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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한글·산수처럼"…어르신이 처음 AI를 켜던 날

고양시 중산1동에서 열린 'AI디지털배움터' 현장…무료 교육으로 넘는 디지털 장벽
와이파이 연결부터 챗GPT까지, 어르신 손끝에 놓는 'AI 일상화'의 첫 계단

2026.07.09 정책기자단 윤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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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매일 쓰는 '나'가 있고, AI가 여전히 먼 '누군가'가 있다. 아침마다 AI에게 일정을 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AI를 켜는 법조차 막막한 사람이 있다.

이 간극은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라, 시대가 새로 요구하는 문해력의 격차다. 정부가 '전 국민 AI 활용 역량 강화 및 일상화 방안'을 통해 AI 활용 능력을 국어·수학과 같은 필수 소양으로 끌어올리고 "학생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AI를 한글·산수처럼" 쓰도록 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그 목표가 가장 낮은 곳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한 사람의 첫걸음에서 확인된다.

어르신 수강생들이 강의 화면을 보며 스마트폰 실습을 하는 강의실 전경
어르신 수강생들이 강의 화면을 보며 스마트폰 실습을 하는 강의실 전경 (본인 촬영)

강의 시작 화면에 '스마트폰 교실'과 이번 과정 주제가 떠 있다. 어르신 눈높이에 맞춘 스마트폰·AI 활용 수업이 매주 이어진다.

고양시 중산1동 주민자치센터 3층 취미 교실. 이곳 무료 스마트폰 교실을 이끄는 최복희 강사에게 어르신들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문턱을 물으면, 답은 뜻밖에도 '회원 가입'이다. 그래서 그는 매주 수업의 첫머리를 늘 '와이파이 연결'로 연다. 앱을 내려받고 유튜브를 보고 은행 업무를 보려면 인터넷이 먼저 잡혀야 하기 때문이다.

빔 프로젝터 화면에 표시된 '스마트폰교실 스마트폰 중급' 강의 안내 슬라이드
빔 프로젝터 화면에 표시된 '스마트폰 교실 스마트폰 중급' 강의 안내 슬라이드 (본인 촬영)

스마트폰 교실 강의 화면에 '스마트폰 교실 – 스마트폰 중급' 안내 슬라이드가 떠 있다. 기초를 익힌 어르신들이 활용·중급 과정으로 나아가며 AI로 가는 다음 계단을 밟는다.

수강생들이 강사의 시연을 따라 화면을 하나씩 눌러 본다. "한 달은 꾸준히 반복해야 눈이 뜨인다"라는 것이 강사의 지론이다.

왜 와이파이부터일까. 데이터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최 강사는 핸드폰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방식을 와이파이와 5G·LTE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와이파이는 무료로 쓰는 인터넷이고, 5G·LTE는 통신사가 데이터 용량만큼 요금을 매기는 유료 서비스다. 요금제는 한 달 1만 5000원부터 7만 5000원까지, 1GB·2GB·3GB·10GB처럼 쓰는 용량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기본 용량을 넘기면 추가 요금이 붙는다. "무제한 요금제를 새로 드는 대신, 집이든 카페든 있는 와이파이를 잘 잡아 쓰면 된다"라는 점이 그가 무료 강좌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대목이다.

다만 와이파이 주소(SSID)와 비밀번호가 장소마다 다르다는 점, 스마트폰이 한 번 연결한 곳은 자동으로 다시 잡아 준다는 점까지 그는 기초부터 짚는다.

강사가 스마트폰을 들고 수강생들에게 조작법을 설명하는 모습
강사가 스마트폰을 들고 수강생들에게 조작법을 설명하는 모습 (본인 촬영)

최복희 강사가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조작법을 시연하고 있다. 수업 첫머리는 늘 '와이파이 연결'로 연다.

가르치는 방식은 '천천히, 여러 번'이다. 영어 용어를 앞세워 설명하면 이해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중간에 포기하기 쉽다. 그래서 최 강사는 첫날부터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히 짚는다. "한 달은 꾸준히 나와 반복해서 들어야 눈이 뜨인다"라고 말한다. 함께 듣고 서로 가르치게 하면 학습 속도가 빨라지고, 배운 것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다시 설명하면 그제야 확실히 몸에 밴다. 실제로 어떤 수강생은 6개월쯤 반복해 들은 뒤 "이제 됐다"라며 스스로 교실을 졸업하기도 했다.

