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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김구 선생님을 노래한 이유, 강연장에서 찾았다

유네스코 '백범의 해' 맞아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서 특별강연 '백범일지 톺아보기'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백범 김구 선생 재조명 및 문화강국 방향을 담아

2026.04.10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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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에 관한 노래가 있었네"

"그러게, 얼마 전 BTS(방탄소년단) 신곡 가사에서도 김구 선생이 나왔는데"

특별강연 '백범일지 톺아보기'를 듣기 위해 청중들이 모여들었다. <출처=본인촬영>
특별강연 '백범일지 톺아보기'를 듣기 위해 청중들이 모여들었다. (본인 촬영)

지난 3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의정원 홀에는 청중들이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안중근 의사 순국 116주년을 맞은 이날 장내에서는 백범 김구 선생에 관한 노래가 흘렀다. BTS 곡과는 또 다른 노래를 들으며 뒷자리에 앉은 청중들은 나지막이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올해는 '백범의 해'입니다. K-팝과 K-푸드 등 우리 콘텐츠가 세계를 이끌고 있는 지금, 이것이야말로 선생께서 그토록 꿈꾸던 '문화강국'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청중들이 끄덕였다. 이날 '국가보훈부'는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 '유네스코 기념 해'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백범일지 톺아보기'를 주제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김희곤 관장과 서울대학교 한경구 교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연에 앞서 김구 이행시와 알기 쉬운 퀴즈로 청중의 흥미를 이끌었다.

강연 전 이행시, 퀴즈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출처=본인촬영>
강연 전 이행시, 퀴즈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본인 촬영)

이어 무대에 올라선 김희곤 관장은 백범일지의 집필 배경과 다양한 판본을 상세히 짚으며 설명했다. 상권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하권은 충칭 화평로 오사야항 1호에서 쓰인 자서전으로 원본은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다. 상권은 파란 종이에, 하권은 붉은 종이에 가는 붓으로 또박또박 쓰였으며 복사기가 없던 시절, 동지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필사했다고.

"이 책 한 권이 제 인생을 결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강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김 관장의 개인 이야기였다. 가난한 도시 빈민의 아들이었던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의 말씀에 헌책방을 뒤져 낡은 백범일지 한 권을 손에 넣었다. 그 책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꿨다.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동생은 의과대학에 합격한 뒤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와 백범 선생 묘소를 먼저 참배했다고 한다.

강연을 하는 김희곤 관장.<출처=본인촬영>
강연하는 김희곤 관장 (본인 촬영)

김 관장은 백범일지의 의미와 중요성뿐 아니라 백범 선생의 문화 강조와 교육의 중요성도 차례차례 들려줬다.

김희곤 관장과 한경구 교수가 대담하고 있다. <출처=본인촬영>
김희곤 관장과 한경구 교수가 대담하고 있다. (본인 촬영)

이어 김 관장과 한 교수가 앉아 대담을 나눴다. 한 교수가 '유네스코 기념해'에 관해 이야기했다.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를 통한 국가 간 협력 촉진과 평화·안보에 기여한다는 목표와 가치에 부합하는 경우, 회원국이 제안한 역사적 사건이나 뛰어난 인물을 '유네스코 기념해'로 지정해 왔다. 기념하고 싶은 사건이나 인물이 있으면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 대상은 정해져 있다.

각국의 국가위원회나 정부가 신청할 수 있고 유네스코와 관련성이 있어야 하며, 50년·100년과 같은 기념 연도에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전쟁 또는 국가 형성, 민족 해방 등은 제외한다.

2026년은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으로, 유네스코는 문화의 힘을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한 김구 선생의 비전이 목표와 가치에 부합한다고 평가해 결정했다. 이번 지정은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8개국이 공동 지지해 성사됐다.

김희곤 관장.<출처=본인촬영>
김희곤 관장 (본인 촬영)

더욱이 유네스코 기념 해에 지정된 인물이 우리나라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놀라웠다. 2012년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과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역시 유네스코 기념 해로 지정된 바 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특별강연'백범일지 톺아보기'.<출처=본인촬영>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특별강연 '백범일지 톺아보기' (본인 촬영)

이번 백범의 해는 어떻게 신청한 걸까?

