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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 없이 연극 연습해요…'청년의 꿈'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손

정부, 젊은 예술가들에게 매년 900만 원씩 활동비 지원해 화제
문체부 '케이-아트(K-Art) 청년 창작자 지원사업', 청년 창작자의 안정적 기반 제공
해당 지원으로 연극 공연 올리는 극단 '미:나레' 인터뷰

2026.09.21 정책기자단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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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기초 예술 분야의 청년 창작자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 않고 오롯이 작품 기획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가능할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등 전국 17개 시·도 광역문화재단이 협력해 올해 신설한 '케이-아트(K-Art) 청년 창작자 지원사업'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소모성 보조금 지원을 넘어, 청년 예술가들이 경제적 조급함 없이 원천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다년간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여행의 지도" 포스터(본인촬영)
여행의 지도 포스터 (본인 촬영)

이 든든한 버팀목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한·일 공동 제작에 도전한 이들이 있다. 일본 극단 '운게치파(ungeziefer)'의 모토하시 류 연출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극단 '미:나레'가 협업해 무대에 올린 연극 '여행의 지도' 팀이다. 이번 공연은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나인진 홀 1관에서 늦은 저녁인 8시 10분부터 막을 올렸다. 9월 중순, 나인진 홀의 대기실과 무대는 관객에게 첫선을 보이기 전 막바지 에너지를 쏟아붓는 청년 예술인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여행의 지도" 장소: 나인진 홀 (본인촬영)
여행의 지도 장소, 나인진 홀 (본인 촬영)

◆ 9년 만에 마주한 남매의 기억, 연극 여행의 지도 줄거리

연극 여행의 지도는 일본 극작가 모토하시 류의 작품 '여행준비(旅の支度)'를 우리 정서에 맞게 번역 및 재구성한 한·일 공동 제작 작품이다.

극은 이혼한 어머니의 재혼식이 열리는 하와이로 떠나기 전날 밤을 배경으로 한다.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남동생 '이쿠오'가 누나 '히코'를 데리러 가면서, 두 사람은 무려 9년 만에 어색한 재회를 맞이한다. 하와이로 떠날 여행 준비를 하며 짐을 싸는 과정에서 남매는 과거와 현재를 격렬하게 오간다. 그동안 서로에게 차마 건네지 못했던 묵은 감정들과 왜곡된 기억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무대는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울타리 안에서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타인'으로서의 관계를 섬세하고 날카롭게 그려낸다.

"여행의 지도" 출연진 소개(본인 촬영)
여행의 지도 출연진 소개 (본인 촬영)

◆ "청년들의 치열한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 무대"…관람객 현장 스케치

늦은 밤인 8시 10분에 시작된 공연이었음에도 객석은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극이 막을 내린 후 소극장을 나서는 이들의 표정에는 짙은 여운이 남아 있었다. 한동안 팸플릿을 만지작거리거나, 로비에 마련된 포토존 앞에서 한·일 청년 예술인들의 과감한 시도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객석 관객들(본인촬영)
객석 관객들 (본인 촬영)

대학생 김민지(26세) 씨는 "9년 만에 만난 남매가 짐을 싸며 갈등하는 섬세한 감정선에 완전히 압도당해 숨죽이고 관람했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는 이어 "보통 청년 연극은 제작비 한계 때문에 무대 장치나 연습량이 아쉽게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이번 여행의 지도는 섬세한 연출과 대본 조율 등 완성도가 대단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청년 예술가들이 경제적인 걱정 없이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제도의 필요성을 무대로 완벽히 증명해 준 것 같다"라며 깊은 인상을 표했다.

직장인 박지우씨(본인촬영)
직장인 박 지우(34세) 씨 (본인 촬영)

또 다른 관객인 직장인 박지우(34세) 씨는 한·일 공동 제작이라는 독창적인 시너지가 무대 위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씨는 "연간 900만 원의 창작 활동비를 지급하는 정부의 정책은 청년 창작자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참 반가운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처럼 든든한 사회안전망 덕분에 관객들이 대학로에서 더욱 참신하고 수준 높은 실험작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라며, "이러한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제2, 제3의 여행의 지도 같은 훌륭한 작품들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길 기대한다"라고 객석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대변했다.

◆ 장벽 낮춘 정부 지원, 청년 예술의 내일을 열다

문체부는 청년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조해 왔다. 나인진 홀에서 마주한 이들의 거침없는 몸짓과 대사 속에는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라는 청년 특유의 당당함이 묻어났다.

"여행의 지도" TICKET(본인촬영)
여행의 지도 티켓 (본인 촬영)

단순히 무대 하나를 올리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청년의 잠재력에 투자하는 케이-아트 청년 창작자 지원사업. 경제적 걱정을 덜어낸 청년 예술가들이 완성해 나가는 미래의 지도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김수연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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