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놀러 온 외국 친구와 어디서 한식을 먹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그때 떠오른 곳 중 하나가 '한국의집'이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리모델링 공사로 휴관 중이라 발길을 돌려야 했다.

◆ 8개월 만에 재개관한 한국의집을 찾아가다
얼마 전 '한국의집'이 8개월간의 정비를 마치고 재개관식을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외부는 달라졌지만 1957년 영빈관에서 시작한 그 추억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이를 위해 지난달 18일 국가유산진흥원 홍민석 과장과 김도섭 한식연구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의 집은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됐다. 전쟁 후 복구가 한창이던 시절, 한국 정부는 외국 귀빈을 맞이할 영빈관을 세웠다. 조선시대 왕실 의례 공간의 개념을 이어받아 왕실 음식과 예법으로 국가의 품격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이후 1981년 현 국가유산진흥원이 운영을 맡으면서 한식, 전통 공연, 한옥 체험을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문화 외교의 전초기지가 된 것이다. 2000년대 한류 바람으로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드라마 '대장금' 열풍에 일본 관광객이 몰렸고 한국의 집은 외국인 관광 코스의 단골 장소가 됐다. 코로나를 지나며 한국의 집은 전통문화 플랫폼으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정비했다. 이에 한식 교육과 연구 거점으로 한식 아카데미와 요리사(셰프) 대상 교육을 강화하고,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 궁중음식, 구절판과 신선로
24년째 이곳의 음식을 책임져온 김도섭 팀장은 재개관에 맞춰 메뉴를 새롭게 했다. 키워드는 하나다.
'잊혀진 것들을 다시 꺼내는 것.'
그 과정에서 구절판이 돌아왔다. 40년 가까이 한국의집 밥상에 오르던 음식이었지만 재단장 과정에서 한번 빠졌다가 이번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김 팀장은 "1900년대 초 고조리서에 등장하는 100년 넘은 전통음식이 이렇게 쉽게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구절판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고도 했다. 자개그릇 뚜껑을 열 때의 화려함, 재료를 하나씩 밀전병에 싸 먹는 손맛은 배를 채우는 한 끼와는 차원이 다르다.
신선로도 새 옷을 입었다. 봄나물을 전으로 부쳐 넣은 '봄나물 신선로'다. 요리교실에서 직접 끓여 먹은 외국인들이 탄성을 질렀다고 했다. 육면(肉麵)도 눈길을 끈다. 밀가루가 아닌 소고기·채소·전분으로 만든 고기 면으로 명절에나 소고기를 먹을 수 있었던 시절 고기 자체를 면으로 빚어낸 옛 지혜를 현대 식탁으로 옮겼다. 해삼찜도 새로 선보인다. 전북 부안에서 가져온 해삼을 직접 건조해 만들었다. 김 팀장은 중국에서 최고 보양식으로 꼽히는 해삼이 한국에서는 주로 초장에 찍어 먹는 방식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쉬워, 제대로 된 조리법을 선보이게 됐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소중한 가치를, 정작 우리가 가장 모르는 건 아닐까.

궁금했던 궁중음식에 관해 묻자, 그가 "궁중음식은 전국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쓴 것이고, 사대부 음식은 지역 식재료를 쓴 것이죠."라고 답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궁중음식이 그의 한마디로 명쾌하게 풀렸다.


이번 단장에서 한국의집은 한옥 공간과 별채, 야외 정원 등을 새롭게 정비했다.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공간을 둘러봤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요리사들의 동선까지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방 뒤편에 마련된 서비스 연결 통로가 그 예다. 통로 앞에는 눈길을 위해 식물을 심었다. 봄이 무르익으면 한층 예뻐지리라.

