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입국부터 코리아하우스 현장과 아시안게임 개막식장 인근까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다음 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20일부터 남은 일본에 머무는 3일간 우리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포함해 다양한 종목의 경기들을 관람하기 위해 예매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도쿄로 향하는 25호 태풍 두쥐안의 영향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여행에서도 날씨 요정의 기록을 이어갈 수 있어 한껏 기분이 좋아진 채로 나고야역으로 향했다. 내가 관람하는 첫 번째 경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Mixed Martial Arts(MMA)' 경기였다.
종합격투기로도 알려진 MMA는 케이지 안에서 혈투를 벌이는 UFC 경기와는 다르게 매트 위에서 진행되는 경기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1로 진행되는 맨손 격투 경기다. 기존 경기도 위험도가 높았기에 이번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보호장비 규정이 강화되었다고 하는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선보인다는 점과 우리 국가대표 세 명이 출전한다는 소식에 MMA의 첫 경기, MMA01 경기를 예매했었다.

이번 하계 아시안게임에서의 MMA 경기는 '나고야시 이나에 스포츠 센터(Inae Sports Center)'에서 열렸다. 행사장 방문을 위해서 전날 코리아하우스를 방문할 때 탑승했던 아오나미선(니시나고야코선)을 이용해야 했는데, 긴조후토역보다 한 정거장 전인 노세키역에 하차해 도보로 약 10~15분가량을 이동해야 했다.
만약 일본어와 영어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경기장을 찾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와 운영 스태프는 물론 경찰과 교통 지원 인력이 블록마다 경기장으로의 이동 안내 및 지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더운 날씨임에도 웃으면서 안내하는 지원 인력의 모습에 감탄하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위해 함께 찾은 아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나고야시 이나에 스포츠 센터'에 도착하게 됐다. 여느 스포츠 행사와 마찬가지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선수들과 관중의 안전을 위한 보안 검색을 거쳐야했고, 입장권의 정보무늬(QR코드) 스캔까지 마친 후 경기장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타격 소리와 관중들의 걱정 섞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이곳이 정말 격투 현장이라는 사실이 체감됐다. 스포츠 경기를 즐겨 보고 새로운 종목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사실 종합격투기와 같이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경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MMA 경기를 예매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이번 아시안게임 MMA 경기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세 명이 출전을 예고했다. 남자 모던 -71kg급 최은석, 남자 트래디셔널 –77kg급 윤태영, 그리고 여자 모던 –54kg급 이보미 선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기존 대한민국에 배정된 출전권은 단 두 장이었다는 것이다.
종합격투기는 부상 위험이 특히 높아 선수 선발전 등 일반적인 형태로 선발되는 국가대표와는 조금 다르게 선발된다고 한다.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제 대회 등이 최소화된 것도 사실, 여기에 대한민국 MMA 협회는 최종 출전 선수 확정을 위해 아시아 협회와 긴밀하게 소통했고, 남자 77kg 트래디셔널 부문의 출전권을 추가 획득하게 됐다고 한다.

국민이 직접 체감하긴 어렵지만, 스포츠 현장, 특히 큰 규모의 국제 스포츠 경기를 앞두고 펼쳐지는 스포츠 외교는 상당히 치열해진다. 이번 종합격투기 사례에서 보듯 협회의 참여, 국가의 정책 뒷받침은 물론, 기존 대회들에서의 선수 기량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며 출전권이 추가 확보된 만큼 앞으로도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력이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됐다.
자유석으로 운영된 종합격투기 경기였기에 사람이 몰려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경기장에 입장하며 소리로만 들었던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확실히 큰 차이가 있었다. 매트 위에서 펼쳐지지만,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케이지에 들어가 있는 듯 날렵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움직이며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서 잠깐! 나처럼 종합격투기 경기를 처음 관람하거나, 경기 규칙에 대해 잘 모르는 국민을 위해 이번 아시안게임에 적용된 종합격투기 규칙을 간단히 설명해 보고자 한다. 종합격투기는 크게 모던과 트래디셔널 두 분야로 나뉜다. 트래디셔널은 정해진 도복을 입고 진행되는 경기고, 모던은 래시가드와 파이트 쇼츠를 착용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복장에서 알 수 있듯 트래디셔널 종목은 옷을 잡을 수 있고, 모던 종목은 상대의 옷을 잡을 수 없어 선수들의 공격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공격 패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관전 요소다.
다른 격투기 종목과 유사하게 정해진 구역 내에서 경기가 진행되며, 주심 1명과 판정심판 3명이 경기를 운영한다. 격투기 종목답게 경기에서 승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KO, TKO, 판정, 기권, 실격, 메디컬 사유 등이 있는데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면 주심이 경기를 바로 종료시킬 수 있고, 나머지는 타격과 테이크다운, 유효 포지션 확보 등을 종합해 판정심판의 판정으로도 경기를 가져가게 된다.
예선과 본선 경기는 3분씩 2라운드, 결승 경기는 5분씩 2라운드로 진행되며 라운드 사이에는 1분의 휴식이 부여된다. 만약 두 선수가 각각 한 라운드씩을 가져간다면 1분의 연장전을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되고, 마지막 점수까지 동일하다면 계체 등 선순위 평가 항목대로 승자를 정하게 된다.
내용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경기를 보고 있으면 이길 것 같은 선수가 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이다. 다만, 보통 흐름이 넘어가면 역전하기 힘든 스포츠의 특성과 다르게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살려 경기를 가져갈 수도 있는 것이 종합격투기다. 실제로 경기 내내 밀리던 선수가 한 번의 기회를 포착해 KO 승리를 가져가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기도 했다.

