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 특별한 피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서울 창덕궁 약방에서 조선 왕실의 여름 건강관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7월 15일(수)부터 8월 16일(일)까지 창덕궁 약방을 무더위 쉼터로 개방하고, 왕실에서 즐겨 마시던 제호탕과 오미자차 시음, 약향 주머니 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필자는 조선 왕실의 여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소식에 창덕궁을 찾았다.

◆ 조선 왕실의 여름을 만나는 특별한 공간 '창덕궁 약방'

창덕궁 약방은 조선시대 왕과 왕실 가족의 건강을 돌보던 의료기관이다. '내의원'이라 불리던 이곳은 왕실의 건강관리와 의약을 담당했던 중요한 공간으로, 현재는 복원을 거쳐 전시와 체험이 함께 이루어지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낸 그늘과 고즈넉한 궁궐 풍경이 먼저 반겨주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궁궐 안은 생각보다 시원했고, 약방에 들어서자 은은한 한약재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실내에는 잠시 쉬어가는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고, 곳곳에는 조선시대 한의학과 왕실 건강관리 문화를 소개하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무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가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도심 속에서 이런 여유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창덕궁 약방만의 특별한 매력이었다.
◆ 왕실 보양 음료부터 약향 주머니까지, 오감으로 즐기는 궁 피서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기대했던 체험은 조선 왕실의 여름 보양 음료 시음이었다. 먼저 맛본 제호탕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궁중 청량음료다. 오매와 여러 한약재를 꿀과 함께 달여 차갑게 마시는 음료로, 더위를 식히고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예로부터 임금이 연로한 신하들에게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라는 뜻으로 하사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소개됐다.

직접 마셔보니 처음에는 달콤한 맛이 느껴졌고, 뒤이어 은은한 한약재 향과 상큼한 풍미가 입안에 오래 남았다. 일반적인 음료처럼 강한 단맛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마시니 몸이 한결 시원해지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이어 시음한 오미자차는 제호탕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새콤함과 달콤함, 약간의 쌉싸름한 맛이 조화를 이루며 이름 그대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성종과 영조도 즐겨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왕실에서 사랑받았던 여름 음료라고 한다.

약방에서는 주말마다 약향 주머니 만들기 체험도 운영된다. 다양한 한약재의 향을 직접 맡아보고 자신만의 향주머니를 만드는 과정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단순히 만드는 체험에 그치지 않고 한약재가 가진 효능과 전통 한의학의 지혜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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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볼 수 있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을 소개하는 다국어 소책자도 비치돼 있었다. 영어와 중국어를 비롯해 다양한 언어로 제작된 자료를 보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우리 전통 의학의 가치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했다는 점을 느꼈다.
◆ 역사 유산에서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창덕궁을 둘러보다 보니, 국내 관람객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고궁의 아름다운 건축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약방에 들러 전통 음료를 맛보고, 한의학 문화를 체험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과거 궁궐이 역사 속 공간으로만 인식됐다면, 이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무더위 쉼터라는 실용적인 기능과 문화유산 체험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위를 피하고자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 조선 왕실의 생활 문화와 한의학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공간이었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궁궐의 역사적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외 관람객들이 궁궐의 품격과 가치를 더욱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여름 색다른 피서를 계획하고 있다면 시원한 실내 쇼핑몰 대신 궁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왕실 보양 음료 한 잔과 함께 잠시 더위를 식히고, 역사와 전통문화까지 함께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창덕궁 약방에서의 '궁 피서'는 무더위를 잊게 하는 것은 물론,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전통 한의학의 지혜를 새롭게 발견하는 뜻깊은 여름 여행이 될 것이다.
☞ (보도자료) 창덕궁 약방에서 왕실 보양 음료 마시며 '궁 피서'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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