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꿈이 하나 더 생겼다.
우리나라 지역 구석구석을 다 가보는 것이다. 체력과 경제력이 허락하는 한 내 나라만큼은 모두 눈에 담고 싶다. 체력은 평소 건강관리로 다진다 해도 여행 비용은 늘 현실적인 고민 아닌가. 이런 내게 여행 좀 다녔던 지인들은 입을 모아 '내 나라 여행박람회'를 추천했다. 올해는 특히 여행 경비를 절반으로 줄여주는 '지역사랑 휴가지원' 정책까지 더해져 발걸음이 더 가벼웠다.
◆ '2026 내 나라 여행박람회'를 다녀오다


'2026 내 나라 여행박람회'가 지난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전시장에서 개최됐다. '일상을 넘는 여행, 지역에 남는 여행'을 주제로 열린 행사는 한자리에서 전국 팔도를 둘러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첫날 혼잡할까 싶어 일찍 갔는데, 오후에 개막식이 있어서인지 조금은 여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관람객 연령도 다양했지만, 표정만큼은 이미 여행을 떠난 듯 들떠 있었다.


문체부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함께한 올해 행사는 전국 160개 기관이 385개 부스를 구성 역대급 규모를 자랑했다. 실내 전시장뿐만 아니라 야외 마곡 광장까지 활용해 볼거리가 풍성했다.
◆ 선재 스님이 전한 '자연의 맛'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프로그램 중 하나는 대한민국 1호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의 시연회였다. 최근 넷플릭스 등 미디어를 통해 더욱 국민에게 친근해진 스님은 이날 '봄나물 두부전'을 선보이며 음식 철학을 전했다. 더욱이 사전에 시연회 참가할 100명을 모집했고 나도 운좋게 당첨문자를 받고 무척 기대된 터였다.
"봄나물은 겨울 동안 잠든 면역력을 깨우는 생명의 음식이지요."


선재 스님은 파릇한 봄나물을 섞은 두부전을 만들며 땅과 식물, 인간이 하나로 연결된 공생의 논리를 차분히 이야기했다. 시연회에 참석한 김대현 문체부 제2차관도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두부전을 부치는 체험에 참여했다. 시식에 참여한 한 관람객은 나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봄날 나물 맛이 입안을 감싸 산뜻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나도 하나 맛을 보니 기운이 나는 건강한 맛이었다. 장떡 속에 피어나는 새싹맛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선재 스님은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와 기름진 전을 간장에 찍어 먹는 이유, 진달래전이 봄철 폐와 기관지에 이로운 이유까지 조상의 지혜가 과학적 근거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흐드러진 진달래꽃을 구경하며 진달래전을 먹어보고 싶어졌다.
◆ '여행비 50% 환급'…놓치면 안 될 '지역사랑 휴가지원(반값 여행)'

누구나 관심이 쏠리는 건, 단연 지역사랑 휴가지원(반값 여행) 정책 아닐까. 나 역시 비용을 절감하며 휴가를 즐기고 싶기에 이 정책에 솔깃했다. 올해부터 정부는 반값 여행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며 4월부터 6월까지 거주지 이외의 인구감소지역을 방문해 소비하면 금액의 50%를 모바일 지역화폐로 환급해 준다.
대상 지역은 4개 권역(16개 지자체)으로 나뉜다. 강원권은 영월·횡성·평창, 경상권은 밀양·하동·거창·합천·남해, 충청권은 제천, 전라권은 강진·영광·해남·영암·고흥·완도·고창이다. 개인적으로도 가족끼리 종종 찾는 횡성과 평창이 포함돼 있어 앞으로 더 혜택을 누리게 될 것 같다.
이에 관련해서 해당 지역들도 부스에 참여했다. 이번 여름휴가는 꼭 반값 여행을 받아 가고 싶어 관련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었다.

전남 강진은 지난 '2025 문화관광의 별' 수상 지역으로 이전부터 전 국민 반값 여행을 하고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부스를 방문해 가장 추천하는 곳을 물었다. 내 질문에 박준우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관광진흥팀 주무관은 '가우도 출렁다리'를 추천했다. 박 주무관은 "바다 위를 걷는 풍경은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농가에서 함께 생활하며 정과 체험을 맛보는 푸소(FU-SO) 여행을 제안했다.

