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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우정…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한-프 우정의 기록전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8.2)

2026.07.10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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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 14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양국은 이를 기념해 공연과 전시, 학술 행사 등 다양한 문화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예술 강국을 자처하는 두 나라의 오랜 외교 관계는 어떤 기록으로 남아 있을까.

국립고궁박물관 입구에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특별전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본인 촬영)
국립고궁박물관 입구에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특별전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본인 촬영)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전시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특별전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이다. 외교 현장에서 오간 선물과 대통령기록물, 외교문서를 통해 140년 한-프 관계를 되짚어보는 전시다.

한불 14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은 8월 2일까지 열린다. 박물관 측에서 마련한 전시 해설과 함께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본인 촬영)
한-프 14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은 8월 2일(일)까지 열린다. 박물관 측에서 마련한 전시 해설과 함께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본인 촬영)

양국 정상이 주고받은 선물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지 기대를 안고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에서는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두 차례 전시 해설을 운영한다. 해설과 함께 관람하니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와 의미를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실 입구 영상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한불 수교 140년의 주요 기록과 유물을 영상으로 살펴보고 있다. (본인 촬영)
전시실 입구 영상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한-프 수교 140년의 주요 기록과 유물을 영상으로 살펴보고 있다. (본인 촬영)

◆ 조약보다 앞선 만남, 옹기 주병에 담긴 첫 인연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한-프 수교 140주년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이번 특별전에 소개되는 주요 유물과 기록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둘러본 뒤 다시 이곳에 앉아 영상을 감상하면, 140년의 역사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영상 앞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고, 테이블 위에는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나란히 꽂혀 있다. 잠시 앉아 있으니, 마치 한-프 정상회담장에 초대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시는 유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외교 현장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프랑스 영사에게 건넨 첫 선물로 소개된 옹기주병이 전시돼 있다. 조불수호통상조약 이전 민간 교류의 흔적을 보여준다. (본인 촬영)
프랑스 영사에게 건넨 첫 선물로 소개된 옹기 주병이 전시돼 있다. 조불수호통상조약 이전 민간 교류의 흔적을 보여준다. (본인 촬영)

전시는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보다 앞선 시기로 관람객을 이끈다. 우리는 흔히 프랑스와의 인연을 병인박해와 병인양요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보다 앞선 민간 차원의 만남을 소개한다.

1851년 프랑스 고래잡이배가 비금도에 난파되면서 조선과 프랑스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 조선은 난파 선원들에게 숙소와 음식을 제공했고, 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 프랑스 영사는 선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후 조선 사람들과 프랑스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며 우의를 다졌고, 이 자리에서 프랑스 영사가 기념으로 가져간 옹기 주병은 양국 교류의 첫 선물처럼 전해지고 있다. 평범한 술병 하나가 140년 외교사의 시작을 증언하는 기록이 된 셈이다.

대한제국기 여권 양식은 지금의 여권에 수록된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외교 관계가 제도와 문서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본인 촬영)
대한제국기 여권 양식은 지금의 여권에 수록된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외교 관계가 제도와 문서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본인 촬영)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한-프 관계가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병인박해(丙寅迫害)와 병인양요(丙寅洋擾), 외규장각(外奎章閣) 의궤 반출 등 갈등의 역사도 숨김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전시는 갈등에 머무르지 않는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다시 관계를 이어온 과정까지 함께 조명한다.

조불수호통상조약문과 비준서, 비준 교환 각서는 공식 수교의 출발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록물이다. 고종의 친필이 담긴 비준서를 보며 외교는 화려한 정상회담만이 아니라 문서와 기록, 절차를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명동성당 건립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조약 체결 이후 달라진 천주교의 위상을 보여준다. (본인 촬영)
명동성당 건립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조약 체결 이후 달라진 천주교의 위상을 보여준다. (본인 촬영)

조약 체결 이후 천주교의 교회 활동이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명동성당 건립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흥미롭게 소개된다. 한쪽 벽면에는 명동성당 내부를 연상시키는 공간이 조성돼 있었고, 맞은편에서는 성당 건립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기록과 영상, 공간 연출이 어우러지면서 조약 체결 이후 달라진 시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 외교 선물에 담긴 문화의 품격

전시의 또 다른 볼거리는 양국이 주고받은 외교 선물이다. 프랑스가 보낸 세브르 도자기와 고종이 보낸 고려청자, 역대 대통령들이 교환한 다양한 선물들이 시대순으로 전시돼 있다. 외교 선물은 단순한 예물이 아니었다. 각 나라의 문화 수준과 미적 감각, 상대국에 대한 존중을 담은 문화외교의 상징이었다.

