 있도록 해 '공신력 있는 우리 술 인증 제도'를 통해 K-SUUL의 해외 신뢰도와 경쟁력을 제고했다.

Q. 소주·맥주의 '가정용' 표기 의무 폐지 효과는?
주로 가정용으로 소비되는 종이팩·페트병 용기 소주·맥주의 '가정용' 용도 구분 의무를 폐지해 달라진 주류 소비문화 현실을 반영하고 주류 제조자의 생산·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Q. 행사를 통해 좋았던 점은?
국민, 주류 전문가, 주류 수출 선도기업, 대형 유통사 등 여러 분야의 심사단이 참여해 평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다양하고 우수한 주류를 발굴하고 수출 지원을 통해 K-SUUL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뜻깊었다.
Q. 향후 계획은?
'2025 K-SUUL AWARD'에서 선정된 우수 주류에 국세청 인증마크를 부착해 국내외 홍보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해외 매장 판매 우선지원 및 2026년 5월 아시아비넥스포 국제 주류 박람회에 참가해 '대한민국 K-SUUL관'을 설치하고 K-컬처와 연계한 홍보를 통해 해외 인지도를 강화할 예정이다.

국민심사단으로 참여해 내 손으로 직접 뽑은 술이 'K-SUUL'의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뜻깊은 경험이었다.
더욱이 내가 몰랐던 술도 알게 돼 즐거웠다.

우리나라 주류 무역수지 적자는 2022년 1조 3000억 원을 넘었고 2024년에도 1조 1000억 원대를 넘는단다.
이번에 선정된 12개의 술이 제2의 소주, 제2의 막걸리 붐을 일으켜 해외 식탁을 점령할 수 있을까?
국세청의 지원과 우리 술의 힘이 만들어낼 시너지가 벌써 기대된다.
또 내년에도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해 해외 곳곳에서 우수한 우리 술을 맛볼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 (카드뉴스) K-SUUL AWARD 개최 기념! 차트로 보는 K-SU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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