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세상은 앞만 보고 나아간다. 그런 때 문학주간이 내건 주제는 '곁눈질'이다. 옆을 슬쩍 바라보는 눈길이라니, 생각할수록 정겹다. 돌이켜보면 책을 펼치기 전 코끝을 스치던 종이 냄새를 꽤 좋아했다. 그 안의 활자와 만날 생각에 설레던 시간도 있었다. 지금 문학은 우리 곁 어디쯤 있을까. 그 물음을 품은 채 '문학주간 2026'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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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이 함께한 '2026 대한민국 문학축제'가 지난 9월 11일부터 열흘간 서울 대학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문학축제는 문학이 지닌 사회적 연대와 정서적 치유의 가치를 알리고 작가와 독자, 지역 사회가 함께 호흡하는 문학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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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다양한 문학 행사로 이어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문학주간 2026'은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아르코예술극장 일대에서 '곁눈질'을 주제로 펼쳐졌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한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아라아트센터에서 '누구세요?'를 주제로 국내외 작가들이 강연과 대담을 진행했다. 또 국제펜(PEN)한국본부가 주최한 '세계한글작가대회'에서는 한글문학의 가치를 알리고 국내외 한글 작가들이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여기에 전국 문학관 축제와 지역 서점을 중심으로 한 '문학나눔 작가 행사'까지 더해졌다. 독서의 달인 9월, 전국 곳곳에서 문학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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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학주간 2026'은 '곁눈질'이라는 주제 아래 주변과 타인의 삶을 바라보고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행사가 열린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예술가의 집, 아르코꿈밭극장 등을 무대로 작가와 독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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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린이책미술관 협력 특별전시와 '나만의 곁눈질 그리기' 체험, 출판사 미션 부스, 대학로 야외 공간에 마련된 북라운지 등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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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9월 16일 저녁 7시 30분, 문학주간 개막식이 열린 현장을 찾았다. 무엇보다 개막식 제목인 '허수경이라는 말 참 좋지요'에 눈길이 갔다. 몇 년 전 타국에서 세상을 떠난 고(故) 허수경 시인을 추모하고 그의 문학 세계를 돌아보는 자리였다.
약 2시간 동안 토론과 시 낭독, 음악이 이어졌다. 무대 위에서 허수경 시인을 기억하며 시인이 남긴 문장과 삶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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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학축제 홍보대사이자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고아성은 "처음에 문학주간 주제가 곁눈질이라고 해서 좀 의아함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무언가에 흠뻑 빠져들기 전에는 늘 모두가 곁눈질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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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그는 전국 각지 서점과 연계해 축제가 확장됐음을 알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문학이 국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개막 토크에서는 기획위원들이 문학주간의 기획 의도와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기획위원은 주제인 '곁눈질'에 관해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마음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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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여성 소설가 김명순 탄생 130주년을 기념한 대담과 소설가들이 창작하는 마음을 나누는 토크를 비롯해 사랑, 청년의 애도, 농담 등을 모티프로 한 작품과 낭독극, 희곡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바라보는 공동 창작과 워크숍 프로그램 등이 소개됐다.
아울러 문학주간이 독자들과 한층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했다. 국민이 평소 접하지 않았던 장르나 주제라도 한 번쯤 곁눈질하며 새로운 문학의 세계를 자유롭게 탐색해 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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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끝나자, 공연자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허 시인의 시를 낭독하고 시인을 추억하는 노래를 불렀다. 객석은 조용해졌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무대 위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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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필자에게 이날 개막식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민하 시인이 무대에 올라 시를 낭독하던 순간이었다.
"사랑받는 시인이라는 핑계 속에 언니(허수경 시인)의 깊은 외로움을 가둔 줄도 모르고 왜 기다리기만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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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시인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자, 지난해 가을 갑작스럽게 타국에서 세상을 떠난 내 소울메이트가 떠올랐다.
세상이 그를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았을지라도 예전 그는 직접 쓴 영문 시를 수줍게 보여주던 문학소녀였다. 허 시인을 추모하는 목소리 위로 친구의 얼굴이 겹쳤다. 마음이 온통 먹먹해졌다.
그 순간 문학이 다른 사람의 슬픔을 통해 내 슬픔을 들여다보게 하고 조용히 다독여 주는 힘이 있다는 걸 절감했다. 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남긴 문장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의 삶을 붙잡아줄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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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떠올린 문학은 위안이었다. 그렇다면 문학주간 담당자에게 문학은 어떤 의미일까. '문학주간 2026'을 기획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유미 차장에게 이번 축제에 대해 조금 더 들어봤다.
Q. 올해 문학주간의 주제인 '곁눈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하게 됐나요?
먼저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대국민 주제 공모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모인 다양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기획위원님들이 각자 다루고 싶은 주제를 하나씩 제안했고,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최종 주제를 정했습니다.
Q. 개막식에 참여한 기획위원들은 어떻게 구성됐을까요?
문학주간 기획위원회는 소설, 시, 희곡, 출판, 어린이·청소년, 평론 등 총 6개 분야에서 한 분씩 모시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기존에 참여하셨던 위원과 처음 합류하신 위원이 함께 어우러져 신구의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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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개막식 주제인 '허수경 시인'에 대한 기획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개막식 주제는 기획위원들이 각자 구상해 온 기획안을 두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결정됐습니다. 올해 허수경 시인의 유고 시집이 새로 출간됐는데, 이를 계기로 시인의 문학적 업적과 삶을 함께 기리고자 개막 무대로 준비하게 됐습니다.
Q. 올해 문학주간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모든 프로그램에 공을 들여 준비했기 때문에 하나만 꼽기는 어렵습니다만, 올해는 허수경 시인을 비롯해 박지리, 김명순 등 문학계에서 사랑받고 존경받는 여러 작가를 기리고 조명하는 무대가 다채롭게 마련됐습니다.
Q. 이번 행사의 취지가 궁금합니다.
문학 작품을 낭독극이나 극장 무대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문학주간만의 특별한 매력입니다. 문학은 우리 삶의 기반이자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 축제는 여러 문학 관련 기관이 뜻을 모아 시민들에게 문학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고 일상에서 문학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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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우리 삶의 기반이자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담당자의 말이 뇌리에 남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당신을 기다리면서 물들면서 나는 이 세상 속, 어떤 예쁜 사람이 되어 사라져 간다' 문득 허수경 시인의 시 '공항에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꼭 종이 위에 쓰인 문장이 아니어도 좋았다. 낭독하는 목소리와 음악을 통해 문학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다.
개막식 내내 지난해 가을 떠난 친구가 그리웠다. 하지만 추모의 글과 노래를 들으며 홀로 떠난 그를 조금이나마 기릴 수 있었고 위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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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문학은 때로 걸음을 멈추고 옆을 바라보게 한다. 정면만 바라보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람과 마음,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그런 '곁눈질'이 우리에게 건네는 문학의 위로인지도 모른다.
내년 문학주간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까. 벌써 궁금하다.
☞ (보도자료) 작가와 독자, '2026 대한민국 문학축제'로 만나다
☞ (국민이 말하는 정책) 당신은 "누구세요?"…'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던진 질문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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