수업은 생활로 곧장 이어진다. 최 강사는 사진 편집과 갤러리 정리, 문자 보내기처럼 부모 세대가 어려워하는 기본 기능부터, 은행 앱 설치와 송금까지 하나하나 손을 잡고 가르친다. 처음에는 보이스 피싱이 걱정돼 앱 깔기를 꺼리던 어르신도, 직접 소액을 송금해 보고 나면 편리함을 체감한다. "자녀들이 바빠 하나하나 알려 주지 못하니,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하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는 마이크(음성 입력) 사용법을 가르쳐 AI 기능까지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책상 위에 놓인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기초 교실' 교재 표지
책상 위에 놓인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기초 교실' 교재 표지 (본인 촬영)

수업에 쓰이는 교재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기초 교실'. 손안의 스마트폰을 익힌 자리가 그대로 AI로 가는 통로가 된다.

수요는 이미 AI를 향해 있다. 최 강사는 지난해 챗GPT를 활용한 AI 수업을 열었고, 올해는 그 폭을 넓혀 고양시 곳곳에서 강의를 이어 가고 있다. 3년째 빠지지 않고 나오는 수강생도 있다. 어르신들은 챗GPT나 번역기 같은 AI 도구를 배우고 싶어 하지만 기회가 넉넉지 않다.

정부는 이런 격차를 메우기 위해 온라인 통합 교육 플랫폼 '우리의 AI 러닝'을 2026년 6월 구축했고, 온라인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 오프라인 거점 'AI디지털배움터'를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손끝의 스마트폰을 익힌 자리가, 그대로 AI로 가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현장에는 수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개선 아이디어도 쌓이고 있다. 출석 체크가 그 하나다. 어르신들이 더 쉽게 이용하도록 출석을 정보무늬(QR 코드)나 앱 방식으로 간소화하자는 제안이 나와 담당 부서와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강의 환경도 함께 다듬어 가는 중이다.

20명이 넘는 수강생이 화면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이동식 빔 프로젝터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7월 초 지원 요청도 전달됐다. AI 관련 예산이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대 편성되는 흐름인 만큼, 이런 보완들도 차례로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벽에 붙은 중산1동 2026년 수강생 모집 안내 포스터
벽에 붙은 중산1동 2026년 수강생 모집 안내 포스터 (본인 촬영)

중산1동 주민자치센터의 '2026년 수강생 모집' 안내문.

무료 스마트폰·AI 교실은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경기도 AI 디지털배움터 7월 무료 교육과정 안내 포스터
경기도 AI디지털배움터 7월 무료 교육과정 안내 포스터

이런 배움의 문은 어르신 교실에만 열려 있지 않다. 정부가 오프라인 거점으로 운영하는 AI디지털배움터는 지역마다 실전형 과정을 함께 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기도가 운영하는 '2026 경기도 AI디지털배움터'는 7월 한 달(7월 1일~30일) '13가지 프로젝트로 AI 실무 완성'을 주제로 무료 교육을 진행한다.

희망하는 날짜를 골라 듣는 원데이 클래스 방식이며, 오전반(9시~12시)과 오후반(1시~4시)으로 나뉜다. 생성형 AI로 이미지·카드뉴스 만들기부터 문서·엑셀 자동화, AI 게임 제작, 나만의 웹페이지 만들기까지 13개 강좌가 준비돼 있다. 수업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경기AI캠퍼스(남부)에서 열리며, 전 과정이 무료다. 신청과 문의는 1600-5993으로 하면 된다.

이 정책의 본질은 잘하는 사람을 더 키우는 데 있지 않다. 못 따라가던 사람을 데려오는 데 있다. AI 일상화란 최신 기술을 먼저 쥐여주는 일이 아니라, 낯선 화면 앞에서 물러서지 않도록 곁을 지켜 주는 일이다. 처음엔 화면 하나 누르기도 망설이던 손이 스스로 검색창에 글자를 넣고, 이윽고 AI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기술 정책이 복지와 포용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이다. 그 첫 계단은 가까운 주민자치센터나 행정복지센터의 무료 스마트폰·AI 교실에서, 또 온라인 플랫폼 '우리의 AI 러닝'에서 지금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 (멀티미디어 뉴스) AI 일상화 시대, 전국민 AI 활용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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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식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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