경기 관람을 시작한 지 약 2시간, 우리 대표팀이 출전해야 하는데 나오지 않아 뭔가 이상해 대회 공식 누리집을 확인해 보니 MMA 경기의 일정이 변경된 것을 확인하게 됐다. 출국 며칠 전, 주요 공지 사항으로 몇몇 경기의 진행 순서와 출전 국가가 변경됐으니 확인하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내가 예매한 경기가 그 대상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이날 오전 MMA01 경기에 대한민국 선수는 아무도 출전하지 않았고, MMA02 경기에 3명 모두 출전하게 됐다. 다음 경기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던 나는 결국 다른 국가 선수들의 경기만 관람하게 됐다.

물론 경기장 위에서 태극마크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대한민국 심판이 이번 아시안게임 종합격투기 종목의 심판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선수로 마주하는 태극기만큼이나 심판 자격으로 띄워진 전광판의 태극기는 또 다른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대한민국 주심이 매트 위에 설 때면 큰 문제 없이 원활하게 경기를 이끌어 주길 바랐고, 판정심판으로 참여할 때도 판정에 시비 없이 깔끔한 판정을 해주길 응원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대한민국 스포츠의 성장은 선수들의 뛰어난 실력과 우수한 성과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단체의 노력, 심판과 운영위원회 같은 대회 운영 종목에서의 영향력 확대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껴졌다. 비록 이번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 태극 전사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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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 예매를 할 때만 해도 내가 이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는데, 경기장에서 경기를 직접 보고 경기 규칙에 대한 이해도 생기니 저절로 경기에서 매력을 느끼게 됐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중간에도 종합격투기 국가대표팀의 출전 경기를 온라인으로 챙겨보며 응원했고, 대한민국 종합격투기 선수단은 처음으로 출전한 이번 경기에서 이보미 선수가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최종 동메달 1개의 성적을 기록했다. 처음 목표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경험이 쌓여 더 높은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됐으면 좋겠다.

한편 나는 이번 아시안게임 기간 아이치와 나고야, 오사카 일대를 돌아다니며 아시안게임을 즐길 계획이다. 내가 평소 관심을 가지는 하키 종목은 물론, 평소 국제 대회에서 보기 힘든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의 경기, 그리고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까지 찾아 다니며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스포츠의 매력을 한껏 즐기려고 한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3위를 목표로 잡았다. 아직 대회 초반이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최초 목표에 맞게 순항 중이다. 20일 근대 5종 종목에서 성승민 선수가 대한민국 최초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근대 5종 남자 단체 결승과, 테크볼의 이준석도 스토리있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개막 후 3일차가 끝난 21일 기준 대한민국은 전날보다 2개의 금메달을 추가하며 금 5, 은 3, 동 15 총합 23개로 종합 3위를 유지했다.
다가올 추석 연휴 기간, 언제 봐도 짜릿한 단체 구기종목이 이어지고, 유력한 메달 획득이 점쳐지는 경기 역시 계속 이어진다. 국민 모두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을 위해 함께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힘내라 대한민국, Team Korea, Fighting!"
☞ (국민이 말하는 정책) '여기서, 하나로' 나고야 현지에서 전하는 아시안게임의 서막
☞ (국민이 말하는 정책) 나고야를 꽉 채운 우렁찬 기합 소리, 코리아하우스에 부는 'K-열풍'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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