충북 제천은 좀 더 적극적으로 '반값 여행'의 사전 모집을 받고 있었다. 일단 등록해 놓고 향후 구체적 사항이 정해지면 알려준다고 했다. 더욱이 10% 할인된 제천 지역화폐 'chak' 시스템과 연동되어 추가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제천시 관계자는 "인접 시군 거주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환급받은 화폐는 올해 말까지 지역 특산물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왕과 사는 남자' 인기로 영월은 물론 태백까지


강원 태백시는 이번 반값 여행 사업 참여 지역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강과 낙동강의 양대 발원지를 품은 도시다운 건강한 미식을 내세웠다. 곤드레나물로 속을 넣은 만두를 구우며 시식을 권유했다. 먹어보니 산의 정기가 체감되는 좀 더 강한 느낌의 봄맛이었다. 이영미 태백시청 문화관광과장은 4월 24일부터 26일까지는 태백시장성 탄탄마당에서 '태백 천성의 산나물 축제'도 열린다고 설명했다. 또 '해발 900m에서 자란 어수리 나물과 합리적인 가격의 태백산 한우, 물 닭갈비는 태백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들은 단종이 영월에 묻히고 태백산의 산신이 됐다는 전설도 흥미로웠다. 특히 영화 왕사남(왕과 사는 남자) 이후 기도를 드리러 오는 방문객이 많아졌다고 했다.
◆ 섬 기획관, 야간 여행 등 풍성, 투어케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소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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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에서는 섬과 해양 관광의 매력을 소개하는 '섬 기획관'과 미식·야간·지역 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관이 함께 운영됐다. 또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협력해 해양교통안전 VR 체험존과 구명보트 등 안전장비도 선보였다. 문체부와 한국관광협회 중앙회가 함께 하는 장애인 여행을 위한 투어케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안내도 눈에 띄었다. 무장애관광을 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서울·인천·대구·대전·부산·전남을 순회하는 무료 교육(평일 5일, 하루 4시간)을 이수하면 수료증과 함께 투어 케어사로 등록된다.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사진 수상작과 야간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밤밤곡곡' 전시도 볼거리를 더했다. 여행지 여권을 만들어보고 관광테마 컬러링을 체험해 보며 각종 축제를 들어가면서 나만의 숨은 관광지를 발굴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야외에서 펼쳐진 내나라 로컬 '맛'켓


전시장 밖, 야외 마곡광장은 한층 활기찼다. '내 나라 로컬 맛켓'과 '내 나라 프리마켓'에서는 지역 소상공인과 로컬브랜드가 직접 판매하는 먹거리와 특산물이 장터를 채웠다. 충남 홍성의 다양한 김, 충남 논산의 딸기 식혜와 청국장·쌈장, 전남 순천의 간장과 유기농 농산물 등 마치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 관광 기념품을 고르는 기분이었다. 나는 딸기 식혜와 국간장, 고추장 굴비, 유기농 표고버섯을 구매했다. 유기농 표고버섯 판매자는 앞서 선재 스님이 직접 구매하며 농산물이 참 좋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심도 좋아 마감 할인 가격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판매했다.
◆ 각 지역 풍성한 이벤트 경품들, 훗날 그 지역 여행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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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마다 이벤트와 퀴즈를 통해 각 지역 특산물이나 관련 굿즈를 선물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어쩌면 이런 소소한 이벤트들이 잘 몰랐던 지역을 알게 되고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는 한 발걸음에 힘을 실어줄지 모른다.



내 나라 여행의 출발점은 거창하지 않다. 봄나물 한 점에 담긴 지역의 맛, 담당자의 소박한 자랑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박람회는 막을 내렸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 혜택을 활용한다면 가치 있는 여행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2026 내 나라 여행 박람회 누리집(http://naenara.or.kr)
☞ 지역사랑 휴가지원(반값 여행) 관련 누리집은 준비중입니다. (2026.3.24.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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