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공지능 이야기는 '언젠가'가 아닌 '이미'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래 직업'이라는 말도 '미래'의 일이라고만 느껴지진 않는다.
한국잡월드는 주로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곳으로 알려져 성인이 홀로 찾기에는 다소 망설여지는 곳이었다.
그런데 성인도 이용할 수 있는 '미래직업관'이 문을 열었다.
AI에 대체되기 쉬운 직업군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내 일은 어떤 형태로 남을까"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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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직업관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방 탈출·미션 수행·장비 체험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이라 인원이 많아지면 원활한 진행과 안전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체험은 1시간 단위로 진행되며, 입장 직후 주제 영상관에서 미래 직업과 도시를 소개하는 영상을 시청한 뒤 체험 구역으로 이동한다.
이후에는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심 있는 콘텐츠를 선택해 체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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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체험한 분야는 'AI 활용 의사'였다.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AI와 협업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경험할 수 있다.
방대한 과거 기록에서 단서를 빠르게 찾고, 엑스레이·CT 영상 속 미세한 이상 징후를 탐지하며, 희귀병 정보를 검색해 약 조합을 제안받는 과정에서 AI가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로 기능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확보한 시간만큼 환자에게 더 집중하고 공감하며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메시지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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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거래 중개인'은 보드게임 방식이다.
주사위를 던져 상황에 맞는 탄소 저감 기술에 투자하고 배출권을 확보해 거래 전략을 세운다.
상황별로 적합한 기술을 파악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오히려 그 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미래 직업은 단순히 신기한 기술을 넘어 기술과 제도, 시장을 함께 읽는 감각을 요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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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인플루언서' 체험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자세와 댄스를 따라 하고 실시간 반응과 댓글이 달리는 라이브 방송을 직접 체험하며, 디지털 공간에서의 영향력과 소통 능력이 곧 직업적 역량이 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성인인 나조차 어색하게나마 동작을 따라 하며 즐거워했는데, 아이들이라면 특히 좋아할 만한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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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문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AI 반도체 체험존인 '클린룸'이었다.
한국폴리텍대학과 한국잡월드, (사)기능한국인회가 협력해 구축한 이곳은 기능한국인회가 3억 원 상당의 반도체 장비를 기증해 실제 제조 환경과 유사한 공간을 조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체험존은 AI 반도체 '클린룸'과 가상현실(VR)에 실제 장비를 더한 '반도체 캠퍼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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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룸 체험은 시작부터 현실감이 넘쳤다.
실제처럼 방진복과 신발을 갈아 신고 바람 세척(에어 샤워)을 거친 뒤, 공정 오류를 수치와 표로 확인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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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반도체 캠퍼스에서는 VR을 통해 반도체 8대 공정(웨이퍼 제조–산화–포토–식각–증착·이온주입–금속 배선–EDS–패키징)을 따라가며, 주요 장비와 공정 개념을 탐구한다.
정책기자단 취재를 하며 정부가 마련한 VR을 여러 차례 경험해 봤으나, 스틱을 사용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맨손 동작을 인식해 조작이 한층 직관적이었고 몰입도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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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하나 떠올랐다.
AI와 반도체는 왜 함께 묶일까?
AI는 대규모 연산과 데이터 처리를 기반으로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가 고성능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AI가 고도화될수록 더 빠르고 효율적인 칩이 필요해지므로, 미래직업관에 AI 반도체 개발자 체험이 마련된 배경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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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체험당 10분 내외가 소요돼, 1시간 회차 안에 모든 콘텐츠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제 영상관까지 포함하면 실제 체험 시간은 더 짧아지기 때문에, 방문 전 가장 관심 있는 체험을 우선순위로 정해두는 것이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예약제와 인원 제한은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체험하기 위한 장치이므로 우선순위를 정해두는 선택 전략이 필요하다.

체험을 마치고 나가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AI 활용 의사' 체험 말미의 안내 문구였다.
이 콘텐츠는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를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덜어주는 도구가 되고, 판단·결정 같은 고도화된 업무는 인간의 영역으로 남는다는 점을 고민하게 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한다.
번역 일을 하며 AI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이 검수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업무가 재편되는 현장을 이미 겪은 입장에서, 그 문장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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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영역이 더 커질수록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은 '사람이 책임지는 판단'이고, 그러려면 분석하고 사고하는 힘이 더 중요해진다.
이번 미래직업관 체험은 그러한 변화 앞에서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누구나 변화 앞에 설 수 있는 만큼, 미래직업관이 '진로'와 '직업전환'을 함께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 (보도자료) 18가지 미래 직업 한 곳에…한국잡월드 '미래직업관' 그랜드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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