"당시 제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있었는데요. 퇴임을 6개월쯤 앞두고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에서 추도식 초청장이 온 거에요. 초청장을 보자 어느 숫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2026년이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더라고요."

한경구 교수가 이야기를 꺼냈다. 문화인류학자였던 그는 일찍부터 백범 김구의 '나의 소원'에 담긴 '높은 문화의 힘'이 유네스코의 '평화의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국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이 반대할까 우려해, 신청서에는 독립운동보다 '문화의 힘'으로 아름다운 나라를 꿈꾼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다행히 일본의 반대는 없었다.

더 큰 어려움은 따로 있었다. 김구 선생의 고향이 황해도, 지금의 북한 땅이라는 점이었다. 유네스코 사무국은 북한과의 협의를 요구했지만, 남북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공식 접촉은 불가능했다. 한 교수는 유네스코 파리 대표부에 파견된 직원을 통해 수개월에 걸쳐 사무국에 건의했고, 결국 북한의 공식 반대 없이 성사됐다. 국제기구 외교에서의 '묵시적 동의'였다.

이런 과정 끝에 2025년 10월 31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제4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백범 김구 선생 탄신 150주년을 맞아 2026년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됐다. 

"백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꿈꾼 건 군사 강국도, 경제 대국도 아니었어요. '인류 전체에 행복을 주는 문화국가'였거든요"

한경구 교수는 대담에서 BTS의 컴백 공연을 언급했다. K-팝, K-콘텐츠, K-푸드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지금의 모습이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한 교수는 이번 기념해 지정을 단순한 완성이 아닌 출발점으로 봤다. 문화를 통한 국가 발전을 세계 무대에서 선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중들의 질문을 받았다. 

한경구 교수.<출처=본인촬영>
한경구 교수 (본인 촬영)

강연이 끝나고 한 교수에게 유네스코 기념 해의 의미와 향후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그는 "백범 김구 선생의 유네스코 기념해 지정은 대한민국이 국제 무대에서 '문화'를 화두로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외교적 자산이자 새로운 시작점"이라며 "우리나라는 '문화와 인류 발전의 관계'를 고민하는 가치 중심의 선구자가 돼야 하고, 기존의 하드웨어 지원에서 벗어나 문화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백범 ODA'와 같은 차별화된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연 전까지는 백범 김구 선생이 유네스코 기념 인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유네스코 기념해'라는 제도도 낯설었다. 그런데 강연을 듣고 나서 달라졌다. 단순히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된 게 아니었다. 백범 선생이 꿈꾼 '문화 강국'이 어떤 의미인지, 지금 우리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서울지방보훈청에 세워있는 백범 김구 선생 안내판. <출처=본인촬영>
서울지방보훈청에 세워있는 백범 김구 선생 안내판. (본인 촬영)

며칠 뒤, 서울지방보훈청 앞을 지나가다가 안내판에 시선이 멈췄다. 백범 김구 선생의 얼굴과 함께 적힌 문구가 보였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강연 덕분일까? 문화의 힘이란 글자가 뚜렷하게 다가왔다.

이 특별강연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의 길을 열다'를 주제로 한 4번의 강연을 들으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출처=본인촬영>
이 특별강연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의 길을 열다'를 주제로 한 4번의 강연을 들으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본인 촬영)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이번 강연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의 길을 열다'를 주제로 올해 총 4회 특별강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나도 다음 강연을 들으러 갈 생각이다. 이번 강연에서 언급된 경교장에도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특별강연이 열린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출처=본인촬영>
특별강연이 열린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본인 촬영)

알고 보면 달라 보이는 것들이 분명 더 있을 것 같다.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공식 기념해 누리집 바로가기

☞ (보도자료) 임정기념관, 백범일지 톺아보기 특별강연 개최

김윤경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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