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이라고 하지만 완연한 봄날은 아직 멀게 느껴진다.
낮 기온은 포근해졌지만 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그럼에도 봄은 우리 곁에 느리지만 분명하게 다가오고 있다.
봄을 더 가깝게 느끼기 위해 백악산에 인접한 창의문으로 향했다.
백악산은 북악산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에는 백악산(白岳山)으로 불렸으며, 한양(서울) 도성의 북쪽에 있어 북악산(北岳山)이라고도 불렸던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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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문은 조선 한양도성의 사소문 중 하나로, '대한민국 토목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유적이다.
부암동으로 향하는 길에 평탄한 도로 대신 창의문을 지나면 마치 조선시대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백악산 자락의 부암동은 북적이는 도심과 대조되는 한적하고 고요한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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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창의문 앞에서 2년 만에 백악산 한양도성 안내소 재개관을 알리는 개소식이 열렸다.
창의문 오른쪽 계단을 오르면 안내소가 나타난다.
평일 오전임에도 백악산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백악산으로 향하는 길은 대부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득 '이 계단이 없었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찾을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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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산 한양도성 안내소 재개관… 창의문에서 열린 개소식
이날 개소식은 명승 '백악산'과 사적 '한양도성'을 찾는 탐방객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탐방 편의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 지자체 관계자를 비롯해 시민과 언론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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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창의문에서 시작된 길놀이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창의문 문루에서 울려 퍼지는 전통악기 나각 소리는 도성의 관문이 열리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화려한 서막을 알리듯, 창의문에서 안내소 방향으로 이어진 길놀이가 행사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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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와 민요 공연이 이어진 뒤 창의문 앞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모여서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했다.
테이프 커팅은 백악산 한양도성 안내소의 공식 개소를 알리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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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곽길 따라 걷는 600년 역사… 백악산 한양도성 탐방
참석자들은 창의문 안내소에서 성곽길을 따라 돌고래 쉼터까지 약 700m 구간을 함께 걸어보는 미니 탐방을 진행했다.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계단을 걷다 보면, 서울 도심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서 전 구간을 걷고 싶었지만, 오늘은 돌고래 쉼터까지의 약 700m 구간을 함께 걸었다.
오르막길이라 성곽을 따라 걷는 과정이 생각보다 고됐으나, 여럿이 함께한 덕분에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길에서 마주친 한 등산객은 지금 걷는 이 길이 한양도성 성곽길 전 구간을 통틀어 가장 힘든 코스라고 말했다.
성곽길을 내려오던 중 앞서가던 이들이 일제히 멈춰 서서 백악산 쪽을 바라보더니, 이내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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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사슴 무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시야에 들어온 사슴들만 해도 6~7마리 정도였다.
도심 속 성곽길에서 만난 뜻밖의 장면이었다.
자연 풍경과 역사 유적이 공존하는 한양도성 성곽길을 걷는 즐거움이야말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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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의 역사는 조선 건국과 함께 시작된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수도를 한양으로 옮긴 뒤, 경복궁을 완공하고 도성 방어를 위해 성곽을 쌓았다.
백악산·낙산·남산·인왕산 능선을 따라 성곽을 축조하고, 도성의 출입문으로 숭례문·흥인지문·숙정문·돈의문 등 사대문과 창의문·혜화문·광희문·소의문 등 사소문을 세웠다.
이 성곽이 바로 오늘날의 한양도성이다.
전체 길이는 약 18.6㎞에 이르며, 조선의 수도 한양을 수호하는 방어 시설이자 도시의 경계를 이루는 성곽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성곽을 따라 걷는 '순성놀이'라는 풍습도 있었다.
한양을 찾은 선비들이 과거시험에 합격하기를 기원하며 한양도성을 한 바퀴 돌았던 것이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도성을 바라보고 자연을 즐기는 풍습은 오늘날 시민들이 한양도성 성곽길을 걷는 모습과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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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비앙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한양도성,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인 공간"
이날 행사에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 홍보대사인 방송인 파비앙 씨도 참석해 성곽길 탐방을 함께했다.
파비앙 씨는 한양도성의 매력에 대해 "자연과 역사가 아름답게 공존하며, 서울의 유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에게도 추천하는 장소라며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이곳을 꼭 함께 걷습니다. 서울의 풍경도 볼 수 있고 조선 500년 역사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양도성을 걸으면 서울의 역사와 주요 상징물(랜드마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구간별 난이도가 다양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역사 산책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체류한 지 17년 차에 접어든 파비앙 씨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다.
그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한자능력 자격을 취득했으며, 최근에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도 땄다.
한양도성 성곽길을 자주 오르다 보니 이제는 눈을 감고도 오를 수 있을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 한양도성 세계유산 도전… 2027년 유네스코 등재 목표
이번 재개관으로 창의문을 포함해 청운대, 곡장, 숙정문, 말바위, 삼청 등 백악산 한양도성 6개 권역 안내소가 운영을 재개한다.
안내소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탐방객 안내와 순찰을 통해 안전한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향후 문화유산 해설 프로그램과 문화 공연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통합한 '한양의 수도성곽'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 중이며, 최종 등재 여부는 2027년 제4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올해 7월 16일부터 23일까지 부산에서 열린다.
세계유산위원회가 국내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도심을 둘러싼 성곽길은 오늘날 시민과 관광객이 600년 역사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역사 산책길이 됐다.
백악산 성곽길을 따라 걷다 보면 조선의 수도를 지키던 성곽과 오늘날의 서울 풍경이 한눈에 겹쳐 보인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도시의 풍경이 어우러진 한양도성 성곽길은 서울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길이 되고 있다.
백악산 성곽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서울의 역사 속을 걷는 여행이다.
☞ (보도자료) 백악산 한양도성 안내소 6곳, 3월 9일부터 2년여 만에 재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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