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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을 앓는 친구 딸에게 좀 더 희망 있는 해가 되도록

[2026 달라지는 정책⑱]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
정부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
산정특례 본인부담률 추가 인하 추진,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 70개 질환 신규 추가.
신약 건강보험 등재 기간 단축,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 및 희귀질환 전문 기관 확대

2026.03.02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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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요즘은 잘 지내. 병원 약 먹고, 먹는 거 조심하고 있어."

엊그제 전화로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아픈 딸의 안부를 물었다. 사실 친구의 딸이 아프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서로 한동안 바빠 오랜만에 만났을 때 친구가 딸 이야기를 꺼냈다. 

방송에서 들어본 적 있는 병명이었지만, 막상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가 되니 느낌이 또 달랐다. 친구가 먼저 입을 열기까지 얼마나 오래 혼자 삭였을지 짐작도 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친구가 말을 꺼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더 많은 사람이 희귀 난치에 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거였다.

친구는 처음 딸이 진단받았을 때 낯선 병명을 듣고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부모로서 괜한 자책도 해보고, 밤새 검색도 해봤다고. 그런데 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용기를 줬단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주변에서 '초긍정'이라 불리던 친구지만, 간병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아이가 아프고 나서는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의료비를 차치하더라도 식단부터 스트레스 관리까지, 가족 모두의 생활이 아이 병을 중심으로 돌아간단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음식을 함부로 먹일 수가 없어. 감기에 걸려도 약 하나하나 따져봐야 해." 무심코 하는 말에서도 지난 시간의 무게가 느껴졌다.

서울 적십자병원. 이곳에서는 희귀질환자와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무료상담 및 진료를 하고 있다.
서울적십자병원. 이곳에서는 희귀질환자와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 및 진료를 하고 있다.

희귀질환은 유병 인구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말한다. 환자가 적은 만큼 치료제 개발 자체가 드물고, 해외에서 신약이 나와도 국내 건강보험 적용까지 평균 240일을 기다려야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약값은 고스란히 가족 몫이다. 5년마다 돌아오는 산정특례 재등록도 고비였다. 병이 나은 것도 아닌데 각종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니, 검사 비용은 물론 병원을 오가는 시간과 체력 소모까지 더해져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일반 병도 아파서 괴로운데 희귀질환은 생소한 만큼 진단과 치료 자체가 더 어렵고 거액의 의료비와 까다로운 절차까지 감당해야 한다.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그 무게가 얼마나 버거운지 어렴풋이나마 느껴졌다.

희귀질환은 전문적인 분야라 어려운 점이 많다. 병원 수납 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희귀질환은 전문적인 분야라 어려운 점이 많다. 병원 수납 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자 국내에서는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하지만 올해 이날은 여느 때보다 친구네 가족에게 조금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국정과제 86번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에 명시된 희귀·중증난치질환 국가 책임 강화의 일환이다. 과연 어떤 점이 달라질까.

친구 딸이 가장 먼저 느낄 변화는 산정특례 지원이다. 지금까지 건강보험 본인 부담 수준을 현행 10%에서 추가 인하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재등록 절차 간소화된다. 지금까지는 계속 산정특례를 적용받기 위해 5년마다 재등록 시 특정 검사 결과를 별도로 요구했지만, 올해 1월부터 샤르코-마리투스 질환 등 9개 질환이 의사 소견서만으로 재등록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전체 질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약 접근성도 크게 개선된다. 건강보험 등재까지 걸리던 240일이 2026년부터는 100일 이내로 줄어든다. 환자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맞는 약을 쓸 수 있는 날이 늘어나 반가운 일이다.

해외에서 직접 구해와야 했던 자가치료용 의약품 문제도 달라진다. 올해부터 정부가 이런 의약품을 매년 10개 품목 이상 긴급도입 품목으로 전환해 공급하고, 국내 생산이 중단된 필수 의약품은 정부가 제약사에 직접 주문 제조를 의뢰한다. 현재 7개 품목에서 2030년까지 17개 품목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매끼 식단을 관리해야 하는 환자에게 특수식품 지원 확대도 된다. 특수 조제분유, 저단백 즉석밥에 이어 작년부터 당원병 환자를 위한 특수 옥수수전분 지원이 추가됐고, 올해는 추가 수요 실태조사를 통해 지원 품목을 더 넓혀갈 방침이다.

한양대학교병원.
한양대학교병원

그뿐만이 아니다. 산정특례 적용 대상도 확대됐다. 올해 1월부터 선천성 기능성 단장증후군 등 70개 희귀질환이 새로 추가됐고, 현재 10%인 본인부담률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저소득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의 부양의무자 기준도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돈 버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비 지원에 탈락했던 가정도 앞으로는 환자 가구의 형편만으로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진단 체계도 강화된다. 희귀질환 의심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 지원이 지난해 810건에서 올해 1150건으로 대폭 늘어난다. 병명을 몰라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걸 줄일 수 있다.

지역 인프라도 확충된다. 전국 희귀질환 전문 기관이 기존 17개소에서 광주·울산·경북·충남 권역이 추가돼 19개소로 늘어, 수도권이 아닌 지역 환자들도 가까운 곳에서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몸이 아픈 환자에게 가까워지는 건 심신이 얼마나 안도가 되는지 이해할 만하지 않은가.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있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있다.

이렇게 올해는 다양한 정책이 시행된다.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약을 더 빨리 구하고 직접 해외에서 약을 구해오던 수고를 국가에서 함께 하기 시작했다. 내 친구를 생각하니 더 체감되고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제 한 걸음 내디딘 거다. 치료제조차 없는 질환이 많고, 새 정책이 모든 환자에게 체감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올해 1월부터 이미 하나씩 시행에 들어갔다는 것에서 좀 더 희망이 보인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 누리집. <출처=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 누리집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 올해는 기념일로만 지나치지 않길 바라며, 친구의 소중한 딸이 좀 덜 고생하고 마음의 부담을 덜게 되길 소망한다. 나아가 그 친구네 가족만이 아니라 이 순간에도 힘겨운 상황을 견디는 모든 희귀질환 가족에게 고루 전해지길 바란다. 모쪼록 희귀질환자를 위한 정책이 구석구석 실질적인 도움으로 정착하길 기대한다. 

* 희귀질환 관련 문의

1. 보건복지상담센터 129 

2.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 누리집 (helpline.kdca.go.kr)

☞ (정책뉴스) 2026년, 희귀질환 환우와 가족을 위한 정부의 따뜻한 약속

☞ (부처 브리핑) 희귀 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 관련 브리핑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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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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