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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 '서해수호의 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살펴본 '서해수호의 날'
야외 전시장에서 제2연평해전 당시 피격된 '참수리 357호정'을 재현한 모형 관람 부모님과 함께 듣는 서해 수호 이야기 프로그램 참여…다음 세대와 함께 기억해

2026.04.10 정책기자단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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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무력 충돌과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고, 중동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도 긴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국제 정세를 접할 때마다 전쟁은 결코 먼 나라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일상에서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다소 무심하게 받아들이며, 지금의 평화를 너무 쉽게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정전 상태에 놓인 분단국가다. 우리가 누리는 평온한 일상 또한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평화가 익숙해질수록 그 소중함은 오히려 흐려지기 쉽고, 이를 지켜 온 사람들의 존재 역시 기억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서해수호의 날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전시된 장비와 기록, 그리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살펴보며 서해 수호의 의미를 다시 짚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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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정면 전경 (본인 촬영)

◆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은 서해수호의 날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 도발에 맞서 희생된 장병들을 추모하고, 국민 안보의식을 되새기기 위해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올해는 3월 27일)에 기념하는 날이다. 정부는 세 사건을 아우르는 기념일의 성격을 반영해 '서해수호의 날'을 제정했으며, 기념일 날짜는 세 사건 중 우리 군의 희생이 가장 컸던 천안함 피격일을 기준으로 정했다.

천안함 사건은 일반적으로 '46용사'로 기억되지만, 정부 기념식 기준으로는 구조 작전 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까지 포함해 47명의 희생으로 설명된다. 서해는 북방한계선과 서해 5도 일대가 맞닿아 있는 군사적 긴장 지역인 만큼, 북한의 도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공간이기도 하다.

전쟁기념관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야외 전시장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제2연평해전 당시 피격된 참수리 357호정을 재현한 모형이었다. 가까이서 본 함정의 외벽에는 수많은 탄흔이 남아 있었고, 그 흔적만으로도 당시 교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할 때와는 다른 무게가 현장에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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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리 357호정 모형의 선체 측면 (본인 촬영)

모형 위에 올라가 보니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제2연평해전에서 순직한 여섯 장병의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각자의 자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니 평화라는 말 뒤에 놓인 희생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한편, 참수리 357호정의 실물은 현재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서해 수호관에 전시돼 있다. 과거 전쟁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이전 비용만 약 26억 원이 들고 육로 수송을 위해 선체를 여러 조각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탄흔 등 당시 흔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물을 직접 보고 싶다면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서해 수호관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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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하 소령이 순직한 자리 (본인 촬영)

야외 전시장에는 참수리 357호정 외에도 여러 군 장비가 함께 전시돼 있었다. 이미 퇴역한 F-4 팬텀 전투기부터 현재 우리 군의 주력 장비인 K-1 전차와 K-9 자주포까지, 다양한 육해공 장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이곳이 단순히 장비를 모아 둔 장소가 아니라, 우리 군의 변천과 안보의 흐름을 함께 보여 주는 현장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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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52D 전략폭격기 모형 위에서 내려다본 야외 전시장 모습 (본인 촬영)

야외 전시장을 둘러본 뒤에는 전쟁기념관 내부 북한의 군사도발실로 이동했다. 이곳은 북한의 주요 군사도발을 시간 순서에 따라 정리한 전시 공간이다. 전시를 따라가며 사건들을 살펴보니, 북한의 도발은 어느 한 시기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우리 곁에 이어져 온 긴장 그 자체처럼 다가왔다.

특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전에 관한 전시는 발걸음을 오래 머물게 했다. 전시실에는 천안함 폭침에 사용된 어뢰 추진체 모형과 연평도 포격전 당시 포탄 잔해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관련 자료와 전시물을 함께 보고 있으니 뉴스 화면이나 교과서 속 문장으로 접할 때보다 훨씬 구체적인 긴장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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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군사도발실에 전시된 천안함 폭침에 사용된 어뢰 추진체 모형 (본인 촬영)

◆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

이후 전쟁기념관 문화 아카데미에서 진행된 '부모님과 함께 듣는 서해 수호 이야기' 교육에 참관했다. 올해 처음 운영된 이 프로그램은 초등 고학년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사건 등 서해 수호 관련 사건을 더욱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평화의 의미를 함께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번 교육은 지난 겨울방학 기간 진행된 '부모님과 함께 듣는 6·25 이야기'에 이어지는 시리즈 형식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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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듣는 서해 수호 이야기 교육 현장 (본인 촬영)

교육이 시작되기 전에는 해군 군가가 흘러나왔고, 참가자들에게는 '서해 수호 영역 문제지'가 배부됐다. 교육 내용을 들은 뒤 가볍게 풀어 볼 수 있도록 만든 활동 자료였다. 교육에서는 6·25전쟁의 발발부터 정전협정까지의 과정, 그리고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 수호와 관련된 주요 사건들이 다뤄졌다.

진행 방식도 일방적인 설명에 머물지 않았다. 중간중간 퀴즈와 질문이 이어졌고,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의 표현과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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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부모와 학생들 (본인 촬영)

교육 참관을 마친 뒤에는 전사자 정보 검색 키오스크로 향했다.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진 전사자명비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제2연평해전에서 순직한 윤영하 소령의 전사자명비를 찾아가 짧게 묵념했다. 이어 평화의 광장으로 이동하자, 광장 정중앙 바닥에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문구는 이날 전쟁기념관에서 마주한 여러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평화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위에서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분명하게 다가왔다. 이번 방문을 통해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돌아보게 됐고, 서해 수호도 단순히 지나가는 기념일이 아니라 계속 기억해야 할 의미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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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 정보 검색 키오스크에서 故 윤영하 소령의 이름이 새겨진 전사자명비의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본인 촬영)

◆ 서해수호의 날 기념은 기념관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아

서해 수호의 의미를 기리는 노력은 전쟁기념관 안에서의 전시와 교육에만 머물지 않고, 국가 차원의 추모와 사회적 기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거행했다. 더불어 보훈부는 유가족과 참전장병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강윤진 국가보훈부 차관은 2월 3일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천안함 국가유공자 고 민평기 상사의 유족 윤청자 씨 자택을 김오복 보훈심사위원장과 함께 방문해 위문했다. 한편 3월 13일에 전쟁기념관에서는 주한미군 전사자 추모비 헌화 행사도 열려, 평화를 지키기 위한 기억과 추모의 자리가 여러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줬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결코 당연한 일상이 아니며,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위에서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서해 수호의 날은 지나가는 기념일이 아니라, 오늘의 평화를 가능하게 한 이름들을 오래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까지 전해야 할 우리의 과제로 남는다.

☞ (같은 소재, 다른 기자의 시선) 해군 제2함대사령부·국립대전현충원에서 기억하는 서해를 지킨 영웅들

(국가보훈부 보도자료) 제11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27일 대전현충원서 거행 

김동규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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