프랑스가 보낸 세브르 도자기(사진 오른쪽)와 고종이 답례로 보낸 고려청자(사진 왼쪽) 등이 전시된 공간. 양국 외교 선물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본인 촬영)
프랑스가 보낸 세브르 도자기(사진 오른쪽)와 고종이 답례로 보낸 고려청자(사진 왼쪽) 등이 전시된 공간. 양국 외교 선물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본인 촬영)

관람객들의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은 작품은 프랑스 니콜라 레오나르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과 고종이 답례로 보낸 '청자 모란 넝쿨무늬 꽃모양 대접'이었다. 서로 다른 나라를 대표하는 두 작품은 한 공간에서 마주하며 140년 우정의 상징이 되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 진열장 앞에 선 관람객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작품을 살펴보려고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혔다.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문양, 도자기의 곡선을 눈으로 따라가며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외교 선물이 단순한 예물이 아니라 당시 각 나라의 기술과 예술 수준, 그리고 상대국에 대한 존중을 담은 문화외교의 상징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가 선물한 에르메스 제작 소반. 우리의 전통 소반과 유사한 작품은 프랑스의 기술과 한국의 전통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듯 보였다. (본인 촬영)
프랑스가 선물한 에르메스 제작 소반. 우리의 전통 소반과 유사한 작품은 프랑스의 기술과 한국의 전통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듯 보였다. (본인 촬영)

프랑스가 선물한 에르메스 제작 소반도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우리의 전통 소반과 유사한 작품은 프랑스의 기술과 한국의 전통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듯 보였다. 외교 선물 하나에도 상대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고종 황제와 왕실 가족 사진의 배경에 등장하는 도자기 두 점을 디지털로 재현한 영상. (본인 촬영)
고종 황제와 왕실 가족사진의 배경에 등장하는 도자기 두 점을 디지털로 재현한 영상. (본인 촬영)

전시에서는 첨단 디지털 기술도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가 선물한 클로디옹 병 한 쌍은 덕수궁 석조전에 놓여 고종황제를 비롯한 황실 가족사진의 배경에 등장한다. 이후 영친왕이 일본으로 가져갔고, 영친왕이 살던 저택이 매각돼 현재는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 있다. 특별전에 출품되지 못한 도자기의 여정과 모양을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디지털 실감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현재 일본에 있어 전시할 수 없었던 도자기를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실감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본인 촬영)
현재 일본에 있어 전시할 수 없었던 도자기를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실감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본인 촬영)

과거의 기록을 오늘의 기술로 되살려 관람객 앞에 펼쳐 보인다는 점도 이번 특별전만의 매력이었다. 기록은 유리 진열장 안에 머물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다시 살아나 관람객과 마주했고, 140년의 시간을 현재로 이어주는 또 하나의 다리가 되고 있었다.

◆ 기록을 보는 전시, 기록 속으로 들어가는 전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객들은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다. 특히 프랑스 대통령이 외규장각 의궤 한 권을 우리나라에 전달한 장면을 소개하자 한 관람객은 "왜 반환이 아니라 장기 대여 형식이었나요?"라고 물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전시 해설은 유물과 기록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인 촬영)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전시 해설은 유물과 기록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인 촬영)

해설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문화재는 '불가양 원칙'이 적용돼 국가 소유 문화재를 다른 나라에 양도할 수 없어, 양국이 오랜 협의를 거쳐 5년 단위로 갱신되는 '임대 계약'의 형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람객들은 문화유산의 귀환이 단순한 반환 문제가 아니라 외교와 법, 협상의 결과라는 점을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전시 마지막 공간에 마련된 한불 정상회담의 현장이었던 엘리제궁을 연상시키는 포토존.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나란히 놓여 있어 관람객이 기록 속 장면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본인 촬영)
전시 마지막 공간에 마련된 한-프 정상회담의 현장이었던 엘리제궁을 연상시키는 포토존.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나란히 놓여 있어 관람객이 기록 속 장면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본인 촬영)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는 한-프 정상회담의 현장이었던 엘리제궁을 연상시키는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정상이 앉았던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서 누구나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뒤편에는 전신거울이 설치돼 있어 혼자 찾은 관람객도 편하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시를 관람한 뒤 마지막으로 정상회담장의 주인공이 돼 보는 경험까지 더해져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번 특별전은 화려한 외교 행사보다 그 뒤에 남겨진 기록에 주목한다. 대통령기록물과 외교문서, 사진, 선물은 모두 한-프 관계의 시간을 증언하는 역사 자료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이 국립고궁박물관과 손잡고 이번 전시를 마련한 이유도 기록을 통해 국민이 외교의 역사를 더 가까이에서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명동성당 내부를 연상시키는 전시 공간. 스테인드글라스와 아치형 구조가 성당의 분위기를 살린다. (본인 촬영)
명동성당 내부를 연상시키는 전시 공간. 스테인드글라스와 아치형 구조가 성당의 분위기를 살린다. (본인 촬영)

전시장을 나서며 '우정'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140년의 한-프 관계는 좋은 일만 있었던 역사가 아니었다. 갈등도 있었고 아픔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은 기록으로 남았고, 기록은 오늘날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밑거름이 됐다.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은 한-프 외교의 역사를 단순히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다. 기록이 어떻게 외교가 되고, 외교가 다시 국민의 기억으로 이어지는지를 차분히 들려주는 특별한 전시였다. 말하자면 이 전시는 기록을 보는 전시이자, 기록 속으로 들어가는 전시였다.

☞ (보도자료) 140년 우정의 기록, 전시로 피어난다. 대통령기록관-국립고궁박물관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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