방 하나하나도 손님의 편의에 맞게 세심하게 손질됐다. 로비 천장을 비롯한 공간 곳곳에는 옛 장식등 같은 시설을 가급적 그대로 남겨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전 한국의집은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 50선(Asia's 50 Best Restaurants) 공식 행사를 유치했다. 매일 호텔 연회장에서 열리던 행사가 한옥 마당으로 들어왔고, 세계 각국의 요리사들은 전통 공연과 함께 한식을 경험했다. 담당자는 "그 친구들이 진짜 즐거워하는 게 느껴졌다"라고 회상했다.


좀 더 궁금한 내용은 국가유산진흥원 홍민석 과장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 홍민석 국가유산진흥원 한류사업기획팀 과장과의 인터뷰
Q. 이번 공사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조경과 고객 서비스 공간을 전반적으로 정비했습니다. 특히 본관 로비 천장을 새롭게 정비해 한옥 고유의 구조적 아름다움이 드러나도록 했고, 조리실을 확장해 서비스 동선도 단축했습니다. 별채의 경우 분리된 두 공간 사이에 서비스 통로를 새로 만들어 기존 돌잔치 대관 중심으로만 쓰던 우금헌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고요.
Q. 새 브랜드 이미지(BI)에 한옥 'ㅁ'자 구조를 담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의집 BI는 한옥의 배치와 공간 구조에서 출발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한옥의 'ㅁ'자 구조와 중정을 모티프로 삼았는데, 이는 사람들이 모이고 머물며 관계가 이어지는 한국적 공간미와 생활 문화를 상징합니다. 네 면이 연결되면서도 일부가 열려 있는 형태는 전통의 중심에서 새로운 문화가 밖으로 확장되는 방향성을 담은 것입니다."
Q.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통 혼례·돌잔치 무료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고요?
전통문화 향유 기회에서 소외된 분들의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고자 2023년 신규 기획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족, 유공자, 새터민 등이 대상입니다. 2026년에는 한국의집에서 전통 혼례 60건, 돌잔치 15건을 지원하고, 전국 복지시설을 찾아가는 돌잔치도 15건으로 늘렸습니다.

Q. 영빈관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한국의집은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보시나요?
출발점은 국가 의전과 전통의 상징이었습니다. 외국 사절을 접견하고 국가의 품격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죠. 1981년 이후에는 문화 외교의 전초기지로서 한식·전통 공연·한옥 체험을 통해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창구가 됐습니다. 2000년대에는 한류 확산과 함께 관광 콘텐츠의 중심으로 진화했고요. 2020년대 들어서는 전통문화 보존과 사회적 가치 실현, 공공 문화 서비스를 아우르는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Q. 포장(To-Go) 상품은 언제쯤 만날 수 있나요?
고호재 개발 차 메뉴를 기반으로 준비 중이며 상반기 내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한국의집을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공공성과 문화적 가치를 담은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한식 교육과 연구 기능까지 강화해서 대한민국 한식과 K-헤리티지를 이끄는 중심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새로 바뀐 브랜드 이미지(BI)가 눈에 들어왔다. 그 의미를 알고 나니 단순한 로고가 아니라 공간 전체가 다르게 읽혔다. 마침, 남산골 한옥마을 쪽에서 걸어온 외국인들이 한국의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무언가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새로 선보인 음식 맛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취재 중 잠깐 들여다본 음식들은 꾸밈없이 건강해 보였다. 다음번에 외국 친구가 한국을 찾으면 이곳으로 데려와 구절판과 신선로를 함께 먹고, 그때쯤 나와 있을 포장 상품 하나를 손에 쥐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7월이면 부산에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다. 전 세계 유산 전문가와 외교 인사들이 한국을 찾는다. 한국의집이 과거 영빈관의 역할처럼 2026년에도 K-헤리티지의 거점으로 당당히 서 있기를 기대한다.
☞ (보도자료) 한국의집, 45년 만의 새 단장... 궁중음식 다이닝으로 봄을 열다
☞ '한국의 집(https://www.kh.or.kr/kh)' 바로가기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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