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끝나고 어느덧 방학이다.
한창 집에서 겨울철 먹거리를 쇼핑하고 있는데, 문득 눈에 띈 키워드가 있다.
바로 'K-푸드'다.
K-콘텐츠가 급부상한 이후, 현재 우리나라 문화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뉴스나 기사만 찾아보아도 인기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K-소비재 수출은 2025년이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으며, 10년 전만 해도 주력 수출 품목에 명단도 올리지 못했던 화장품과 식품이 전기차 등을 제치고 주력 수출품으로 급부상했다고 한다.
K-뷰티 뿐 아니라 K-푸드까지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새삼스럽게 내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먹는 한식이 달라 보였다.
우리나라 전통 음식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 학생들이 모두 방학에 들어와서는 1월,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올겨울 K-푸드 여행지를 찾아보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서비스에 방문해 보았다.
누리집에 방문하자마자 보이는 배너에는 '겨울방학 필수 코스,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K-푸드 체험 여행지'를 주제로 5개의 체험관을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푸드 체험 여행지는 전통음식 설명을 보고 관람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음식을 만들고 식문화를 배우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평소 길을 걷다가도 자주 마주치는 '한식'이지만, 정작 우리 전통을 직접 알아볼 기회는 많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우리나라 관광객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발표한 장소는 서울 떡 박물관, 아산 외암민속마을, 부산 삼진어묵 체험관, 담양 호정가, 제주 하효살롱협동조합 등이다.
장소별로 체험할 수 있는 우리 식문화가 천차만별이라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먼저 아산 외암민속마을이다.

엿, 떡 등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천연 염색 등 공예체험과 더불어 다양한 전통놀이까지 즐길 수 있다.
다음으로 부산 삼진어묵 체험관의 경우, 부산 어묵의 제조 과정을 배우고 수제 어묵을 만드는 체험이 있다고 한다.

담양 호정가에서는 전통 한과 체험 및 시식을, 제주 하효살롱협동조합에서는 직접 감귤을 활용한 간식을 만들어보면서 제주 감귤 문화를 친근하게 접해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왔던 장소는 '서울 떡 박물관'이다.
100여 종의 떡과 떡을 만드는 다양한 도구가 전시되어 있으며, 전통 떡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전통 떡 만들기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통과의례에 사용되었는지, 어떤 식기를 사용했는지 등 평소 자세히 알 수 없었던 우리 떡에 대해 알아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 떡 박물관 누리집에 방문해서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사라져가는 우리 떡 문화와 부엌살림 문화를 기록하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전통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현재 상설 전시장에서는 '떡, 팔도를 담다 - 고운 맛의 여행' 테마와 '우리 생애 특별한 순간 - 통과의례의 과거와 현재' 테마가 전시 중이다.
특히 1월에는 초등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떡 관련 개인 체험과 방학 특강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이 있는 어린이 여러분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살펴 참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침 본가에서 가까운 종로에 있어서, 겨울철 전통 나들이로 직접 떡 박물관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떡 박물관은 2층과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은 10시에서 18시까지 운영하고, 일요일과 설날, 추석은 휴무다.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2000원, 성인 3000원, 36개월 미만 영유아와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니, 관람 시 참고하면 좋겠다.

2층은 상설 전시장이었다.
'떡, 팔도를 담다 - 고운 맛의 여행' 테마에서는 전통 떡이 지역마다 어떻게 발전을 거듭해 왔는지 그 연대기를 소개하고, 특색이 살아있는 다양한 떡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서울-경기의 각색경단, 개성의 개성주악(우메기 떡), 강원도의 감자떡, 충청도의 칡개떡, 전라도의 수리취떡 등이 모형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한반도 떡 지도를 살펴보며 새삼 지역을 대표하는 떡 종류가 이렇게나 다양했음을 알게 되었다.

시루떡, 송편 등 요즘에도 일상생활에서 간식으로 종종 먹곤 하는 정겨운 떡부터 오쟁이떡 등 이름만 들어보았던 떡까지가 한 층 전체에 펼쳐져 있었다.
떡 모형 밑에는 떡의 이름과 특징이 함께 붙어있어 우리 떡을 알고 이해하기 수월했다.

전통 떡을 만들 때 사용하던 조리 도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실제 부엌의 모습과 함께 소개했다.
소개에 따르면, 전통 부엌은 음식을 조리하는 장소이자 조왕을 모시는 신성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집안의 음식과 난방을 책임지는 공간일 뿐 아니라 길흉화복과 안녕을 빈다는 큰 의미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떡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 떡을 먹거나 차례를 지내는 모습 등이 정겨운 모형으로 제작되어 있어 보는 마음도 즐거워졌다.
한 경로로 이어지는 다음 테마는 '우리 생애 특별한 순간 - 통과의례의 과거와 현재'다.
전통 차례 상의 모습과 더불어 우리나라 통과의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혼례, 백일(돌), 책례, 관례·계례, 수연례·회갑례, 상례·제례까지.
인간의 탄생과 소멸 모든 과정에 각기 다른 떡이 함께 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 닿았다.

마냥 입이 심심할 때 찾게 되는 간식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사는 동안 언제나 우리 민족의 곁에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3층은 체험관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떡 만드는 방법'에 대한 영상물이 반겼다.
절구, 맷돌, 시루 등 떡을 만들 때 쓰던 전통 도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3층의 테마는 '음식을 책에 담다'다.
1400년대의 조리서 '식료찬요'부터 1세기 간격으로 '수운잡방', '도문대작', '규합총서', '시의전서', '동국세시기', 마지막으로 요리책의 대중화에 이바지한 '조선요리제법'의 정보가 나열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가정백과전서라고 할 수 있는 규합총서는 그 이름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서적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속에도 떡 만드는 법이 포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뿐만 아니라 상차림, 세시풍속, 식이요법이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상 속 지혜 곳곳에 우리 떡이 소개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렇듯 우리 상차림과 식탁 문화에 빠지지 않는 떡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된다.
진달래화전과 같이 지지는 떡, 오색경단처럼 삶는 떡, 꽃산 병처럼 치는 떡, 시루떡이나 설기떡과 같이 찌는 떡이 있다.

조리법이 소개된 구역 바로 맞은편에는 떡 만들기 체험 공간이 있다.
항상 맛있게 먹기만 했던 떡의 조리법과 쓰임에 대해 알고 나니 왠지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밀하게 제작된 떡 모형을 보면서, 이름을 알았는데 생김새를 모르는 떡도 있고 생김새는 알면서 이름이나 정보를 잘못 알고 있던 떡도 생각보다 많았음을 새로 알게 되었다.
우리 일상에 너무 맞닿아 있는 전통 요소라서 그 특별함을 잠시 잊고 지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방문해 보니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상 깊은 추억이 될 뿐 아니라, 국내 관광객들에게 역시 역사ᐧ문화적으로 큰 의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에 방문하신 한 부모님 관광객께서도 우리 역사를 꼼꼼히 알고, 전통의 현장 속에 잠시나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라 자녀와 함께 즐기기 좋았다는 소감을 말씀해 주셨다.
특히 전통 열풍이 불고 있어 자기 손으로 전통 떡을 만드는 생생한 경험이 즐겁고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맵고, 짜고, 단 음식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 전통 먹거리의 소중함을 상기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2026년, 설을 맞이해서 우리 식문화와 간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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