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국인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와인을 좋아하고 취미로 포도를 키우는 친구는 은퇴 후 와이너리를 꿈꾼다며 물었다.
"한국 고유의 와인이나 전통 발효주가 궁금해. 한국에 가면 꼭 맛보고 싶어."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전통주를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막상 제대로 소개하려니 머릿속이 막막해졌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들었던 반가운 소식이 떠올랐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너편, 두타몰 지하 2층에 '전통주 갤러리 두타몰(2호)점'이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전통주 갤러리 두타몰점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종로 한식 문화공간 '이음'에 위치한 1호점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거점 매장이다. 그렇다면 왜 동대문이었을까?
동대문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가 있으며 동대문 상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쇼핑 명소다. 즉,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소비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1호점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종로에 있는 전통주 갤러리 1호점은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늘 예약이 차 있어 현장 참여가 어려웠지만 겨우 성공해 한두 번 시음에 참여했었다. 그래서 전통주 갤러리 두타몰점이 더 궁금했다. 친구에게 추천할 한국 와인과 술을 찾아보고 시음도 할 겸, 대학생 딸과 동대문으로 향했다.
◆ 동대문 한복판에서 만난 전통주 갤러리

더위를 피해 늦은 밤을 택했는데 동대문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청년들이 구경하거나 외국인들이 쇼핑 가방과 캐리어를 끌고 가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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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전통주 갤러리(The Sool Gallery)' 간판이 보였다. 입구에는 짚 용구, 목재 누룩 틀, 옹기 항아리와 소줏고리 등 전통 발효 도구가 놓여 있었다. 옆에는 유리병에 담긴 찹쌀, 멥쌀, 보리가 전시돼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단히 보여주었다.

선반에는 전국 각지의 전통주로 채워져 있었다. 약주와 청주는 물론 '컨츄리 캠벨 스위트', '어지티36.5', '가무치소주 43' 등 개장식 당시 참석한 관계자들의 기념 서명이 담긴 목재 케이스 술과 무궁화 장식도 눈에 띄었다. 이미 접해본 전통주도 꽤 있었고 또 처음 알게 된 주류도 있었다.
◆ 포도를 넣지 않았는데 포도 향이 솔솔
"시음해 보시겠어요? 막걸리인데 포도 향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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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들어서자, 직원이 시음을 권했다. 안내판에 무료 시음은 18~22시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직원이 따라주는 작은 컵에 담긴 막걸리를 마시자, 곧 입안에서 포도 향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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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를 넣은 거예요?"라고 묻자,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풍미입니다."
"어머 신기하네요."
쌀과 누룩만으로 포도 향이 나는 것이 흥미로워 원재료명을 확인했다. 옆에 있던 딸도 잔을 비우더니 "엄마, 이거 진짜 맛있다!"라며 웃었다.
전통주 갤러리 1호점은 프로그램이 사전 예약제로 운영돼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곳 전통주 갤러리 두타몰점은 누구나 자유롭게 들러 시음하고 안내받을 수 있었다. 직원은 시음용 술은 인기나 계절에 따라 일주일에 두세 종류씩 교체된다고 했다.
◆ 친구를 위한 와인 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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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추천할 와인을 찾자 직원은 산머루를 발효시킨 '산머루 와인', 다섯 가지 맛이 어우러진 '오미자 와인', 영동의 포도와 복분자로 빚은 과실주 등을 추천했다. 술병들이 마치 공예품처럼 예뻐 선물용으로 적합해 보였다. 한참을 살펴보며 망설였다. 아무래도 친구가 한국에 놀러 오거나 내가 갈 때 사 가야겠지, 그때는 내가 마실 것도 미리 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원은 내 친구 이야기를 듣고 농식품부가 펴낸 '2026년 찾아가는 양조장' 책자를 건네줬다.
"이 책자에 체험할 수 있는 양조장들이 정리돼 있어요. 친구분께 안내해 주세요."
'찾아가는 양조장'은 지역 우수 양조장을 관광 자원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전국 69개소가 운영 중으로 견학, 시음, 술 빚기 체험 등을 제공하는 미식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 방문객 상당수는 외국인

우리가 시음하는 동안 주변에서는 외국인들이 진열대의 술을 둘러보고 있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전체 방문객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했다. 특히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붐빈다고 덧붙였다. 그들이 사진을 찍으며 술을 고르는 모습에서 술에 관한 관심이 느껴졌다. 냉장고에는 '호박 막걸리', '지장수 막걸리'부터 '댄싱사이더' 제품군이 채워져 있었고, 외국인들은 가격표와 영문 설명을 살폈다. 상온 선반에는 '감홍로', '솔송주 와당', '이도 22', '고운달43 오크', '나물진' 등 명주가 진열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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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 선호하는 주류가 다릅니다."
국적과 문화권에 따른 선호 차이도 흥미로웠다. 일본인 관광객은 목 넘김이 부드러운 막걸리나 휴대하기 편한 살균주를 주로 고른다. 중국인 관광객은 도수가 높고 패키지가 화려한 약주를 선호하며, 영어권과 유럽 관광객은 증류식 소주나 고도수 명주에 관심을 보인다. 매장에는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어 외국어로도 상담해 준다.
◆ 1071만 명의 방한 관광객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한 1071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한 달 빨리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지방공항(김해·대구·제주·청주공항 등) 입국자도 늘었다. 지난 6월 지방공항을 통한 외국인 입국자는 39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5% 증가해 지방으로 관광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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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방한 관광객 3000만 명을 조기에 달성하고 'K-관광 4000만 명 시대'의 든든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문체부는 지방공항을 통한 입국을 활성화하고 지역 특화 콘텐츠와 연계한 맞춤형 관광 상품을 확대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전국으로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농식품부 역시 전국 곳곳의 '찾아가는 양조장'은 물론 대전·용산역 등 주요 철도 플랫폼, 공항 면세점 등과 연계하며 전통주를 매력적인 K-관광 자원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매장 문을 나서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통주 갤러리는 세계인들이 한국 술의 깊은 역사와 발효의 지혜를 배우고 그 풍미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생생한 '문화 교류의 장'이라는 것이다.

우리 땅에서 자란 정직한 곡식과 과실로 빚어낸 한 잔의 술, 그리고 그 잔을 기울이며 밝게 미소 짓는 외국인들의 눈빛 속에서 이미 문화와 관광이 하나로 스며드는 걸 볼 수 있었다. 동대문 한복판에 있는 이 작은 전통주 갤러리 두타몰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세계인이 한국의 멋과 맛에 흠뻑 빠져들게 되리라고 믿는다.
* 전통주 갤러리 두타몰점(두타몰 지하 2층 / 매일 10시 30분~22시 운영)
☞ (보도자료) 농식품부, 'K-미식 여정' 제2탄··· 권역별 '찾아가는 양조장' 투어코스 대공개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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