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들기 전, 여느 청년들처럼 나 역시 누리소통망(SNS)을 보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알고리즘이 어찌나 무서운지, 내가 관심을 두는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그런 내가 작년 말부터 유독 빠져 있던 것은 바로 '여행' 관련 콘텐츠였다.
다양한 사회활동과 소소한 아르바이트, 그리고 대학원 수업까지 병행하며 지내다 보니 나 자신에게 여유를 준 게 언제였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말에도 자료를 정리하고 과제를 하느라 바빴던 탓에, SNS를 통해 마주하는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이자 작은 일탈처럼 다가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관광지나 유명한 유적지가 있는 명소도 좋지만, 내가 특히 선호하는 여행지는 멋진 자연경관과 여유가 함께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차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며 마주하는 대자연의 풍경은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파키스탄의 카라코람 고속도로, 호주 아웃백 외곽을 도는 루트, 미국 텍사스의 광야를 가로지르는 도로까지, 세계 곳곳의 도로들은 이제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에서도 세계인의 이목을 끌 만한 관광도로가 발표됐다. 2025년 11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도로변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주변 관광자원 역시 풍부한 전국의 도로 가운데 6곳이 관광도로로 선정된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관광도로는 ▲강원 별 구름길 ▲경남 함양 지리산 풍경길 ▲전남 백리섬섬길 ▲전북 무주 구천동 자연품길 ▲제주 구좌 숨비해안로 ▲충북 제천 청풍경길(이하 6곳, 가나다순)이다.

전국 지자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35곳 중 선정된 여섯 곳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마침, 기말고사가 끝나고 첫눈이 내린 시기였던 만큼 직접 관광도로를 경험해 보고자 강원도 별 구름길을 찾기로 했다.
총 길이 약 100㎞에 이르는 별 구름길은 강원도 정선군 정선아리랑시장을 시작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지다 강원도 삼척시 미인폭포에서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 느린 기차여행을 위해 방문했던 사북역에서 태백산 국립공원까지의 자연경관이 깊이 인상에 남아 있었기에, 이번 여행지로 별 구름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거주하는 부천에서 사북역까지는 약 3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됐다. 요즘 교통 여건을 고려하면 부산까지도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생각보다 피로감은 크지 않았다.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산맥과 강들이 반겨주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게 사북역을 지나 군립 병원 삼거리에서 본격적으로 별 구름길에 들어섰다.

관광도로라고 해서 모든 구간이 내내 자연경관과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도로 가운데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높은 구간을 선정한 만큼, 일부 구간은 평범한 시내를 지나거나 특별할 것 없는 일반 도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잠시 기다리면, 이내 우리가 기대하던 관광도로만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다.
군립 병원 삼거리에서 20분가량 더 달려 414번 지방도에 접어들자, 비로소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펼쳐졌다. 높게 뻗은 태백산맥과 그 너머로 웅장하게 서 있는 풍력발전기, 중간중간 자리한 작은 마을들까지도 '자연'과 '치유'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차의 속도를 늦추며 풍경을 온전히 느끼다 잠시 멈춘 곳은 만항재였다. '함백산 등산로'와 '백두대간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가 있는 이곳은 봄이 되면 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고 한다. 비록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눈 덮인 산책로를 걸으며 누리는 여유, 높게 솟은 나무들 사이로 서서히 내려앉는 해는 일상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감정을 선사했다. '그래, 이게 바로 행복이고 이런 곳이야말로 관광도로지!' 그렇게 약 30분간 머문 뒤에야 다시 차에 올랐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당일치기로 일정을 계획해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와야 했다는 것이다. 별 구름길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관광도로를 따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주변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도로를 따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내가 별 구름길을 찾았던 지난 12월 기준으로, 인근의 많은 관광지는 동계 운휴에 들어가 있거나 대대적인 내부 공사를 이유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다. 강원도 별 구름길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관심 있는 관광지의 운영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다녀왔던 별 구름길 외에도, 전국의 관광도로는 각 지역의 특색 있는 풍경과 관광 자원을 도로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는 관광도로가 자연경관과 주행의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여행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다른 관광도로들도 차례로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나름의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관광이 이렇게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찾는 관광도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보다 지속적인 홍보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 (정책뉴스) 제주 구좌 숨비해안로 등 경관 우수 6곳, '관광도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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